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54) quiet

quiet [kwáiǝt] ɑ. 조용한
속솜허게 퇴사헌다고?
(조용히 퇴사한다고?)


원래 quiet가 뜻하는 “조용함”이란 “평온한 상태에 있음(=being in a state of rest)”을 말한다. 그것은 보통 ‘Be quiet!’에서처럼 청각적인 “조용함(=making no noise)”을 뜻하지만, ‘quiet anger(마음속 노여움)’에서처럼 시각적인 “조용함(=being secret)”이나 ‘quiet manners(조용한 태도)’에서처럼 시·청각적인 “조용함(=being peaceable)”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열풍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에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bother one's head about). ‘조용한 퇴사’란 “조용히 그만두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겠다는 태도로, 일종의 ‘심리적 퇴사(psychological quitting)’가 된다. 회사에 미리 알리고 사직하는 ‘요란한 퇴사’가 ‘이혼(divorce)’이라면, ‘조용한 퇴사’는 ‘졸혼(graduate from marriage)’ 정도 되는 셈이다.

미국의 한 20대 엔지니어가 자신의 틱톡(TikTok) 계정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퍼지기 시작한 ‘조용한 퇴사’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 플랫폼인 ‘잡코리아’가 2021년 20~30대 남녀 직장인 343명을 대상으로 ‘첫 이직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년 이내에 입사자 절반 이상이 퇴사하고 5년 이내에 90% 이상이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취업 플랫폼 ‘사람인’에서 직장인 39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딱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한쪽에서는 최악의 취업난(unemployment crisis)이라며 구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기 퇴사자 혹은 조용한 퇴사자가 속출하는 기현상(strange phenomenon)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는 단순한 직장 이직(changing jobs)의 문제가 아니다. / 사진=픽사베이<br>
‘조용한 퇴사’는 단순한 직장 이직(changing jobs)의 문제가 아니다. / 사진=픽사베이

자신이 하는 일이 곧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이자 자신의 삶 자체였던 기성세대들과는 다르게 ‘조용한 퇴사’를 행하는 청년들은 자신의 일과 삶을 최대한 분리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대량 해고(mass discharge) 현상을 목격하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졌고, 재택근무(telecommuting)와 같은 근무방식의 변화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회사를,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뺏고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곳으로, 종착역(the last station)이 아니라 정거장(a stop) 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는 단순한 직장 이직(changing jobs)의 문제가 아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소확행(小確幸), 욜로(YOLO:Yon Only Live Once), 꼰대(anachronism) 등과 연결되는 사회적 문제이고, 세대간 갈등(generational conflicts)의 문제이다. 해결책은 당연히 ‘역지사지(put yourself in someone else's shoes)’일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먼저 상명하복의 문화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 온전한 소통(communication)을 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하며, 젊은 세대들도 윗세대(older generation)의 생각을 존중해야만 자신들의 생각도 먼훗날 아랫세대(younger generation)로부터 존중받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한 바탕이 전제되어야만 세대간의 정서공유(sharing of sentiments)와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고 모두가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responsibility)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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