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29일, 31일 설문대문화센터서 예선대회...세이레, 오이, 가람 참여

제주 극단들이 공들여 준비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에서 가장 큰 연극행사인 ‘대한민국연극제’의 제주 대표로 참여하기 위한 예선 대회가 3월 말에 열린다.

제주연극협회는 3월 24일, 29일, 31일까지 3일에 걸쳐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대회―제28회 제주연극제>를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연다고 밝혔다. 시간은 모두 오후 7시 30분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예선 대회를 거쳐, 우승한 팀들이 다시 겨루는 경연대회다. 국내 최대 연극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연극협회 소속 극단들이 참여하는데 올해 제주대회에는 3팀이 참여한다. 극단 세이레, 예술공간 오이, 가람이다. (공연 날짜 순)

특히 올해 대한민국연극제 본선이 22년 만에 제주에서 열리면서, 안방에서 타 지역 대표 극단들과 실력을 겨루는 더욱 특별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본선 일시와 장소는 6월 16일부터 7월 7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블랙박스공연장 비인까지 세 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제주 예선 대회에서 세이레와 가람은 서울연극제, 대한민국연극제 등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검증받은 우수한 작품을 택했다. 예술공간 오이는 자체 창작에 초연이라는 용감한 도전에 나서며 주목을 끈다.

# 극단 세이레 <만리향>

24일 공연하는 세이레는 김원 작가의 <만리향>을 들고 왔다. 연출은 강상훈이다.

이 작품은 2014년 서울연극제에서 초연하며 대상을 비롯한 4관왕을 휩쓸었다. 이후에도 전국에서 꾸준히 공연을 이어오며 흥행작으로 자리매김 했다.  

실종된 지 5년이 넘은 막내를 봤다는 어머니의 말에 가족은 하던 일을 멈추고 막내를 찾는다. 집 나간 둘째마저 집에 들어왔지만 막내는 찾지 못한다. 다급한 마음에 어머니는 사람 찾는데 귀신이라는 무당에게 굿을 부탁해 막내를 찾아보자며 가족을 설득한다. 하지만, 용하다는 무당은 이미 세상을 뜬 지 오래다. 어머니께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던 자식들은 새로운 무당을 찾기 시작하는데….

연출자 강상훈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작품은 최근에 극단 식구들이 된 신입 단원들이 다수 참여해 제작하고 있다. 신입 단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결과를 떠나 작품에 충실하며 열심히 배운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22년 만에 제주에서 열리는 본선 대회를 통해, 제주 연극인 모두가 저마다의 작업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 극단 예술공간 오이 <산은 밤이면 범고래가 된다>

29일 공연하는 예술공간 오이는 홍서해 작·연출의 <산은 밤이면 범고래가 된다>를 준비했다. 

홍서해는 예술공간 오이에 속한 30대 청년 연극인이다. 2020년 연극 <집과 집 사이>로 극작, 연출을 처음 경험했고 3년 만에 큰 무대를 책임지게 됐다.

눈이 보이지 않는 여인 무늬. 그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사계(봄, 여름, 가을, 겨울)와 보이지는 않지만 함께 살아가는 마을사람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이중적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데….

연출자 홍서해는 “작품의 큰 줄기는 어느 여성의 삶을 통해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했을 때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 것인지, 받아들일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본선 대회가 다른 지역에서 열릴 때는 보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제주에서 타 지역 연극인들의 무대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지역 연극인과 도민들을 포함해 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 극단 가람 <울어라 바다야>

31일 공연하는 가람은 이상용 작·연출의 <울어라! 바다야>를 선보인다.

가람 이상용 대표가 쓴 이 작품은 2019년 악극 <가슴 아프게>로 첫 선을 보였다. 다음해 <울어라! 바다야>로 제목을 바꿔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예선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는 희곡상을 수상했다.

4.3 때 아버지는 일본으로 떠나고 어머니는 숨지며 부모와 생이별한 순이. 생전 어머니는 순이를 교사로 키우고 싶었지만, 순이는 가장 역할을 하고자 해녀가 된다. 동생들을 위해 어린 나이에 결혼도 하지만, 6.25전쟁에 참전한 남편은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돌아온다. 설상가상, 남편은 전쟁 트라우마로 술에 의존하다 세상을 먼저 떠난다. 순이는 자녀와 동생들을 책임지겠다는 일념에 일본 대마도로 물질을 떠나는데….

연출자 이상용은 “<울어라! 바다야>는 기구했던 제주 어머니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전과 비교할 때 진행 속도를 조금 빠르게 조정하는 등 변화를 줬다”면서 “제주에서 각 지역 작품들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좋은 기회가 열려 반갑다”고 말했다.

올해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대회는 예선 준비 지원금이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참가팀이 줄면서, 결과적으로 참가팀에게 돌아가는 지원액이 다소 늘어났다. 조금이나마 충실한 무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4일, 29일, 31일 세 공연 모두 시간은 오후 7시 30분으로 동일하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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