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제주비엔날레, 제주미술협회 제주미술제...11월 중순부터 본격 개최

입동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길목에서 제주 섬에 대형 미술 행사가 잇달아 열린다. 5년을 기다려 다시 열리는 제주도립미술관의 제주비엔날레와 서울부터 제주·서귀포까지 장소를 넓힌 제주미술협회의 제주미술제다.

해외 작가들의 색다른 감각부터, 섬에 뿌리내린 제주작가들의 시선까지 다채로운 미술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 제주비엔날레(11.16.~2023.2.12.)

16일 개막하는 제주비엔날레는 ‘제3회’로 표기한다. 2017년 9월 첫 제주비엔날레 개최 이후 두 번째 행사를 준비했으나 내부 혼선,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예술감독을 선임하고 주제·작가 선정까지 진행했으나, 결국 2021년 1월 제2회 제주비엔날레 개최를 취소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첫 행사 이후 5년여 만에 제3회 제주비엔날레가 열리게 된 것이다.

‘격년제 국제 미술행사’라는 본래 의미에 걸맞게, 이번 비엔날레는 16개국, 60여 작가들이 참여한다. 한국과 아시아권이 40여명, 북미 3명, 유럽 10명, 남미 3명, 아프리카 1명 등으로 구성됐다. 

강이연, 김주영, 박광수, 박형근, 최선, 윤향로, 이승수, 자디에 사(Zadie Xa), 레이첼 로즈(Rachel Rose),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 리크릿 티라바니자(Rirkrie Tiravanija), 팅통창(Ting Tong Chang) 등이다.

전시 날짜는 11월 16일부터 해를 넘겨 2월 12일까지로 잡았다. 전시 주제는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으로 정했다.

주제에 대해 주최 측은 “인류세 등 새로운 지질학적 시기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는 가운데 대안적 아이디어를 예술적으로 살펴보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시 주제는 자연공동체로서의 인류의 생존을 위한 삶의 태도와 예술적 실천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움직이는 달(Flowing Moon)’에 대해서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절기(節氣)를 만들고 생동하는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시간은 ‘움직이는, 흐르는 달’로 개념화했다”는 설명이다. ‘다가서는 땅(Embracing Land)’은 자연에서 호흡하는 객체들의 생기 있는 관계적 겸손함을 의미한다.

제3회 제주비엔날레를 총괄한 박남희 예술감독은 “자연공동체의 신화와 역사를 만들어온 양생(養生)의 땅 제주에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본래의 생명 가능성을 예술로 사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모든 객체가 함께 살기 위해 달의 우주적 관용과 땅의 자연적 공명을 실험하는 예술의 장을 열겠다”고 소개한다.

전시 공간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국제평화센터 ▲가파도 ▲제주시 원도심 등 10여곳이다. 주 전시장인 도립미술관은 내부뿐만 아니라 야외까지 미술관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전시를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퍼포먼스, 큐레이터 심포지엄, 예술 융합 포럼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주최 측은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걷고 호흡하고 낭독하는 행위”의 비중을 높이며 주제를 충실히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비엔날레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면서 이나연 도립미술관장의 거취도 주목을 모은 바 있다. 임기가 11월 18일까지라서 비엔날레 시작과 함께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 이에 제주도는 비엔날레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이나연 관장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 제주미술제(11.2.~11.29.)

제주미술협회가 주관하는 제26회 제주미술제는 지난 2일 시작해 29일까지 열린다. 전시 장소를 네 곳으로 나눠 각각 진행 기간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주 전시장 격인 제주문예회관 전시실은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다. ICC 갤러리는 9일부터 29일까지다. 산지천갤러리(4일~27일)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제주갤러리(2일~21일)는 이미 시작했다.

26년이란 역사를 가진 제주미술제는 제주미술협회 회원전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회원 소속 미술작가 뿐만 아니라 협회에 속하지 않으면서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까지 참여 폭을 넓혔다. 참가 규모는 200여팀에 달한다. 그렇기에 양은희 예술감독은 “동시대 제주미술의 다양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에서도 ‘제주다움’이 묻어난다.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는 ‘오름’을 주제로 제주, 서울 포함 전국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산지천갤러리는 제주지역도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들로 채워진다.

부대 행사로 미술 컬렉터, SNS채널을 통한 예술활동 홍보 등을 소개하는 특강도 준비돼 있어 창작자들에게 유용한 시간이 되겠다. 미술제 기간 동안 주 전시장인 문예회관 사거리에는 대형 LED 화면을 세우고,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라 주목을 끈다.

# 기타

이 밖에 문화공간 양, 아트랩와산, 심헌갤러리, 큰바다영瀛 등 제주 곳곳에 위치한 예술 문화 공간에서도 전시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2월에는 제주미술협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아트페어 ‘탐라국제아트페어’도 열릴 예정이라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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