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世通, 제주 읽기] (255) 신창호 편, 사서, 나무발전소, 2018

사진=알라딘.
사진=알라딘.

공자, 맹자 등 동양 고전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하다. 물론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여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한자 때문에 주저한다면, 필자는 한글 번역본으로도 충분한 독서가 된다고 일러주고 싶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동양 고전을 이해한다고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동양 고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감히 “편한 마음으로” ‘사서’를 접해보시라 권유드린다. 

필자는 이번에 몇 주에 걸쳐 이 한 권의 책을 조금씩 읽었다. ‘사서(四書)’의 순서에 따라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읽었다. 물론 깊이 읽으려면 몇 주의 독서로는 부족하다. 이번 독서는 물 흘러가듯 쭉 읽는 방식을 취했다. 그 가운데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었다. 

대학(大學) 

‘대학’은 쉬운 문체로 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주자가 ‘대학’을 ‘사서(四書)’에서 제일 처음 읽는 것으로 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무엇보다 양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밑줄 그은 말씀이 너무 많다. 

‘대학’의 시작은 다음 문구로 시작한다. 즉 ‘사서’의 시작이 이렇다.

어떤 사회에서든 어른이 되려는 사람이 배워야 하는 지도자의 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착한 마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밝혀라.
둘째, 자기 수양을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라.
셋째, 자신의 착한 마음의 수양을 바탕으로 타인과 어울리며, 조화로운 사회관계를 일상에서 지속하라. 

‘대학’은 무엇보다도 “자기 수양”을 강조한다. ‘자기 수양’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있음을 말한다. ‘자기 수양’이라는 근본 공부에 충실할 것을 권유한다. ‘자기 수양’에 대한 강조는 ‘신독(愼獨)’에 대한 언급에서도 나온다. 혼자 있을 때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신독’에서 필자는 숨이 턱 막힌다.

논어(論語)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논어’는 그 내용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추사의 ‘세한도’에 적힌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게 된다”는 공자의 말도 ’논어‘에 있다. 

‘논어’에는 “군자와 소인”에 대한 서술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소인인 필자에게는 꽤나 뜨끔한 내용들이다.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마음에는 와 닿는 말씀이 꽤 많다. ‘논어’의 주옥같은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없다.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군자는 마음이 차분하고 너그러우며, 소인은 늘 초조하고 불안해한다.” 
“군자는 능력이 없음을 걱정할 뿐,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않는다.” “군자가 함께 살 텐데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 
“자네는 군자 같은 유학자가 되어라. 소인 같은 유학자가 되지 마라.” 

제12장 ‘안연’ 편에 나오는 첫 문장이 이번 독서에서 또렷하게 드러나 보였다. 

공자가 말했다.

“개인의 이기적 탐욕을 극복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인이 된다. 어느 날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을 극복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회복하면 세상이 인으로 돌아간다. 인을 실천하는 일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남에게 달렸겠는가.” 

맹자(孟子)

‘맹자’에서는 무엇보다도 ‘훌륭한 정치’에 대한 언급이 돋보인다. 맹자는 인의의 정치를 강조하며, 칼로 베여 죽이는 것과 포악한 정치를 하여 죽이는 것에는 차이가 없음을 말한다. 곤궁한 백성인 홀아비, 과부, 무의탁자, 고아를 우선 하는 정치를 강조했다. 이 외에도 ‘훌륭한 정치’에 수많은 표현들이 있다.  

‘맹자’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은 ‘사단(四端)’에 대한 언급이다. ‘맹자’에 2차례 나오는데, 제3장 공손추(상) 편과 제11장 고자(상) 편이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에서 나오는 4가지 마음으로, 측은지심(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지심(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옮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말했다. 이 4가지 마음에서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나온다. 아기가 우물에 빠졌을 때 이익과는 상관없이 아이를 구하려는 ‘측은지심’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맹자’를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은 문장 몇 개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구방심(求放心)’은 언제 봐도 도전이 되는 말씀이다.

‘시경’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영원히 자기 사명을 생각하라. 스스로 복을 찾는 길이다.’  

“사람이 집에서 기르던 닭과 개가 도망가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을 내버려두고도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아니고, 내버린 마음을 찾는 일일 뿐이다.” 

중용(中庸)

‘사서’의 마지막 권인 ‘중용’도 내용이 그리 길지 않다. 실천이 어려울 뿐,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앞선 ‘대학’, ‘논어’, ‘맹자’에 비해 추상적인 내용이 있어, 제일 마지막에 배치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중용 제15장에 나오는 구절을 한 번 보라.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가.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고, 높은 곳을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반면에 ‘사물의 본성’, ‘우주 자연의 질서’ 등을 논하는 내용은 그리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중용’은 ‘인간의 길’, ‘중용의 길’이 ‘일상’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설파한다.

“인간의 길은 일상생활을 잠시도 떠나지 못한다.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길이 아니다.”

“중용의 길은 인간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삶에 필요한 합당한 도리를 멀리하면 그것은 인간의 길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용’의 마지막, 즉 ‘사서’의 마지막은 ‘덕을 갖춘 지도자’에 대한 내용이다. 총명과 예지의 덕성을 갖춘 지도자가 제대로 된 올바른 정치를 펼칠 수 있음을 마지막 몇 장에 걸쳐 말하고 있다. ‘사서’의 시작과 끝이 ‘지도자’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사서’는 지도자의 학(學)이기도 하다. 

나가며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깊게 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가볍게 읽는 독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읽는 것 자체가 안 된다. 

내게 도전이 되는 말 하나를 얻을 수 있다면, 독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책 읽기 좋은 가을에 ‘사서(四書)’를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필자가 읽은 ‘사서’에는 ‘올바른 윤리’, ‘올바른 자세’, ‘올바른 정치’에 대한 내용이 가득했다. 밑줄 그은 게 너무 많다. 하지만 사실 문제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실천에 있다. ‘올바른 정치’를 누구나 말하지만, 실상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 하나라도 실천하려는 소인이면 좋겠다. 


#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려대 법학과 졸업,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법학박사.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철학/법사회학 전공).

블로그: blog.naver.com/gojuraphil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