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의 날과 제주생물권보전지역 20주년을 축하하며...

 

한라산 물장오리 / 사진=고제량 제공 ⓒ제주의소리
한라산 물장오리 / 사진=고제량 제공 ⓒ제주의소리

 오늘 아침도 한라산은 섬의 한가운데 우뚝하고 사방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섬을 향해 밀려왔다 밀려갔다를 거듭한다. 보이지 않는 바람 역시 산과 바다를 이어놓는 것이 제 사명인 듯 섬과 바다 사이를 오가며 불어온다. 한라산, 오름, 곶자왈, 용암동굴, 하천, 습지, 용천수, 바다, 벵뒤(벵디, 뱅듸), 사구라는 이름들은 제주도 180만 년 지질의 역사이며 바람의 역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아침이다. 여러 자연의 수고로움으로 제주는 자연환경 분야 국제 인증을 다수 획득했다. 

자연환경 분야에서 제주만큼 국제 인증을 많이 받은 곳은 흔치 않다. 그만큼 제주 자연은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테다. 

고제량 (사)제주생태관광협회장 ⓒ오마이뉴스
고제량 (사)제주생태관광협회장 ⓒ오마이뉴스

2002년 생물다양성이 인정되어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탁월한 보편적 가치 인정 세계자연유산 지정, 2010년 화산섬으로 지질적 가치 인정 세계지질공원 지정, 2005년부터 물영아리를 시작으로 동백동산, 물장오리, 1100고지, 숨은불뱅듸 총 5곳을 람사르습지 지정, 2018년 람사르습지도시에 제주시 조천읍이 인증되었고, 2022년 11월이면 람사르습지도시 서귀포시 남원읍도 인증된다. 그리고 2002년 처음 지정된 후 2019년 생물권보전지역 확대로 해안에서 바다로 5.5km까지 제주생물권보전지역이다.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의 날

 세계자연유산, 람사르습지,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도시 모두가 보전에 근본적 의미가 있으면서도 개별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목표로 하면서 인간도 포함해서 안전한 자연을 유지하여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중요한 의제로 앞세운다. 

작년이다. 2021년 11월 3일은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50주년이었다.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에서는 각각 자국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생물권보전지역위원회(MAB 한국위원회)에서도 ‘MAB, 삶을 얘기하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엄과 청년 생물권보전지역 활동 \사례를 공모하기도 하고, 전국 생물권보전지역 사진 공모를 진행하는 등 기념행사를 했다. 

 유네스코는 50주년 기념에 이어 제41차 유네스코 총회(2021.11.15.~16)에서 매년 11월 3일을 생물권보전지역의 날로 선포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의 날 지정 목적은 자연 보전과 인간 활동 사이의 균형 유지와 환경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자는데 있다. 

 사진=고제량 제공 ⓒ제주의소리
 사진=고제량 제공 ⓒ제주의소리

우리나라 생물권보전지역들 

한반도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처음 지정된 곳은 1982년 설악산이다. 그 후 1989년 백두산, 2002년 제주도, 2004년 구월산, 2009년 신안 다도해와 북한 묘향산, 2010년 광릉숲, 2013년 고창군 전역, 2014년 칠보산, 2018년 북한의 금강산과 순천시, 2019년 연천군 임진강, 2019 강원 생태평화, 2022 완도와 창녕 등 남북한 총 15곳(남 10개, 북 5개)이 지정되어 있다. 

오늘 11월 3일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의 날 지정 첫날을 기념하며 한국MAB에서는 설악산에서 기념식과 함께 유공자 표창, 전국 9개 지역 생물깃대종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 생물권보전지역 20주년

 제주도는 2002년 12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중심으로 해발 200m 이상 지역을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했다. 올해가 딱 20주년이 된다. 2002년 해발 200m이상 지역을 지정하고 2019년 6월 제주도 육상 지역과 섬 지역을 포함하고, 해안에서 5.5km 이내 해양지역까지 포함하여 확대 지정했다. 이는 기존의 지정 지역이 해발 200m 이상 지역이라 사람들이 주로 살아가는 지역을 벗어나 있어 혜택이 적었고, 해양지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확대하게 되었다. 결국 제주도는 전 지역이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어디든 생물권보전지역인 것이다. 

사실 생물권보전지역은 자체적으로 법적 규제는 없다. 다만 지정할 때 핵심구역은 타 보전법률에 의해 규제가 일정 정도 마련된 곳만 지정이 될 수 있다. 현재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핵심구역은 한라산국립공원, 인근 국유림 지역, 일부 곶자왈을 포함한 생태계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인 4개의 부속 섬과 영천, 효돈천 그리고 해양보호구역 등이 포함된다. 

완충구역은 핵심구역을 제외하고 국내법에 의해 보호받는 지역, 생물다양성 보전이 고려되는 지역으로, 2009년 생태계 서식처로서 평가 결과 우수지역이면서 핵심구역 경계로부터 100m 이내 지역이 포함된다. 협력구역은 핵심과 완충 구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포함된다. 해안에서 5.5.km 이내 해양지역의 기준은 통발어업금지 구역 경계를 적용한 것이다. 

곶자왈 / 사진=고제량 제공 ⓒ제주의소리
곶자왈 / 사진=고제량 제공 ⓒ제주의소리

제주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주년을 맞아 2002년도 처음 지정할 때 수고했던 여러 사람들과 세계유산본부 한라산 연구부 생물권보전지역 담당부서 여러분들의 얼굴과 이름이 떠오른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고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오는 11월 14일 시리우스 호텔에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 20주년 기념식과 함께 청소년포럼, 생물권보전지역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념행사에서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전)유네스코 생태지국과학국장 미겔 클뤼제너-고트 박사의 기조 강연과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의 20년 발자취’를 제주특별자치도 생물권지질공원연구과 고정군 박사의 발표가 준비되어 있다.  

생물권보전지역 시작과 의미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던 1968년, 유네스코가 주최한 ‘생물권 자원의 합리적인 이용과 보전의 과학적 기초에 관한 정부 간 전문가 회의’(프랑스 파리)에서 ‘생물권’(biosphere)이란 용어가 국제사회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197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Man and the Biosphere Programme, MAB)이 시작되어 이듬해 개최된 유엔 인간환경회의(스웨덴 스톡홀름)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생물권보전지역은 추진되었다. 

MAB는 인간과 환경 간 균형 있는 관계를 촉진하고 개선하기 위한 과학적 토대를 구축하는 정부 간 과학 사업으로, 이를 위해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을 지정해 자연 보전과 지역사회의 사회・경제발전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이전 보호지역들과 달리, 인간의 활동과 생활도 환경의 일부로 보고 ‘자연환경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간 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생물권보전지역의 구분

지구에는 동물, 식물, 곤충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부터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미생물까지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이 서로의 삶을 도와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물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생물다양성이라고 하고, 이 생물다양성을 지키자는 것이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하는 의미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보전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며, 현명하게 이용하면서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만들어 간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이용이 자정 능력을 넘지 않으면서 수용력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보전, 발전, 지원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능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 구역, 3개 구역으로 나누어 관리 하고 있다. 핵심구역은 보전과 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사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제주도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동백동산 그 외 중요한 보호지역들이 포함되고, 완충구역은 말 그대로 보전구역과 협력구역의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연구, 환경교육, 생태관광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협력구역은 발전과 지원이 목표이고 주로 경제활동을 하는 곳이다. 

내창(하천) 트레킹 모습 ⓒ제주의소리
내창(하천) 트레킹 모습 / 사진=고제량 제공 ⓒ제주의소리

생물권보전지역의 혜택

생물권보전지역의 혜택으로는 간단히 네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자연과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지역의 자연자원을 적절하게 이용하게 되고 여기서 얻은 이익은 다시 환경보전에 활용함으로써 환경과 경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농업에서 토지를 어떻게 이용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점에서도 생물권보전지역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농업의 생물다양성 역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역주민 주도의 마을 사업들을 활발하게 한다. 자연환경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주민의 현명한 이용을 돕는 정책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생태관광, 지역 특산품 브랜드화,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등 자연을 브랜드로 지역주민들이 경제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한다. 

세 번째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돕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세계의 700여 개 생물권보전지역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각 지역의 문제점과 중요한 고민들을 연구나 모니터링을 통해 해결해 나가려 한다. 현재는 특징별로 네트워크를 섬연안지역 네트워크, 산악지역 네트워크, 건조지역, 도시지역, 사바나, 농업생태계 지역 네트워크, 열대림 네트워크, 동아시아네트워크 등이 현재 구성되어 있다. 제주도는 섬 연안지역 네트워크에 속하며, 사무국을 맡고 있다. 

네 번째는 생물권보전지역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지역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이라 하면 일단 청정지역으로 인식이 높으므로 지역 농산물이나 특산품 브랜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관광 브랜드로도 충분한 매력을 지닐 수 있다. 

제주 생물권보전지역 사업들

제주도에서는 2013년부터 생물권보전지역 사업을 부지런히 진행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생물권지질공원 연구과에서 주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생물권보전지역 생태관광 활성화 사업
현재 구좌읍 평대리 마을과 서귀포시 호근동 마을을 지원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지도와 생물권보전지역 청정 브랜드를 지역 공동체가 주체적으로 활용하면서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태관광 마을 활성화를 목표로 지원하고 있다. 이 정책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고 5년 동안 장기간 전문지원단체가 마을과 협력으로 진행시켜 나가고 있고 남원읍 하례리와 한경면 저지리가 현재 환경부 생태관광 지역 지정을 받고 독립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의 전문지원단체가 (사)제주생태관광협회이다. 

2. 생물권보전지역 브랜드 활용 사업
이는 지역 특산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네스코 브랜드와 청정 이미지를 활용하는 사업으로서 현재 32개 기업 53개 품목이 선정되어 있다. 우리 먹는 식품들을 잘 살펴보면 제주생물권보전지역 상표가 붙어 있는 것들이 있다. 선흘1리의 사회적협동조합의 고사리, 제주시산림조합 임산물유통센터의 건표고, 영농조합법인 제주다의 조릿대차, 아침미소의 수제요구르트 등이 있다. 이런 제품들은 여러 친환경 매장에 전시되어 공신력 있게 판매된다. 

3. 생물권보전지역 생태체험교육 프로그램
현재 제주도내 초, 중, 고 학생 대상 현장체험 프로그램 교육 진행을 매해 진행하고 있다. 

4. 세계 섬 연안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사무국 운영
기후변화에 취약한 세계 섬‧연안 생물권보전지역들이 공동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이며, 제주도가 사무국을 맡고 있다. 신탁기금을 만들어 기후위기에 공동대응하고 있으며, 현재 42개국 94개 지역이 참여하고 있다. 

5. 인식 증진 및 홍보를 위해 조형물과 안내판을 설치 
현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로고와 인증서를 포함한 상징물이 14개소에 설치되어 있고, 생물권보전지역 관련 어린이용 책이나 리플릿 제작이나 부스 운영을 하고 있다. 

6. 기후위기 대응
탄소 중립을 위한 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생물권보전지역

앞서서 살펴보았듯이 생물권보전지역은 단순히 지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와 지방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하여 꾸준한 정책 발굴과 주민참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생물권보전지역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해서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행동 같다. 생물권 안에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빌어 행정에서 담당자로 일하는 사람들과 마을에서 생물권보전지역 생태계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주민들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우리 모두 함께 맞이하는 11월은 제1회 세계생물권보전지역을 기념하고, 제주생물권보전지역 20주년을 축하하며 다시 생물다양성과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을 마무리하며 생물권보전지역 안에 생명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동박새, 긴꼬리딱새, 팔색조, 두점박이 사슴벌레, 제주고사리삼, 제주비바리뱀, 맹꽁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구상나무 ...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 곁의 생명들이다. / (사)제주생태관광협회장 고제량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