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연구소, 정뜨르비행장 1차 유해발굴 마무리…54구 운구
학살.암매장 구덩이 4.3사료관 이전…내년 초 2차 발굴

▲ 제주국제공항에서 1차 4.3 유해발굴 작업을 마무리한 후 유족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제주국제공항 옛 정뜨르비행장은 대규모 학살터였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4.3연구소와 제주대 유해발굴팀은 15일 오후 2시 제주공항 학살터에서 107일간의 1차 유해발굴을 마무리하고, 발견된 유해를 제주대 의과대학으로 옮겼다.

이날 4.3연구소와 발굴팀, 4.3유족 등은 유해발굴 마무리에 따른 제를 지내고 유해를 운구했다.

지난 8월30일부터 12일까지 107일 동안 진행된 발굴 작을 통해 총 54개의 유해와 500여점의 유류품이 최종 확인됐다.

특히 이반 발굴의 가장 큰 성과는 4.3 당시 민간인들을 총살해 암매장시켰던 학살 현장의 실체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 제주국제공항에서 1차 4.3 유해발굴 작업을 마무리한 후 유족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학살.암매장 현장은 현재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 지점에 위치해 있고, 동서 방향의 일자형 구덩이로, 총 길이는 32.4m, 폭 1.2~1.5m, 깊이는 0.9~1.2m이다.

현장에서 확인된 구성이에서 상당수의 유해가 발견됐고, 당시 학살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던 상황을 뒷받침하듯 개체수를 확인하기 힘들만큼 뒤엉켜져 있었다.

아쉬운 점은 발굴결과 학살.암매장 구덩이가 공항시설 확장공사로 인해 3분의 2가 훼손된 것이다.

▲ 나무 박스에 담긴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된 유해ⓒ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공항공사는 4.3연구소 발굴팀에 "제주공항내 4.3희생자 유해발굴작업 지역내 전시비축자재 설치는 최초 1985년 6월 설치해 현재까지 기존 골재를 보강 및 순환해 유지관리하고 있다"며 "설치 당시 토공의 이동량 도면 및 기간, 시공사 등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회신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발굴 현장에서 60여년 전 희생당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도장과 단추 등이 발견돼 유가족 신원 확인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유해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54구의 유해는 전부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옮겨져 법의학적 감식과 DNA감식 작업을 거치게 된다.

▲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유해를 광목으로 감싸는 4.3유족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4.3연구소 박찬식 책임연구원은 “54구의 유해와 500여점의 유류품을 확인했지만 공사과정에서 훼손된 시신이 많다”며 “정밀감식을 통한 개체수 확인까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발굴 기간내 태풍도 불고 시간에도 쫓기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제주국제공항 내)더 많은 피해 현장이 있을 것으로 추축되지만 활주로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발굴팀은 당시 민간인들을 학살.암매장시키기 위해 팠던 구덩이를 이전해 복원시키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학살.암매장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동측 구덩이(길이 5.2m, 폭 1.2~1.5m, 깊이 1.2m)와 서측 구덩이(1차 - 길이 6.8m, 폭 1.1~1.2m, 깊이0.9~1m 2차- 길이 4.4m, 폭 1.4~1.5m, 깊이 0.2m)를 이전해 4.3사료관에 복원하고, 구덩이에서 발굴.수습된 유해와 유류품은 복제해 전시할 예정이다.

▲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유해를 운구차에 옮기는 4.3유족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향후 계획으로 제주대 의과대학으로 운구된 유해는 법의학적 감식과 유전자(DNA) 감식작업을 통해 신원확인 절차가 진행되고, 추정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가계도 조사와 채혈도 병행된다.

유해와 함께 발굴.수습된 단추.머리빗.고무신.도장.안경 등의 유류품은 보전 처리돼 4.3사업소 수장고에 보관된다.

특히 탄두.탄피 등 총기 탄환류 유류품은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한편 4.3연구소는 2차 정뜨르비행장 발굴작업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동북쪽 지점에서 유해발굴을 시작할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제주대에서 유해 감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제주의소리>

▲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유해를 운구차에 옮기는 4.3유족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유해를 운구차에 옮기는 4.3유족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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