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14) 의가 좋으면 죽어서도 한곳으로 간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의 : 의, 의리, 사이
* 혼골로 : 한곳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자세로 나아가면 얼마나 좋은가. / 사진=픽사베이
다름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자세로 나아가면 얼마나 좋은가. / 사진=픽사베이

사람 사이란 게 다들 경우만큼, 형편만큼 하게 돼 있다. 인간관계는 미묘한 것, 그래서 다른 동물하고는 전연 다르다. 만나면 티격태격 자그만 일에도 다퉈 말을 끊고 지낸다든지, 다시 안 볼 사람처럼 등을 돌리기도 한다.

여차한 일에 생트집을 잡거나 나쁘게 하지 않았음에도 못 마땅해 한다. 이런 관계는 참 불편하다. 정을 주기는커녕 말 한마디 건네기조차 내키지 않게 돼 버리는 수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죽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찰떡궁합이 있다. 이런 사이엔 다소 섭섭한 일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점점 좋아지면서 의기투합하므로 서로 간의 만남이 잦고 둘이 같이 하는 일마다 신바람이 난다.

동기간의 우애(友愛)는 소중하다. 형제자매 사이가 의가 좋으면 집안이 삼백육십오일 화기애애하다. 게다가 부부간 금실이 좋으면 그야말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에 이런 경사스러운 일이 또 있으랴.

특히 부부의 사랑은 해로동혈(偕老同穴)로 가는 바로 그 길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자세로 나아가면 얼마나 좋은가. 그렇게 가면 사후(死後)에 갈 곳은 정해져 있다. 한 무덤에 가게 되는 것이다.

‘의가 좋으민 혼골로 간다’

생시의 정겹게 살다 죽은 후에도 변함없이 한곳에 묻히면 얼마나 좋을까. 실천이 어려울 뿐대 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원하는 것이 아닐까. 

‘곳광 나빈 혼골로 간다’, ‘동갑은 죽어도 혼고단 간다’는 유사한 속담도 전해온다.

화목한 사이를 다음 세상에까지 이어가자는 마음 그 결이 실로 아름답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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