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16)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박수기정. 대평리 주민들은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 대평에서 하루를’을 비전으로 내세워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박수기정. 대평리 주민들은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 대평에서 하루를’을 비전으로 내세워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드넓은 태평양을 향해 발달한 들판을 군산과 월라봉이 감싸 안아 아늑하고 정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 

마을 곳곳 나지막한 밭담 너머 푸른 생명의 물결이 굽이치는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에서 하루를 보내보는 일은 지친 일상을 달래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대평리를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 모두가 마을만들기 사업을 바탕으로 소통하며 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이곳은 그 밭담의 높이처럼 정감 있고 푸근하다. 

대평리의 밭담은 제주에 있는 다른 지역 밭담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밭담 넘어 어떤 작물이 자라고 있는지, 그 밭담 넘어 누가 있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또 높이가 높지 않으니 마을 전체가 조화롭다.

주민들은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 대평에서 하루를’을 비전으로 내세워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돌담, 즉 밭담은 제주의 중요한 농업유산으로 밭과 밭 사이의 경계를 표시하고, 거센 바람을 막아내며 흙이나 씨앗이 날려가는 것을 막거나 때로는 다른 밭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단절이 아닌 상생의 울타리인 셈이다. 

지난 2014년에는 UN 식량농업기구(FAO)가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함께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줘야 할 인류의 소중한 자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대평리 주민들은 유실된 돌담을 복원하고 스토리텔링 개발을 진행하는 등 돌담정비사업을 추진하며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 갈등을 없애고 돌담의 문화적 가치를 승화시켜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대평리 주민들은 유실된 돌담을 복원하고 스토리텔링 개발을 진행하는 등 돌담정비사업을 추진하며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 갈등을 없애고 돌담의 문화적 가치를 승화시켜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대평리 주민들은 이 같은 밭담, 돌담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실된 돌담을 복원하고 스토리텔링 개발을 진행하는 등 돌담정비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특히 원주민과 이주민 모두 참여해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돌담의 문화적 가치를 승화시킨 의미를 더했다.

제주밭담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난드르 돌담문화 학교’를 열고 실습을 진행하고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대평리의 돌담은 세계 농업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새로운 공동체의 복원, 자연경관을 활용한 수익 창출 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민들은 돌담을 활용한 특색있는 ‘돌담빵’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평리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시작부터 원주민과 이주민의 화합을 통한 새로운 마을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했기에 사업은 순항 중이다. 돌담빵의 레시피 역시 제빵사로 오래 근무한 원주민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주민들은 돌담빵과 함께 대평리 특산품인 마늘을 이용한 ‘마늘 콩피’도 개발했다. 마늘 콩피는 올리브유에 마늘을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이는 요리다. 이 레시피 역시 경험이 풍부한 주민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탄생했다. 

ⓒ제주의소리
주민들이 직접 개발한 '돌담빵'. 대평리 주민들은 이주민의 돌담빵 레시피와 아이템 제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면서 화합을 이뤄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대평리에서 하루를 보낼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민들은 공동체 활동에도 진심이다. 함께 김치를 담그며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담근 김치는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나 어려운 가정에 나눠주면서 의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마을주민 60여 명이 모여 ‘난드르마을협동조합’을 설립, 본격적인 마을만들기에 뛰어들었다. 협동조합은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어 지역 특산품을 판매, 주민들에게 소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량 생산되는 작물의 유통처를 마련해줘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고 품질 좋은,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김창남 대평리장 ⓒ제주의소리

김창남 대평리장은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돕기 위해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어 방문객들이 사갈 수 있게끔 할 것”이라며 “매장을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을 통해 매장을 운영, 관리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입 일부를 마을회에 지원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원주민과 이주민 모두 하나 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보자는 뜻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시작으로 돌담을 통해 소통의 장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김 이장은 “농촌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농촌 공동체가 활성화된다면 제주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제주만의 특색있는 정주 환경을 어떻게 보존하고 복원할 것인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평리는?

대평리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남쪽에 있는 해안마을로 1개의 행정리와 2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된 푸근한 마을이다. 군산과 월라봉, 박수기정 등 절경을 자랑하는 자연환경이 있다.

대평리 서쪽은 수직의 높은 절벽이 형성돼 있으며, 북쪽은 군산오름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남쪽으로는 아아용암류 해안선 넘어 넓고 푸른 바다 경관이 펼쳐진다. 

인구는 올해 7월 28일 기준 627명으로 가구 수는 370가구다. 마을은 조선시대 설촌된 것으로 파악되며, 조선시대에는 연리(예래리)에 속하기도 했다. 반농반어의 전통적 농어촌 마을로 대표작물은 감귤과 마늘, 양파 등이다. 

주민들은 마을회, 청년회, 부녀회, 노인회, 어촌계 등 다양한 공동체를 조직해 살아가고 있으며 ‘해녀공연단’과 ‘난드르밴드’는 마을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해녀 노래와 향토 문화를 전승하고 있는 해녀공연단은 관광객, 올레꾼, 지역주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7년 결성된 난드르밴드는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밴드로 해녀공연단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10년 사이 이주민이 크게 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해나가고 있다.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 자립베스트마을 경관 사업, 사랑의 김치 만들기, 농업환경보존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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