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2022년을 짙은 여운의 1인극 무대로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는 제주 배우 고가영의 모노드라마 ‘로라의 유리동물원’이다.

극단 가람은 24일과 25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연극 ‘로라의 유리동물원’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의 대표작 ‘유리동물원’을 참고로 한국 극작가 겸 연출가 송윤석이 쓴 작품이다. ‘유리동물원’ 이야기가 끝나고 몇 년 뒤의 시점을 등장인물 중 하나인 ‘로사’의 시점으로 진행한다. 일종의 ‘속편(sequel)’인 셈이다.

‘유리동물원’은 1930년 즈음 대공황이 들이닥친 미국의 하층민 가정을 그린 작품이다. 엄마, 첫째 딸 로라, 막내아들 톰까지 셋이서 지내는 어느 가정. 아빠는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 누나를 위해 동생이 남자를 초청하면서 온 가족은 들뜬 분위기지만,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약혼녀가 있었고 집안 분위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로라의 유리동물원’은 여기서부터 몇 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한다.

소아마비를 앓는 로라(배우 고가영)가 군수공장에서의 고된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빠는 일찌감치 소식이 끊겼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톰마저 집을 나가버렸다. 몸져누워 앓는 엄마와 오랜 기간 방치 해둔 유리 동물들만이 로라의 전부였다.

송윤석은 이 작품을 2012년 배우 하소울과 함께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한 바 있다. 1년 뒤에 앵콜 공연까지 가졌는데, 극단 가람이 초청해 제주에서도 공연한 바 있다. 이번 제주 공연도 송윤석이 연출을 맡는다.

그는 작품 소개에서 “원작 ‘유리 동물원’은 로라의 남동생, 톰의 회상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니만큼 로라의 내면을 그려내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이 극은 원작을 적잖이 비틀었다. 로라를 위한 새로운 에피소드도 첨가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원작 속 인물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물들만큼이나 오해의 여지가 많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공연에서 획일화돼 그려져 왔다. 이 공연은 작가의 진실에 다가가 보고자 하는 또 다른 시도의 결과물”이라며 “제겐 친정과 같은 극단 가람의 옛 식구로서 후배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출연 배우는 로라 역의 고가영(52)이다. 연극 ▲들꽃여인 의녀반수 김만덕(2011) ▲후궁박빈(2019) ▲가슴 아프게(2019) 등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8년에도 자신의 삶을 반추한 모노드라마 ‘인생의 주연배우’를 공연할 만큼 출중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고가영의 단독 무대를 위해 극단 가람 식구들이 발 벗고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조연출은 이승준, 무대감독은 이병훈, 조명감독은 정현주, 음향감독은 최우진, 음향오퍼는 김상철, 조명오퍼는 최선이, 분장은 강정임, 의상은 박선미, 무대크루는 김병택와 박경대, 공연 진행은 김룡, 김금희, 신재연, 강민주가 맡는다. 기획·홍보는 김솔지이며, 총제작은 이상용 가람 대표가 맡는다. 

공연 일시는 24일(오후 7시), 25일(오후 4시) 두 차례다. 관람료는 일반 1만5000원, 청소년(중학생~고등학생 나이) 1만원이다. 중학생 나이 이상부터 관람 가능하다. 예매는 전화(064-722-0794)로 받는다.

이번 공연은 제주메세나 매칭그란트사업의 일환이다. 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 농업회사법인(주)제주송키, 제주도, (사)제주메세나협회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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