[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40) advise / …에게 충고하다 

(140) advise [ǝdváiz] v. …에게 충고하다 
충고(忠告), ‘말곧다’가 아니라 ‘베리다’?

충고(忠告), ‘말하다’가 아니라 ‘보다’?


advise에서의 vis는 “보다(=to see)”를 뜻한다. 이 vis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vision “시각”, visit “방문하다”, revise “교정하다”, supervise “감독하다” 등이 있다. 충고(忠告)는 ‘남의 결함(fault)이나 잘못(mistake)을 진심으로 타이르는 것’으로서의 “말하다”를 뜻하지만, 영어의 advise에 담긴 어원적 의미는 “말하다”가 아니라 “보다”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본 것(what we have seen)을 말하지 않는가? 거기서 충고는 ‘말하다’에, advise는 ‘말하다’ 이전의 ‘보다’에 초점(focus)을 두고 있는 것이다. 

“충고는 좀처럼 환영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것을 가장 싫어한다.”
(Advice is seldom welcomed. Moreover, the person who needs it the most hates it the most.) 
- 체스터필드(Chesterfield) - 

충고(advice)의 본질(essence)이 ‘말하다’가 아니라 ‘보다’라면,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상대방이 구할 때, 적어도 상대방이 먼저 나의 관점(viewpoint)을 듣고 싶어 할 때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충고를 해주더라도, 훗날까지 그 충고에 감사(gratitude)를 표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rare). 그만큼 충고는 어렵고 힘든 것이며, 그로 인해 상처(wound)를 받거나 관계(relationship)가 깨지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충고를 할 때는 좀 더 많은 분별(discernment)이 필요하게 된다.

먼저, 인간관계의 무게(weight)를 생각해봐야 한다. 상대방과 나 사이에 충고가 오고 가도 될 만한 관계의 무게가 쌓였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It hasn't been long since we met) 쉽게 충고를 한다면 잘난 척하는 지적 과시(intellectual showing off)가 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의 무게가 잘 쌓인 관계에서만 충고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대방이 아무리 충고를 원했다 할지라도 관계에 비해(in comparison to the relationship) 충고가 무겁다면, 관계의 끈은 충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뚝 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향(inclination)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충고를 구하고 그 충고를 잘 따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충고 자체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남의 말과 상관없이 본인이 직접 겪어보고 배우려고 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애써(with effort) 충고를 했다간, “나를 무시한다(Don’t put me down)”거나 “참견하지 말라(None of your business)”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충고는 “그만 보자(Stop seeing each other)”는 뜻이나 다름없으니, 충고를 하기 전에 충고를 잘 받아들이는 성향인지, 받아들이지 않는 성향인지를 잘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충고는 구체적인 제시(concrete proposal)가 아니라 힌트(hint)여야 한다. 작은 힌트로써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충고는 길면 안 된다. 5분여에 걸쳐 충고를 구한 상대방에게 2시간여 동안 충고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실체(substance)를 잊어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듣는 동물(listening animal)이 아니라 말하는 동물(speaking animal)이며, 스스로 깨닫기를 원하는 동물(an animal that wants to realize for oneself)이다. 그래서 충고는 아무리 좋은 의도(intention)로 얘기해도 왜곡(distortion)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가 너에게 충고 하나 할게”라는 말 안에는 엄청난 위험(risk)이 담겨 있다. 더군다나 요즈음은 충고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꼰대’가 되기 쉬운 세상이 아닌가. 문화적(cultural) 과도기(transition period)다. 어설프게 충고를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어설프게 충고를 듣고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우리는 아무런 저항(any resistance)이나 별다른 감정(heavy emotion) 없이 우리의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그에 대해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을 하면(if we are told we are wrong) 화를 내며 고집을 부린다(harden our hearts). 우리는 별다른 주의없이(heedlessly) 우리의 믿음(our beliefs)을 형성(formation)하지만, 누군가 우리의 믿음을 바꾸려고 하면 그 믿음에 대하여 쓸데없이 집착하게 된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 생각 자체가(not the ideas themselves)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우리의 자존심인 것이다(our self-esteem which is threatened).
-  J.H. Robinson의 『The Mind in the Making』 중에서 -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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