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49) revise

revise [riváiz] v. 고치다, 개정하다    
잘못허믄 고쪄삽주
(잘못하면 고쳐야 한다)


2022 임인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과이불개’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도록 하자. / 사진=픽사베이
2022 임인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과이불개’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도록 하자. / 사진=픽사베이

revise는 re- “다시(=again)”와 vis “보다(=to see)”의 결합이다. 이 vis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vision “시각”, visit “방문하다”, devise “궁리하다”, advise “충고하다” 등이 있다. revise의 어원적 의미는 “다시 보다”이다. 자신의 행위를 다시 한번 되돌아봄으로써 잘못된 부분(errors)을 찾아 고치거나, 생각을 바꾸거나(change one’s mind), 좀 더 나은 쪽으로 개정(reform)한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survey) 하여, 올 한해 한국사회를 보여주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make a mistake but couldn’t correct it)”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인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잘못(fault)이다”라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에도, 연산군이 소인(a man of small character)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courtiers)이 반대했지만 그런 잘못을 고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과이불개’라고 비판하는 대목이 실려있다.

‘과이불개’를 꼽은 이유(reason)에 대해서는 “여당(ruling party)이든 야당(opposition party)이든, 자기 잘못이 드러나도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야당 탄압이다'라며 남탓(blaming others)만을 하거나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에 급급하면서 그걸 고치려곤 하지 않았다”,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민생(people’s livelihood)은 없고, 당리당략(party interests)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political strife)만 앞세운다", "자성(self-reflection)과 갱신(renewal)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은 소인배의 길" 등이라고 비판했다.

‘과이불개’ 이외에도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2위·14.7%),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instability)'이라는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3위·13.8%),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4위·13.3%), '좁은(narrow)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5위·7.4%)이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되었다.

사실, 잘못을 알고 고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무서운 죄(the most fearful sin)는 뛰어오지 않고 슬금슬금 기어서(crawl) 온다”고 했거니와, 습관적으로(habitually) 저지르게 되는 죄에 대해서는 더욱더 많은 반성(reflection)과 각성(awakening)이 필요한 법이다. 2022 임인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과이불개’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도록 하자. 나의 이기적인 습관(selfish habit)으로 인해 남에게 피해(damage)를 준 적은 없는지, 무심히(indifferently) 말하는 습관으로 인해 남에게 상처(psychological wound)를 준 적은 없는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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