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 26일 열렸던 제주도의회·한국교육행정학회·지방교육연구소 간 업무협약 및 개선방안 세미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21년 11월 26일 열렸던 제주도의회·한국교육행정학회·지방교육연구소 간 업무협약 및 개선방안 세미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울 국회의원에 의한 제주 교육의원제 폐지 위헌성을 다툴 시한은 4.19!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한 교육자치 20년 이렇게 막을 내려도 되는지요?

교육의원님들,
새 학기가 시작되고 교육위원회 의정활동도 본격화되어 바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이런 기고를 하게 된 것은 제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입과 더불어 제주 교육자치 변화를 연구하기 시작하여 그동안 20여 년간 교육의원 제도가 갖는 의의를 도민에게 설파해 온 당사자로서 교육의원님들께 고언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2021년도에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으로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부터 의뢰받은 「제주도 교육자치 15년의 성과와 과제, 발전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고, 주요 발전방안은 2022년 1월 초 제주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도의회 일반 지방의원과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교육의원들이지만, 제주특별법의 출범 정신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교육의원 제도는 육지보다 4년 앞서 자치경찰제와 더불어 ‘고도의 교육 특별자치’를 선언하며 전국 최초로 도입된 제도라는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지방의원의 주장처럼 교육의원 제도는 육지에서 문제가 많아 폐지한 것이니 우리도 폐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입 때부터 정치적 타협으로 한 번만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제주도와는 달랐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일부 제주의 시민단체가 제기했던 입후보 경력제한의 헌법소원에서 위헌 주장을 기각(2020.9.24. 2018헌마444)했습니다. 교육의원제의 근본 취지(교육의 전문성·자주성·정치적 중립성 보장)가 헌법정신에 부합되고, 지금의 자격제한이 입법부 재량권 내의 것이라며 위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헌법 위반할 정도는 아니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의 연구보고서의 개선 대안으로 언론에 보도된 대로, 무투표당선을 막는 중선거구제 도입(제주시 3, 서귀포시 2)이나, 입후보 자격 확대, 교사 휴직 허용, 선거비용 및 운동을 대폭 줄이고 교육공약 매니페스토제를 실시하는 것 등을 제안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행정 연구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한국교육행정학회 대표 연구자들과 교육자치 전문연구 기관인 충남대 지방교육연구소가 협업하였고, 관계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의견조사와 교육위원회 일반의원 및 교육의원, 도의회 정책위원, 학부모단체 대표 등을 면담하였으며, 공청회를 겸한 세미나를 거처 고심 끝에 내놓은 발전방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발전방안이 언론에 보도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인쇄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해식 의원(서울 강동구을) 등 10인 의원(민주당 송재호·김홍걸·이학영·오영환·노웅래·김성환·윤준병·서영교·홍성국) 등은 1월 11일에 교육의원 폐지 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유는 “교육의원 제도에 대하여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지적되는 등 존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여 도의회의 의정활동을 보다 원활하게 하려는 것(2026년 교육의원선거 미실시)”이라는 취지였습니다. 통상적인 제주특별법 개정안 논의과정을 생략한 기습적이고 기획적인 법안 제안이었습니다.

물론 이보다 앞서, 민주당은 인구증가에 따른 제주도 선거구 재획정을 위해 지방의원 정수 3명 증원하는 법안(송재호 의원 대표발의, 2021.11.11.)을 제출한 바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제주 교육계 및 교직단체는 제주도민이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교육의원제 폐지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성명서(“중앙정치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교육의원 제도 폐지 일방적 법안 발의에 분노한다”)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2022.1.18).

또한, 당시 교육의원 예비후보(강권식, 강동우, 고의숙, 고재옥, 오승식, 정이운) 일동은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의원 일방적 폐지 추진 시도 중단하라”는 강력한 항의 회견문을 발표(2022.2.3)한 바 있습니다.

당시 후보들은 회견문에서 교육의원제가 무투표 당선 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지금의 문제는 제도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고,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출마 자격의 문제, 본회의 일반 안건 표결 참여, 지역 대표성의 문제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열어놓고 공론화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앞선 두 법안(이해식 의원의 교육의원 5인 폐지안과 송재호 의원의 지방의원 3인 증원안)을 사전 기획한 대로 정치공학적으로 동시 상정해 논의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이 2010년 때 육지 교육의원제 중단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주도 교육의원 폐지 방침을 당론으로 정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2022.1.28. 한겨레). 결국 4월15일 국회에서는 교육의원 5인을 반납하고 지방의원 3인 확보 전략 입법이 심의되었으나, 지방의원은 2인 증원에 머물렀고, 교육의원 제도는 4년 뒤 폐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교육의원으로 당선된 의원님들은 지난 1년간의 의정활동 중에 이에 대한 논의를 가시화시켜보지도 못한 채, 이제 법 개정 1년 이내에만 제기할 수 있는 헌법소원의 기한마저 4월 19일로 도래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방교육자치를 도입한 ‘교육법’은 1949년에 제정됐고, 이후 1991년의 ‘지방교육자치법’ 제정 이래로 집행기구인 교육감제와 심의기구(때론 사전 심의기구)인 교육위원회 제도(교육위원 또는 교육의원)를 줄곧 유지해왔는데, 2010년 육지에서 교육의원제를 폐지하게 돼, 지방교육자치제는 집행기구인 교육감만 두는 반쪽 제도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육지에서 교육의원제를 한 번만 실시하고 폐지하는 법을 통과시켰을 때도,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사건은 본안 판단도 받지 못하고 각하되고 말았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법이 개정된 뒤 1년을 넘겨 제기되는 바람에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그 기한이 오는 4월 19일이 될 것입니다.

의원님들 중에는 이미 육지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해 패소한 사건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소송비용 부담 주체를 염려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습니다. 일개 시민단체도 제기했던 헌법소원을 말입니다.

의원님들이 예비 입후보자 시절 하신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그간 교육의원 선거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무투표당선)이 있었다고는 하나 교육의원 제도를 당장에 없애야 할 정도로 설치 당시의 제도 환경이나 입법 목적이 변한 것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018년도에 연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출마자가 적어 5곳 중 4곳에서 무투표당선이 나왔지만, 이번 2022년의 다섯 번째 교육의원 선거에서는 4곳에서 전원 새 인물이 당선됐고, 한 곳은 당원 경력이 문제가 돼 입후보자가 사퇴해 무투표로 진행된 경우였습니다. 앞서 제시한 다양한 선거방법 및 자격 요건의 개정을 통해서 얼마든지 보다 주민대표성과 교육전문성을 담보하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교육의원을 뽑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미 20여 년 가까이 실시해오고 있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존재 목적을 인정받은 제도를 육지에서 정치적 타협으로 명명되었던 이상한 일몰제(한 번만 실시하자는 제도)와 동일한 취지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만일 이대로 제주 역시 결말이 되고 만다면 제주도 교육의원제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의 희생양이 될 뿐입니다.

교육의원님, 일몰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제도를 급히 폐지하는 것에 따른 부작용에 대처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는 등 숙의의 시간을 갖는데 더 초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앞선 육지의 교육의원 일몰제는 시작 때부터 한 번만 하자는 이상한 여야 간의 타협이었으므로 ‘정치적 유사 일몰제’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주특별법상의 교육자치는 국내 법률 중 유일하게 ‘교육자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제6장 교육자치)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제63조-제86조).

교육의원 제도는 제주도에 특별자치도 도입과 더불어 도입된 한국 지방교육자치 행정사에 있어서 기념비적 제도이고 자랑스러운 제도입니다. 학력고사 수석이나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내는 명문고만이 제주의 자랑은 아니라고 봅니다. 비록 과거의 교육의원들의 행태와 활동의 한계에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제주 특별자치의 양대 축(교육자치와 자치경찰) 중 하나를 그만둘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도 후발 세종특별자치시나 이제 특별자치도를 시작하는 강원도에서는 제주의 교육자치 특례 사례를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선도적인 고도의 교육자치를 실현해 이를 2010년처럼 전국으로 재확산시킨다면, 작금의 정치 타협에 의한 일몰제는 교육자치를 살리는 일출제가 될 것입니다. 

부디, 의원님들이 제주특별자치도의 마지막 교육의원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입장에 놓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헌법 재판에서는 기본권 침해의 당사자 적격성을 엄격히 따지기도 합니다. 이 일몰제 논란은 현직 교육의원 자신이 누구보다도 당사자라고 판단됩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민주적 절차와 숙의 과정을 무시한 중앙정치권의 법 개정과 그 결과 빚어진 교육감만 남는 지방교육자치 본질의 훼손에 대한 헌법소원을 오는 4월 19일 기한 내에 제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약속하신 대로 교육의원 제도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남은 의정 3년 기간 내내 대안을 모색해 주셨으면 합니다.

교육의원직은 교육에 대한 민의를 교육전문가적 관점에서 일반 지방의원과 함께 반영하라는 뜻이지, 교육감에 출마하기 위해 인지도를 높이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것은 일반 정치인들이 즐겨하는 정치적 행보의 과정입니다. 제주도 교육의원직이 갖는 제도사적 의의와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교육의원이라면, 집행기구의 수장인 교육감직을 맡을 자질 또한 없다고 봅니다. 2006년 도입 초기 교육의원들은 대부분 지방의원들의 학창 시절 스승으로서 ‘꼰데’라는 소드레는 들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처럼 지방의원들로부터 대놓고 능욕당하지는 않았었다고 기억합니다. 

현 정부는 교육감마저도 시도지사의 낙점(지명)에 의한 이른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고자는 2007년 최초 교육감 선거 때부터 이를 분석해온 연구자로서 감히 예견컨대, 교육감 임명제나 다름없는 그런 위험한 제도로 퇴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미 지역주민들이 직선제 교육감이 과거 임명권자만 쳐다보던 시대에서 현장과 학교의 입장에 서게 된 변화를 수차례나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고전 전 제주대 부총장. ⓒ제주의소리
고전 전 제주대 부총장. ⓒ제주의소리

모쪼록 교육의원님들이 후보 시절에 보여주신 결연한 결기를 아끼지 마시고, 의정활동을 통해 보여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법은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권리의식이 있는 당사자를 보호할 뿐입니다. 설령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주민의 특별자치 입법권 강탈에 대해 제도 폐지 당사자로서 할 말은 하고 물러나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그 “할 말은 한다”는 것에의 강력한 방식은, 이번 제주특별법의 개정과정과 영향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섯 교육의원님들의 분투를 응원하고 지켜보겠습니다. / 고전(전 제주대 부총장, 전 한국교육행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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