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언론인클럽 고홍철 부회장, 시사평론집 ‘돌소리 바람소리’ 발간

제주에서 40여 년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고홍철 부회장(제주언론인클럽)이 첫 시사평론집 <돌소리 바람소리>(도서출판 도화)를 펴냈다. 

이 책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까지 지면을 통해 보도된 기사, 논평들을 455쪽에 걸쳐 담았다. 글 구성은 총 6부, 17장으로 이뤄져 있다. ▲정치판의 사상 논쟁과 지역감정 등 이른바 색깔론 중심으로 담은 냉전시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멀지만 가깝게 착시하는 미국에 대한 애증의 단면 ▲민권과 국권, 그리고 제주4.3 ▲지방화 시대의 빛과 그늘, 지방자치에 대한 단상 ▲난개발로 시달리는 제주 자연과 환경의 가치들이다. 

구성에서 알 수 있지만, 저자가 밝히는 내용들은 오늘 날 제주의 중요한 사안과 갈등들의 태동을 짐작케 한다. 

주민들로서는 누가 선동해서가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가 물러갔으니 이제 하나가 된 정부, 하나가 된 통일 조국을 염원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다. 오히려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현지의 노력과 호응이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 사태를 전대미문의 비극으로 몰고간 데 그 잘못과 책임이 있다.

따지고 보면 비극적인 일 모두가 미군정이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러함에도 미국 정부가 당시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니 안 될 말이다.

- 1999. 12. 27. <제주4.3과 미국정부―“미국 정부 책임없다”는 주한 미 대사>


사실이 그렇다. 금싸라기 같은 지하수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겪고 있는 ‘수난’을 봐도 그렇다. 풍력발전 사업과 용암 해수 개발 등을 둘러싼 작금의 시행착오들이 그것이다.

청정에너지 생산도 좋기는 하지만 도대체 섬 곳곳에 마구잡이로 철탑을 세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터만 골라 놓고 땅장사나 하고 있으면 그것이 개발인가. 그러고도 탄소제로의 섬, 세계 환경 수도를 운운할 수 있는 것인가. 

그냥 빨대를 꽂아 놓고 쉴 새 없이 빨아대고, 그러고 나서는 아무렇게 버려 버리는 어린이들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자본주의 원칙을 무시한, 파괴적 산업자본주의 관행에 익숙한 탓이다.

- 2013. 2. 27.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자연자본주의―제주섬은 장풍득수의 명당자리다>

책 소개에서는 “1980년대 정치 비평이 거의 부재하던 시대부터 제주의 일간지 기자로 시작한 저자는 사회부 정치부를 누비던 베테랑 기자였다. 항상 제주를 중심에 둔 젊은 기자의 시선은 사회 정치의 안보이는 영역들까지 굵고 날카로운 안목과 필치로 시대를 훑고 기록해냈다”면서 “그 시대, 기자가 듣고 응답했던 소리이기도 하지만 제주가 직면한 여러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반드시 포함시켜서 되돌아봐야할 제주의 한 줄기라는 점에서 곱씹게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했던가. 부끄럽고 염치가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오래 전에 쓴 글들이어서 망설였다. 그래도 민낯을 내민 것은 고향의 대선배이기도 한 고시홍(소설가) 선생님의 힐난과 격려에 용기를 얻어서”라며 삽화를 그린 고용완 화백, 출판사,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출신인 저자는 세화고, 동아대 법학과를 나와 언론계에 입문했다. 기자 생활은 제주신문에서 시작했지만, 신문은 폐간된다. 동지들과 함께 제민일보를 만들었고, 언론사의 꽃인 편집국장까지 지냈다. 현역 기자 시절 한국기자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 시작도 그의 숨결과 함께였다. 제주의소리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지금은 자문위원으로 한발 물러서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주고 있다.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회장, 제주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언론인클럽 부회장과 제주4.3평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450쪽. 도서출판 도화,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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