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미국-중국 패권 고조...제주해군기지는 미군 전진기지 우려

어리목 등반로로 가면, 등반로 건너편에 어승생악이라는 오름이 있다. 이 오름 맨 위에는 토치카라는 군사용 진지가 있다. 이 오름에 오르면 제주의 북부지역 전역이 훤히 보인다. 전망이 좋아 관광객이 꽤 많이 오르는 오름이다. 

사실 제주도내 수많은 오름에는 이러한 군사용 진지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 제주시내 사라봉 내부에는 군사용 진지 땅굴이 조성되어 있다. 어렸을 적 그 안에 들어가서 놀았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출입금지가 되어 어디가 출입구인지도 잘 보이지 않지만, 사실 이런 땅굴 진지는 제주 오름 곳곳에 숨어있다. 실제로 제주도는 전체가 군사 진지였다. 송악산 밑 진지 땅굴이나 평화박물관으로 이용되었던 가마동굴 진지도 일본군의 땅굴 진지였다. 이 모든 것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군의 결7호 작전의 결과물이었다. 일본 본토 방어를 위한 방어진지 구축 작전의 일환이었다. 지정학적으로 제주도의 중요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미군은 오키나와 방면으로 진격했고, 오키나와 주민들은 온몸으로 그 참담한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미군은 1만4000여명, 일본군은 7만7000여명이 희생되었다. 그런데 오키나와 주민은 15만여 명이 희생되었다. 한편, 제주도 지역도 진지구축을 위한 강제노동, 공출 등으로 그 피해가 적지 않았었다. 이후 제주 지역은 냉전 시대의 이념적 대결 구도의 흐름 속에서 ‘4.3’이라는 대학살극을 경험해야만 했다. 전쟁의 소용돌이는 그 국제적 정세와 전혀 무관할 것 같았던 이 자그마한 섬에 ‘레드 아일랜드’라는 딱지를 붙였고,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다시 무고한 생명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되고 말았다. 이 모든 일에 대해 그 당시를 제주도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당사자가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하고 있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어가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쟁의 여파는 수많은 사람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런데도 전쟁은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중·러 간의 패권 전쟁은 눈에 보이는 전쟁터를 넘어 보이지 않는 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패권 전쟁 중에 인도-태평양 지역은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간의 극단적 대결의 장이 되고 있다. 각 진영은 자신의 편에 각각의 국가들을 줄 세우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에 중소국들은 각자도생으로 자신들의 살길이 무엇인지 고심에 빠져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주한미국에 대한 지휘권이 없는 한국은 미군이 주한미국을 중국과 대적하는 전쟁에 동원하고자 할 때 아무런 권한이나 통제 수단이 없으며, 오히려 한국이 대중국 군사기지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전진기지는 제주해군기지가 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사진은 제주해군기지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대만은 중국에 있어서 민족통합의 대상이지만, 미국에게 있어서는 중국을 견제할 유용한 전략적 자산이다. 그런데 양측에게 있어서 대만의 독립과 생존은 그들의 관심 사항이 아니다.(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미중 패권경쟁의 최전선, 대만해협의 전쟁과 평화”. 2022년 5월  https://snuac.snu.ac.kr/?p=36388) 이러한 복잡한 관계의 미중 패권 전쟁에 있어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중국을 지지하고, 남한은 미국의 군사적 전략하에서 전쟁의 소용돌이로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한겨레의 기사 내용 중에는 한 주한미군 전임 장교의 분석 보고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찍이 이를 주목한 인물이 데이비드 서치타이다. 미 7함대 작전참모와 주한미 해군 선임장교를 지낸 서치타는 현역 시절이었던 2013년에 쓴 <제주해군기지: 동북아의 함의>라는 보고서에서 “대만 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는 미국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은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의 북양함대를 막을 수 있다. 또 중국의 동양함대의 측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라고 분석했다.(한겨레, “중국-대만 전쟁 나면, 남북한도 끌려 들어갈 수 있다.” 2023. 1.30,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77436.html )

주한미국에 대한 지휘권이 없는 한국은 미군이 주한미국을 중국과 대적하는 전쟁에 동원하고자 할 때 아무런 권한이나 통제 수단이 없으며, 오히려 한국이 대중국 군사기지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전진기지는 제주해군기지가 될 것이 명백해 보인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형 인태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2022년 11월 12일자 중앙일보의 기사는 한국의 인태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발언했으며, 군사적 개념으로서의 안보가 아닌 ‘포괄 안보’라는 개념을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보건위기나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인도-태평양 개념은 일본이 창시고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 현 정부가 중국 배제 색체를 줄이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미국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를 설정하는 등 공세적 기조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7005) 그리고 한국에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2023년 2월 21일자 연합뉴스 외 다수의 한국 언론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의 역할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https://www.yna.co.kr/view/AKR20230221137200009) 실제 한국은 ‘2022 카만닥(KAMANDAG)’이라는 훈련에 미국과 필리핀 해병와 함께 연합상륙훈련을 실시하였다(2022년 10월 3일).(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21001/115745796/1)  왜 해병대를 파견하고 상륙 훈련을 하는 것일까? 당연히 현 시점에서 중국의 대만침공을 대비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동남아시아 역내 다양한 국가들이 미중 패권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안보를 챙기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태국은 미중과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중립적 지위를 연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왜 실제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무력시위, 그것도 직접적으로 ‘공격’이라는 신호를 중국에 보내는 행위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일까? 중앙일보에서 전하는 ‘어느 국가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현 정부의 입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아우성이 전 세계적으로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국토를 빼앗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러시아에게 있어 친러 경향의 동부 지역은 포기할 수 없는 승전의 명분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쟁의 명분은 은근슬쩍 핵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토는 전쟁에 직접 참전하고 있지 않지만 전쟁 무기를 제공함으로서 러시아의 정치적 목적을 방해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을 은근슬쩍 협박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과의 핵군축협정 참여 중단도 선언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가 핵억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하고자 한다면 그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 된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전쟁이라면, 핵전쟁의 비극을 겪더라도 누군가는 생존을 택할지도 모른다. 이 상황이 세계 1차대전의 전조 상황과 너무나 닮아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언론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방송의 아나운서는 세계 정세를 전하며, 어느 누구도 핵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지금 세계는 핵전쟁을 향한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를 전한다. 

2차세계 대전 말미, 제주 지역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을 받았고, 그 여파도 엄청났고,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참혹한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지역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세계적인 흐름이 제주를 다시 그러한 위험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이 난다면 휴전선 부근이 아니라 바로 제주가 그 최전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 보인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금이 바로 제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가 가지는 비극을 운명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주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대화의 장, 평화의 장으로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전쟁의 기지로 활용되는 것을 거부하는 ‘제주평화지대’를 목표로, 최소한 핵무기나 핵을 이용하는 전쟁 무기를 금지하는 비핵지대를 위한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 ‘제주평화-비핵지대’에 대한 필자의 주장은 4.3의 잔인한 역사, 비극적인 인권침해 상황의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그리고 이는 제주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평화롭게 살 권리, 즉 제주 사람들의 평화권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한반도식 분단정책이 종전을 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전쟁을 끝내야 하겠지만, 두고두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분열과 반목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분단과 같은 폭력적 상황 해법이 적용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한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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