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까마귀쪽나무 (Litsea japonica Juss.) -녹나무과-

'제주에는 어떤 나무가 가장 많을까?' 하는 의구심에 자료를 찾아 본 적이 있는데 해발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르다 보니 일률적으로 어느 나무가 많다고 정확하게 산출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해발이 낮은 제주의 해안가를 주변으로 자라는 까마귀쪽나무는 해발이 낮은 지역으로만 따지면 가장 많이 분포하는 나무들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수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의 수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는 남해안의 섬 지방에서 자라는 늘푸른 상록성 수종입니다. 제주에서는 주로 해안가의 저지대를 중심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곶자왈에서도 일부 관찰되곤 하는데 제주에서는 이 까마귀쪽나무의 방언으로 '구럼비낭'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수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의 수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의 이름과 관련하여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까마귀쪽나무라는 이름은 제주 방언인 '까마귀쪽낭'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까마귀의 색깔처럼 열매가 검게 익고 '쪽낭'은 때죽나무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 나무의 세계>의 박 상진 교수는 까마귀쪽나무의 ‘쪽’은 옛날 염색할 때 널리 쓰이던 쪽풀과 관련이 있습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열매는 푸른 빛깔이 들어간 새까만 색으로 익는데 이는 쪽을 삶아 염색물을 만들어 놓았을 때의 진한 흑청색으로, 마치 까마귀 몸체처럼 진한 쪽물과 닮아 까마귀처럼 검은 열매를 가진 나무라는 뜻으로 까마귀쪽나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열매.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의 열매.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로 가을이 오는 10월경부터 꽃대가 거의 없는 연노랑빛 작은 꽃이 잎겨드랑이에 여러 개씩 다닥다닥 붙어 피어나는데 수꽃은 꽃잎이 작고 길게 나온 여러 개의 수술대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열매.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의 열매.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를 암수딴그루라고 의식하지 않아 암꽃을 담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작년에 열매를 달고 있던 곳의 까마귀쪽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암꽃이 아주 작게 달려 있었습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암꽃은 수술이 퇴화되어 있고 암술대는 길고 암술머리는 2열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암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의 암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가 들어간 식물이 꽤 있습니다. 이 까마귀쪽나무를 비롯하여 까마귀베개, 까마귀밥나무 등이 있는데 동물이나 조류, 곤충등을 차용하여 식물 이름에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 곁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하고 익숙한 이름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까마귀쪽나무의 암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의 암꽃.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는 녹나무과의 식물입니다. 녹나무과의 나무의 잎들을 보면 조금씩 다른데, 이 녹나무과의 나무들을  공부하기 위하여 이른 봄에 녹나무과의 새순들을 담아 비교표들 만들어 본 사진입니다.

 

<strong>녹나무과의 새순 비교표</strong>. / 문성필 ⓒ제주의소리
녹나무과의 새순 비교표. / 문성필 ⓒ제주의소리

한라산에는 작년보다 10월 평균 기온이 4도 정도 낮아 단풍의 절정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제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을 만나러 가는 꿈을 꾸어 봅니다. 까마귀쪽나무의 꽃말은 '인내','평안' 이라고 하는데 제주의소리 독자분들 가정에도 평안이 가득하시기를 응원해 드립니다.

까마귀쪽나무. / 문성필 ⓒ제주의소리
까마귀쪽나무. / 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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