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파도가 거친 깜깜한 새벽 바다도 아닌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 길거리에서 157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다시 일어났다. 국민들은 애통과 참담 사이에서 진정한 애도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8년 전 세월호 참사의 애도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애도 기간까지 정해준다. 참사를 참사라 하지 못하고, 희생자를 희생자라 하지 못하고, 근조를 근조라 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찌 글로 표현해야 할지 처연함이 온다.

‘국가 애도’라는 이름으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슬픔 이외의 어떤 말도 하지 말라는 이 폭력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부 측 책임자들과 여권 인사들의 이해불가 대답들 속에서 참사를 바라보는 그들의 속내를, 민낯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용산구청장의 말, 행안부 장관의 말, 대통령실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언어들, 그리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외신기자회견장에서의 영어 농담과 웃음들을 실수라고 생각할 국민들은 없다.

이어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으로 마무리돼는 이들의 태도에 국민들은 아주 작은 소망마저 완전히 내팽개쳐졌다. 그들에게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의 삶과 슬픔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딴 세상 얘기인 듯하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같은 하늘에서 공기를 나누어 마신다는 사실 마저도 불편하다. 

이제 그들을 믿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물어야겠다. 진정한 추모가 될 때까지 이 질문들을 해야겠다.
“왜 죽었는가?”, “막을 수 없었는가?”, “구할수 없었는가?”, “안타까운 죽음 줄일 수는 없었는가?” 그리고,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스스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겠다.

“국정조사는 수사권이 없어서 무의미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나중에 하자”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국정조사라 할 때 국정이란 입법·사법·행정을 포함하는 모든 국가작용을 의미하며 ‘조사’란 필요한 사안에 관한 확실한 사실, 즉 증언·기록·자료 등을 수집하고 그 사실을 평가, 판단하는 작용을 포함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국정조사는 사회 전체적인 구조적 맥락에서 참사 발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것이지 책임자 개인을 수사하고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참사와 개별적 사건의 개념을 뒤죽박죽 버무려서 책임을 회피한다. 본질적 원인을 의도적으로 덮으려는 악의적인 행태이다. 이들이 국민을 얼마나 어리석은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그 과정에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하여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검사와 특권층 엘리트들로 구성된 정권에서 객관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검찰의 특성상 예방이란 없다.(물론 검찰 조직에 대한 안전에는 철저하게 예방한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와 처벌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검사제도는 정규 수사의 주체인 검찰의 고위 간부 또는 정규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공직자가 수사 대상이 된 경우 정규 검사에 의한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에 실시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전반적인 국정조사와 객관적인 특검 구성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가 책임의 소재가 명확히 밝혀졌을 때 우리 국민들은 진정한 애도가 가능할 것이다.

안전은 다른 무엇보다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인간의 필요이고 국가의 존재 이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입니다. 국민들께서 안심하실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문윤택. ⓒ제주의소리
문윤택. ⓒ제주의소리

이태원 참사는 그 얘기 후 불과 2개월 만에 국가가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일어났다. 이번 참사는 시스템이 없어서 이거나, 공무원 개인의 일탈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냥 행정의 부재였다. 정치의 부재였다. 결국 국가 역할의 실종이었다.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에 국민들은 의지할 곳 없어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그나마 반성의 여지라도 있는데,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어버리는 이 상황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참사 희생자 분들,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전 제주국제대 교수 문윤택(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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