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와 그림책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을 병행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제주 작가 김영화가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일보는 2022년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을 5개 부문 6종을 최근 선정·발표했다. ▲저술(학술, 교양) ▲번역 ▲편집 ▲어린이·청소년으로 나눠 수상한 가운데, 김영화 작가의 그림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이야기꽃, 2022)은 어린이·청소년 부문에 《토마토 기준》(문학동네)과 공동 수상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한국출판문화상은 1960년 제정된 상으로, 한 해의 출판물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는 책을 뽑는다.

이 책은 제주민예총과 탐라미술인협회가 진행한 기획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을 소재로 다뤘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에서 4.3을 기억하고자 하는 예술인과 마을 주민들이 조 농사를 지어 수확한 뒤, 제주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어 4.3 영령들에게 바치는 기획이다. 장소에 얽힌 역사성과 함께 시간과 정성, 의미까지 더한다는 측면에서 우수한 기획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진행하면 3년째를 맞는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을 펴낸 이야기꽃출판사는 “김영화의 그림은 조농사의 여러 과정들을 일기처럼 기록한 것이다. 잡초를 뽑다가 올려다본 풍경 새벽에 마주한 잃어버린 마을의 흔적, 나무와 풀들, 새 그리고 바람…. 잃어버린 것은 마을 뿐만이 아니다. 기억, 시간을 포함하여 어떤 시기의 모든 것들이다. 지금 망각에 익숙해진 한국사회에서 ‘잃어버린 마을’은 지울 수 없는 흔적이자 단초”라고 소개했다.

김영화 작가는 한국일보와 가진 수상 기념 인터뷰에서 “출간을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낱장이 쌓이면서 어엿한 책 한 권 분량이 나왔다”며 “끝날 때까지 결말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작가에겐 큰 도전이었지만 그래서 모든 순간을 강렬하고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취지를 전했다.

김영화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배우고 자랐다. 한라산이 내어주는 것들과 마주하며 그림을 그린다. 저서로 그림책 ▲큰할망이 있었어 ▲노랑의 이름 등이 있다.

주요 전시는 ▲큰할망이 있었어(2016) ▲4.3미술제(2012~2022) ▲잿빛 바람의 시간(2017) ▲사이의 시간 - 지옥의 강을 넘다(2020) ▲노랑의 이름 출간 기념 원화 전(2020) 등이 있다. 이번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뿐만 아니라 《큰할망이 있었어》는 2016년 세종도서로 선정되는 등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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