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문화자치 혹은 문화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하는 서울시 같은 문화인프라가 다양한 환경에서야 선택지는 무궁무진할 수 있겠지만, 아직 도시화에 편입되지 못한 채 도심공동화를 겪는 우리 동인 경우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고, 우리가 가진 문화자원의 한계도 느끼고 있다. 

우선 현재 마을문화 생태계를 살펴보면, 온통 중앙하달식 행정관습이 몸에 베인게 많다. 정부보조금만을 보고 문화컨텐츠에 달려드는 생계형 문화조직부터 예산실적을 위해 급조해서 만들어진 문화사단법인 등 그동안의 문화정책은 흡사 실패했던 과거의 중앙하달식 정책사업과 많이 닮아 있다. 

거기다‘문화’라는 단어의 무게는 어느날 거창한 한류문화라는 흐름으로 각 개인이 갖고 있던 정체성, 또 각 마을이 갖고 있는 독창성과 고유성까지 일순간에 덮어버렸다. 

지나친 관 중심의 문화창달정책 역시 문화자치의 장애벽이다. 일부 문화담당 행정가들은 마치 문화정책이 전문가스러워야 하고 너무 어렵고 위대하게 접근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실상 문화는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주민 모두의 것이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범한 주민들이 문화놀이터로 쉽게 접근하고 향유하게 하는게 더욱 중요한 ‘문화자치시대’다. 

문화불모지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마을을 하나의 캠퍼스로 보고, 각각의 마을동아리를 찾아 나서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람을 잇고, 관계를 잇고, 마음을 이어, 마을을 이어나가는 작업부터 시작한 셈이다. 

이렇게 모아진 구성원들은 수평적 협치관계를 기반으로 자율성과 민주성을 함께 부여하고, 문화공동체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구성원이 문제해결방식을 함께 찾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렇듯 마을단위에서의 문화자치는 마을내 숨은 보물찾기로 접근하는 첫 번째 발전적 전략의 출발이기도 했다

오래된 골목, 저녁이면 일찍 어두워지는 조용한 동네에서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드럼연주를 시작하고 마을카페에서 인문학 이야기 꽃이 피어나고 환해져,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기쁨을 나누는 작은 기적이 시작되고 있다. 

이는 평범한 일상들이 문화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고, 주민들 삶의 공간인 골목을 설레게 하는 문화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매머드급 기획으로 동네를 문화예술마을로 조성하거나, 전문가들만의 네트워킹으로 만들어진 위대한 기획물이 아니라 동네주민을 위한 문화가 필요하고 주민 한 명 한 명마다의 문화향유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주민 각 개인들의 문화지수, 문화향유력이 높아져야 문화자치로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자치를 위한 행정지원도 지금보다 더욱 낮게, 따뜻하게, 친절하게 주민들이 사는 골목 안까지 문화혜택이 스며들도록 변화해야 한다. 

고봉수 용담다목적생활문화센터장
고봉수 용담다목적생활문화센터장

‘문화자치’가 전문가들의 가르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주민들에 의해 각 마을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정체성을 끄집어 내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는 중앙행정과 같은 높은데서가 아니라 마을마다 골목의 낯익은 주민들이 서로 만나 스스로 즐기는 자생력에서부터 시작돼야 가능할 것이다.  

주민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마을음악밴드, 주민강사 및 마을동아리 육성이나 멘토와 함께하는 인문학 토론, 마을문화포럼, 아나바다 알뜰 나눔장터 등이 설레는 감동과 기쁜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골목골목 생활 속 문화로, 또한 주민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문화놀이터로 행복한 문화생태계가 이번엔 제대로 복원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곧 ‘문화자치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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