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에서 제주 극단들의 신작을 만나는 자리가 열린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제7회 더불어-놀다 연극제’가 13일부터 20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시간은 모두 저녁 7시이며, 17일과 19일을 공연이 없다.

더불어-놀다 연극제는 제주 극단을 비롯해 타 지역 초청 작품을 함께 소개해온 공연 행사다. 올해는 제주지역 극단 6곳이 참여하는데 정낭극장·예술공간 오이를 제외하고 모두 새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 13일 극단 퍼포먼스단 몸짓

첫 순서는 극단 퍼포먼스단 몸짓이다. 13일 일요일 ‘내가 멜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를 공연한다. 류수현 작, 강종임 연출.

제사를 준비하는 시어머니 윤희와 며느리 숙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제사상 차림새가 못마땅해 투덜대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익숙한 듯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서로 아옹다옹 거린다. 그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측은지심도 느껴진다.

퍼포먼스단 몸짓은 이번 작품에 대해 “시어머니와 며느리, ‘고부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갈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하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 그 갈등 이면에 정과 그리움, 추억, 희노애락이 진득하게 녹아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출연진은 강종임(시어머니 역), 고수연(며느리)이다. 

무대감독은 강은경, 조명은 강유정, 음향은 김도희, 진행은 강현주-이청 등이다.

# 14일 극단 예술공간 오이

극단 예술공간 오이는 14일 월요일 ‘자의적 의자’를 공연한다. 전혁준 작, 고승유 연출.

단원이라곤 4명밖에 없는 작은 극단에서 다음 작품 준비로 연습이 한창이다. 연출가 석민은 의자에 집착한다. 그런 그의 작품을 연습하는 도중, 불만을 갖게 된 대표 한별이 작품을 엎자고 한다. 이에 단원인 민수와 지선도 동의한다. 석민이 의자에 집착하는 이유를 듣고는 각자 의자를 주제로 한 작품을 쓰고 연출해보기로 하는데….

예술공간 오이는 “우리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졌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들을 스스로 던지고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은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그 생각들을 서로 나누었으면 한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출연진은 김경미(한별 역), 이진혁(석민), 황보성종(민수), 홍혜민(지선)이다.

# 15일 극단 세이레

극단 세이레는 15일 화요일 ‘경로당 폰팅사건’을 공연한다. 이충무 작, 정민자 연출.

어느 날 장수아파트 경로당에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자 경로당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전화 내역을 확인한 결과 그것이 폰팅 때문임을 알게 되고 경로당 사람들은 누가 폰팅을 했는지 찾아내기 위해 한 바탕 소동을 벌인다. 경로당 분위기도 점차 험악해져 가고 서로를 의심하며 폰팅 도둑을 잡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는데….

세이레는 “뜻하지 않게 벌어진 일로, 서로 의심하는 일로, 혹시 가슴이 아픈 분들께, 혹은 버거운 삶에 힘들어하는 분들께, 한바탕 수다로 얼굴 가득 핀 미소로 토닥토닥 다독거림이 되길 바란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출연진은 강정균(성진 역), 김용규(태식), 김이영(논산), 이지선(포항), 이상숙(익산), 김애리(부녀회장), 임현정(무용강사), 이창수(한전나) 등이다.

조연출 겸 조명오퍼는 박은주, 무대 제작은 강상훈, 음향오퍼는 이룻영실 등이다.

# 16일 극단 가람

극단 가람은 16일 수요일 ‘가로묘지 주식회사’를 공연한다. 황수아 작, 최우진 연출.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보다는 돈을 선택한 가로, 반대로 돈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같은 묘지 주인 세로, 임대료가 밀려 쫓겨날 신세에 빠진 순댓국과 립스틱, 강 건너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어쩔 수 없이 관으로 이사를 오는 청담동과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또 다른 세입자 연구원까지. 이들은 자신의 집을 얻기 위해 '가로묘지 주식회사'에 모이게 되는데….

가람은 “가진 자들의 횡포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설움을 표현하며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표현해 이러한 문제가 먼 미래일지, 가까운 미래일지, 아니면 현재일지 다시 생각해본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출연진은 강창현(가로 역), 서경하(세로), 권미리(청담동), 김선우(연구원), 고건하(순댓국), 이지윤(립스틱), 강민주(약혼녀), 정예은(경찰) 등이다.

무대감독은 전승규, 조명감독은 김성욱, 음향감독은 부요한, 무대크루는 임용호, 조명오퍼는 김선애, 음향오퍼는 고재영, 진행은 이현경이다. 총제작은 이상용 가람 대표가 맡았다.

# 18일 극단 파노가리

극단 파노가리는 18일 금요일 ‘아니, 그니까, 제 말은~’을 공연한다. 김수용·김영선·임청아 작, 김수용 연출이다.

평일 저녁 6시 32분, 재즈 음악이 은은하게 흐르는 3층 카페. ‘설래’는 땀을 흘리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땀에 젖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설래’는 화장실로 향한다. 그 사이, 쿵쾅쿵쾅 걸어 올라오는 ‘나인성’은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아 보인다. 머리가 만족스러운 ‘설래’가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그 뒤로 불편한 듯 들어오는 ‘유지성’과 소개팅을 위해 잔뜩 힘을 준 ‘고상해’가 곧이어 들어온다. 같은 공간에 모인 네 명,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정전. 과연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파노가리는 “이 작품은 소통의 부재를 다루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위주인 현대 사회 분위기를 꼬집어 본다. 원활한 소통을 통해 무너진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더 좋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출연진은 문재용(설래 역), 임청아(나인성), 김수용(유지성), 김영선(고상해)이다.

조명디자인은 문재용, 음향디자인은 김영선, 무대디자인은 임청아, 조명오퍼는 문재승, 음향오퍼는 김지희, 기획은 이혜숙, 총감독은 문무환이 맡았다.

# 20일 극단 정낭극장

극단 정낭극장은 20일 일요일 ‘사랑 그리고 만남’을 공연한다. 장일홍 작, 강한근 각색·연출.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엄홍규에게 자원봉사자 이옥분이 찾아온다. 엄홍규는 친절하게 말벗이 돼 주는 이옥분이 무척 고마우면서 어딘가 낯이 익다.

정낭극장은 “후회 없는 결혼 생활이란 과연 어떤 삶인가? 이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인내하며 이해하는 그리고 배려하는 삶이 아닐까”라며 “그 옛날 주지 못하고 가슴 한구석에 접어 두었던 추억 속의 사랑이 있다면, 살포시 꺼내어 가을의 정취를 맛보며 사랑의 길을 찾아 나서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소개했다.

출연진은 이광후(엄홍규 역), 조희란(이옥분), 유엄희(간호사)이다.

무대감독은 최은규, 음향은 홍승용, 무대는 채영철, 영상은 고재만, 의상은 문희숙, 분장은 김정선, 소품은 정미순, 음악은 오미경, 홍보는 이철우, 진행은 고봉준, 기획은 고동우가 맡았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