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 "법인격 없는 행정시, 문제 소지 있어" 검토의견 제시

서울 양재동에서 진행되는 제주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행사. ⓒ제주의소리
서울 양재동에서 진행되는 제주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행사. ⓒ제주의소리

2023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앞두고 모집 주체를 제주도뿐만 아니라 행정시인 제주시·서귀포시를 포함하는 법 개정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검토 의견이 나왔다. 특별자치도 통합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진 제주의 설움이 재현될 지 우려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방 및 농어촌 지역의 재정을 확보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는 제도로,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고향 또는 타 지자체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부 시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와 기부금의 30% 한도 내에서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고향사랑 기부금 모집 주체가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로 규정되면서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제외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주의 경우 광역·기초 지자체가 별도로 모금하는 타 지역에 비해 지방재정 확충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은 고향사랑기부금 모집 주체에 행정시를 포함하도록 하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내부검토 단계에서 부정적 의견이 제시돼 법개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제출한 위성곤 의원 발의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는 "기부자에게도 직접 제주시, 서귀포시를 선택해 기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고향사랑기부금법'은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에 따른 독자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한 '지방자치법' 상의 지방자치단체를 상정해 제정된 법률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지자체가 아닌 행정시로 하여금 독자 기금을 설치·운용할 수 있게 할 경우, 법인으로서의 지자체를 전제로 한 '지방자치법' 및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른 기금관련 규정이 적용될 수 없어 고향사랑 기금의 설치·운용이 어려운 문제가 있고,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가 기부금의 납부 및 접수라는 법률 행위에서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또 "'고향사랑기부금법' 내 규정과의 상충 가능성을 보면 현행법 제9조와 제11조는 답례품의 종류와 고향사랑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조례 제정권이 없는 행정시가 이를 이행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개정안과 같이 지자체의 범위에 행정시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회는 "특정 행정시를 지정해 기부된 기부금의 전부 또는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제주특별자치도 고향사랑 기금에 적립하되, 해당 행정시를 위한 재원으로만 사용하도록 특별자치도 조례로 정하는 방안 등도 있다"고 우회 방안을 제시했지만, 선결 조건이 돼야 할 '특정 행정시를 지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이마저 요원하게 됐다.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행정시의 경우 자체적으로 기금을 조성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향사랑기부 주체에 제주시·서귀포시를 포함시키는 안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회는 지자체의 범위에 행정시를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행정시장은 제주도의 집행기관이므로 고향사랑 기부금 광고 및 모집 활동은 할 수 있고, 이 경우 제주도 내 특정 행정시를 위한 기부행위를 장려하고 해당 행정시의 답례품을 광고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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