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87) 노조법 2,3조 개정의 내용은?  

참여연대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전달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nbsp;<a data-cke-saved-href="https://www.peoplepower21.org/labor/1914434" href="https://www.peoplepower21.org/labor/1914434">https://www.peoplepower21.org/labor/1914434</a>&nbsp;) /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전달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https://www.peoplepower21.org/labor/1914434 ) / 사진=참여연대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소위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으로 최초 제안된 것이다. 

2013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에 대하여 47억원의 손해배상판결이 나온 기사를 본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면서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법 개정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논의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누구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으로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요구했다. 이번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내용상 아쉬운 점도 다소 있지만 사용자개념 확대와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노동조합 할 권리”에 관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한 하청노동자가 1m 크기의 철장을 만들고 한 달간 스스로를 가두며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며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의 교섭을 요구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하청업체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파업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작년 연말, 중앙노동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대하여 노동안전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청노동조합에서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했지만 교섭에 나오지 않자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사건이었다. 

한편, 파업이 끝나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노동조합 간부 5명에 대하여 470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조선소를 운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손해액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에 사용자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이와 같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조합의 파업을 둘러싼 내용이 노조법 2, 3조 개정의 핵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노조법 2조 개정안에의 주요내용 중 하나는 ‘사용자 개념의 확대’부분이다. 노동조합법상 각종 사용자의 의무가 있는데 주요하게는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의무의 주체자인 사용자의 개념이 확대되었다. 제2조 정의 규정 개정에 대한 부분으로 사용자의 정의 규정에 단서조항을 달아서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시킨 것이다. 예컨대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임금이나 휴식시간 등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면 하청노동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제주공항에는 한국공항공사 자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예컨대 이들이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자회사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한국공항공사가 함께 교섭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현재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도 구체화 되어 확인되는 부분이다. 처음 인정된 사례는 현대중공업 내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의 사례로 2010년의 일이다. 이후 원·하청관계에서 원청사업주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례가 이어졌다.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이 난 CJ대한통운 지점소속 택배노동자들의 교섭대상을 원청인 CJ본사로 인정한 판결도 그 중 하나다. 판례로서 성립된 부분이 법제화 되면 오히려 현장에서 혼란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준이 명확하다면 불필요한 소송전은 필요 없게 될 것이니 말이다. 

노동조합법 3조는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시의 손해배상 면책과 관련된 조항이다. 우리 헌법은 노동3권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용자와 교섭을 하다가 결렬이 되면,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발생하는 쟁의행위는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이며 노동조합법 제2조에도 그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다. 노동조합의 정당한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현재 정당한 파업에 대한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이 제약되고 있다는 점이다. 

쟁의행위 과정에서 폭력이나 폭행 등의 위법한 사항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형사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문제는 폭력적인 행위 없이 단순히 업무를 거부한 파업에 대하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거나 단순 파업참가자에게도 공동책임을 물어 과도한 손배가압류를 부담시킨다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해왔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손해에 대한 금전적인 배상을 청구했다기 보다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하고 탄압하는 용도로 악용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파업이후 조합원 개개인에게 평생 일해도 만져볼 수 없는 금액의 수준으로 손배가압류를 부과하고, 노동조합에 탈퇴를 하거나 소송을 취하하거나 하는 조건으로 사업주가 손배가압류를 풀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그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배상의무자별로 구체적인 책임범위를 정하자는 내용이 들어가게 되었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의 내용은 이렇다.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번 2, 3조 개정안이 내용상으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법제화 된다면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합 할 권리를 위한 제도적인 첫 발걸음을 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본회의 절차가 남아있다.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포석도 깔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노동의 가치가 충분히 존중받고 노동자의 권익이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개별화된 노동의 토대에서 노동존중은 몇몇 정부시책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노동자의 권익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정부의 정책에 의해 시혜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노동인권이 침해당했을 때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환경, 근로계약관계에서 ‘을’에 놓여있는 개별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동등한’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환경, 태어나면 출생신고 하듯 취업하면 노동조합 가입하는 것이 당연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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