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락시장 상인들 “아직도 비상품 감귤 많이 출하…당도 낮은 상품 그만”

3000원에 팔린 제주 감귤 5kg…서울 가락시장 상인들의 애정 섞인 쓴소리

 

제주에서 출하된 감귤 경매가 진행중인 12월1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출하된 감귤 경매가 진행중인 12월1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전국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가락시장의 도·소매 상인들이 제주 감귤이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품질’이 좋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조기출하된 8브릭스 수준의 감귤은 소비자들 입맛에 맞지 않아 낮은 가격대가 형성됐다는 지적과 함께 매년 12월1일이 감귤데이인 것처럼 12브릭스 이상 당도의 감귤 출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친 12월1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경매현장은 대낮처럼 밝았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도소매 시장으로 꼽히는 가락시장에는 오전 2시와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는 “경매가 시작된다”는 안내와 함께 5개 업체가 일제히 경매를 시작했다. 배와 감, 방울토마토, 딸기 등 품목이 가득한 곳에서 제주에서 출하된 각종 이름의 감귤이 눈에 띄었다. 

경매사가 제주 감귤을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경매사가 제주 감귤을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경매사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 제주 만감류. 같은 kg의 황금향이지만, 1개는 1만1000원, 다른 1개는 6000원에 거래됐다. ⓒ제주의소리
경매사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 제주 만감류. 같은 kg의 황금향이지만, 1개는 1만1000원, 다른 1개는 6000원에 거래됐다. ⓒ제주의소리

상인들은 감귤 상자를 뜯어보고 직접 상품을 확인했다. 몇몇은 직접 맛을 봐 감귤을 평가했다. 

경매사가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시작하자 제주에서 출하된 감귤이 순식간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가격대는 다양했다. 육안으로 확인된 가장 낮게 판매된 감귤의 가격은 5kg 1박스 3000원. 

감귤 한 박스가 3000원에 판매되는 농협가락공판장 현장을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강승표 농협 제주본부장과 각 지역농협 조합장 등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에 농협 소속 경매사는 “오늘 제주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셨는데, 가격이 너무 낮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인들이 경매장에서 제주 감귤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상인들이 경매장에서 제주 감귤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감귤데이인 12월1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 제주 감귤 경매장 모습.  ⓒ제주의소리
감귤데이인 12월1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 제주 감귤 경매장 모습.  ⓒ제주의소리

오영훈 지사도 직접 상인들을 향해 “감귤 농가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좋은 가격에 매입해달라”며 “국민 비타민 제주감귤을 사랑해달라. 제주도민들이 가락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다독였다. 

경매가 마무리되고 이어진 제주도와 농협, 가락시장에 입점해 있는 한국청과·동화청과·중앙청과·서울청과·농협가락공판장 소속 직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제주 감귤을 향한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아직도 비상품 감귤 출하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가락시장 상인들은 제주 온주밀감 명인으로 선정된 농민 강만희씨의 이름을 언급하며 ‘품질’을 강조했다. 2021년 제주도 농업인상 감귤 부문 수상자인 강씨가 출하한 감귤은 3kg 1박스가 7만5000만원 판매돼 역대 최고값을 기록한 바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상인들을 향해 제주 감귤을 좋은 가격에 매입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상인들을 향해 제주 감귤을 좋은 가격에 매입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오른쪽 밑)가 제주 감귤 경매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오른쪽 밑)가 제주 감귤 경매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이사는 오영훈 지사를 향해 “최근 8브릭스 짜리 극조생감귤이 출하됐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제주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은 8브릭스 당도의 감귤을 절대 선호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과일을 통틀어 평균가격이 가장 낮은 품목이 감귤이다. 낮은 가격에도 제주에서는 감귤을 꾸준히 출하해줘 안타까움도 있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크다”며 “소비 트렌드가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강만희씨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5kg 박스가 위주지만, 3kg 수준으로 소(小)포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도와 농협, 가락시장 상인과의 간담회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도와 농협, 가락시장 상인과의 간담회 모습.  ⓒ제주의소리

이 전무이사는 “특히 어린 아이들의 입맛을 잡아야 한다. 주요 과일 구매층은 여성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녀에게 과일을 먹이기 위해 구매한다. 어린 아이들은 당도가 높은 과일을 선호한다. 제주 감귤도 트렌드에 맞춰 높은 당도의 좋은 품질의 상품 위주로 출하해야 한다. 산지에서 경쟁력이 없는 과일은 소비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가락시장 상인들의 지적에 오영훈 지사는 “속이 많이 상한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 지사는 “농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고품질 감귤 생산을 장려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느껴지지 않아 무력감이 든다. 트렌드를 좇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감귤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이사가 제주 감귤을 위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br>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이사가 제주 감귤을 위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농협에 따르면 2022년산 제주 감귤의 출하량은 작년보다 15% 늘었지만, 가격은 10~15% 정도 하락했다. 5kg 1박스당 평균 6000~8000원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농협 측은 올해 감귤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이태원 참사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전국적으로 11월 기온이 높아 감귤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주간 날이 덥고, 습도가 높아 감귤이 부패하는 사례가 늘었다. 

기온이 떨어지는 12월부터 감귤의 상품성이 높아져 덩달아 가격 상승도 기대되지만, 당도가 높지 않은 한라봉과 천혜향 등 만감류의 본격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상승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2023년 1월에 있는 설날 대목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장에서 찾은 답은 명확했다. 품질이 떨어짐에도 무턱대고 조기 출하하는 감귤 농가가 많아질수록 전체적인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 고품질의 상품을 출하해야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점이다. 감귤 농가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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