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진중한 접근, 여운을 남기는 함축적인 표현으로 주목받는 제주 미술작가 이지유가 개인전을 연다.

‘The Vessel 이지유 개인전’은 16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린다.

전시 명칭에서 ‘Vessel’은 배, 그릇, 혈관 등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로 제주와 일본을 오간 선박을 의미한다.

/ 사진=이지유
밀항, 2022 / 사진=이지유
/ 사진=이지유
밤의 이주, 2022 / 사진=이지유

이번 전시에 대해 주최 측은 “식민과 제국주의 그늘을 피해 갈 수 없었던 해방 이후에도 국가폭력을 피해 계속된 이주와 그사이를 오갔던, 그리고 아직 귀환하지 못한 밤의 이주민들, 재일제주인 1세대의 목소리를 전한다”고 소개한다.

전시 작품 구성은 1개의 싱글채널 비디오, 7개의 종이에 잉크젯프린트 된 드로잉이다. 이를 통해 혼돈의 시기,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넌 이들을 조명한다.

작가는 전시 설명에서 “바다는 장벽이자 통로이다. 근대적 세계화는 이 바다를 이용한 수송 과정을 통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선박을 이용한 그 과정은 예상치 못한 폭력성을 동반했으며, 결국 근대의 세계화는 폭력의 세계화가 됐다. 그 폭력의 한 가운데 제주를 다니던 기미가요마루(군대환)는 제국주의 이름을 달고 제주와 오사카를 연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과 물자의 이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꿈을 찾는 사람들의 이주라는 양면성을 지녔던 이 이주의 과정은, 본질적으로 식민과 제국주의 그늘을 피해 갈 수 없었다. 해방 이후에도 국가폭력을 피해 이 이주는 계속됐다”는 전시 배경과 함께 “The Vessel은 근대적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벌어진 바다를 이용한 수송 과정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폭력성을 동반된 폭력의 그늘에 있던 이들을 이야기 한다”고 소개했다.

/ 사진=이지유
검은 바다, 2022 / 사진=이지유
1945 산지항, B-29   2022 / 사진=이지유
1945 산지항, B-29   2022 / 사진=이지유

이지유는 제주대학교, 서울대학교(서양화, 미학)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런던예술대학에서 Fine Art를 전공했다.

2009년 첫 전시 ‘또 다른 기념비들’을 시작으로 장소와 역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아카이빙을 통해 작품으로 표현해오고 있다. 2017년 제주비엔날레 ‘투어리즘’,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낯선 전쟁’ 전에 참여했다.

2019년 재일제주인에 관한 5년간의 작업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 ‘돌아오지 않는 배’를 출간했으며, 지난해는 ‘이재수 실기-야월의 한라산’(이순옥, 조무빈 저/1932, 오사카)에 대한 이미지와 편역 작업도 출간했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제주시 관덕로 3길 15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