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29) 중1 노트북 지원을 보며 드는 몇 가지 생각

김광수 제주교육감(오른쪽)이 6일 제주중앙중학교를 찾아 신입생에게 노트북을 전달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광수 제주교육감(오른쪽)이 6일 제주중앙중학교를 찾아 신입생에게 노트북을 전달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노트북이 지원되고 있다. 김광수 교육감의 10대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중학생 스마트 기기 지원’의 일환으로 일명 ‘드림 노트북 사업’으로 불린다. ‘모든’ 중학교 입학생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법정 대안교육기관에 속한 중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아직 확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협의해 제주에 거주하는 2010년생 아이들이 모두 노트북을 지원받기를 바라본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내 노트북이 생겼다니…’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내가 학교에 가서 받아온 얇고 세련된 최신형 노트북을 열어보며 방긋 웃는 아이의 얼굴에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견물생심이라더니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지난주에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마약을 마시고 쓰러져 놀란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기심에 구했다고 하지만 예전처럼 마약상을 통해 어렵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텔레그램을 통해 택배로 마약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곤 격세지감을 느낀다. 2018년 이후 10대 마약투약사범이 5년 사이에 세 배로 늘어나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해 단속된 마약투약사범이 300여 명이라고 하지만 실제 마약을 접하는 10대는 훨씬 많을 것이다. 

10대가 마약을 접하는 숫자가 급증하는 것은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환경의 변화와 함께 10대 시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또래 집단과의 관계 등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텔레그램과 같은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경찰의 단속은 어려워지는 반면 접근은 쉬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기술교육이 아니라 인문교육일 것이다. 

가짜뉴스를 어떻게 구별해 낼 것인지, SNS를 통한 소통의 예절과 디지털 폭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관계 맺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등을 다루는 폭넓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접근은 아이들이 훨씬 빠르다. 여기에 코딩교육이니, AI교육이니 다양한 기술교육이 더해져 아이들은 디지털 세상을 날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날아가는 곳에 삶의 이야기가 빠지기 쉽다. 관계 맺기의 이야기가 빠지기 쉽다. SNS의 소통과 친구 사귀기는 다른 일이다. 디지털 세대의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노는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또래 집단에서 관계 맺기가 어렵다. 

하지만 10대 시절은 친구가 절대적이지 않은가? 친구로 인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홀로 눈물로 밤을 지새우게 만들기도 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의 근력이 자랄 수 있도록 관계 맺기부터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 노트북 너머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 친구가 아닐는지.


#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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