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59) repose

repose [ripóuz] v. 휴식하다
휴식도 제라허게
(휴식도 제대로)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 수동적으로(passively) 쉬는 게 아니라, 쉬고 싶은 타이밍에 적극적으로(actively) 쉬어야만 휴식의 효과가 극대화(maximization)될 수 있다. / 사진=픽사베이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 수동적으로(passively) 쉬는 게 아니라, 쉬고 싶은 타이밍에 적극적으로(actively) 쉬어야만 휴식의 효과가 극대화(maximization)될 수 있다. / 사진=픽사베이

repose는 강조의 접두사(prefix) re-와 라틴어 어근(root) pause “잠깐 멈추다(=to stop for a time)”의 결합이다. 여기서의 “잠깐 멈추다”를 “잠깐 쉬다”의 의미로 본다면, re-는 그런 동작을 강조하는 뜻이고, repose의 어원적 의미는 “제대로/진짜로 잠깐 쉬다”로 해석(interpretation)할 수 있다. 단순히 그냥 쉬는 게 휴식이 아니라, 제대로 쉬어야 휴식이라는 것이다.

유럽의 어느 항구에서, 늙은 어부가 고기를 잡고 일찍 들어와 자신의 배에서 졸고 있었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졸고 있던 그 어부에게 한마디 했다. "고기 잡기 좋은 날씨인데 왜 고기를 안 잡고 졸고 있는 거요?" 늙은 어부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모레까지는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고기를 많이 잡아서 나가지 않는 겁니다." 관광객은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기가 잘 잡히면 더 열심히 고기를 잡아야 하는 게 아니오? 그래야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부자가 되어 큰 배를 사고 공장도 짓고 레스토랑도 차릴 수 있지 않겠소. 그런 기회를 놓치고 있으니. 쯧쯧!" 그러자 그 신사를 향해 어부가 되물었다. "내가 부자가 되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됩니까?" "그거야 돈을 벌면 이 항구에 편히 앉아 햇볕을 쬐면서 바다를 감상하고 느긋하게 졸 수도 있지요." 그 말에 노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잖소."

-하인리히 뵐의 <노동윤리 몰락에 관한 일화> 중에서

하던 일을 잠깐씩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만 능률(efficiency)이 오른다는 사실은 뇌과학(brain science)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특히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워싱턴 의대 교수는, 휴식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area)를 찾아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하였고, 이 부위가 창의력, 집중력, 기억력, 공감, 정서적 판단, 정신건강 등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골똘히 몰입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샤워(shower)를 하거나 산책(walk)하다가 불현듯 기막힌(brilliant) 방법이 생각났다면, 그렇게 쉬는 동안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동해 기억을 저장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조용히 해결책(solution)을 모색한 결과라는 것이다.

로버트 사폴스키(Robert Sapolsky)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National Park)에서 30년간 개코원숭이(baboon)를 관찰하며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우두머리 수컷(alpha male)에게 통제당하는 서열 낮은(low ranking) 수컷 원숭이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 우두머리 수컷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훨씬 더 많이 분비됐다.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눈치 보며 사는 서열 낮은 원숭이는 스트레스 때문에 더 많은 질병에 걸렸고 결과적으로 수명도 짧았다(short-lived). 이는, 쉬는 시간을 내 뜻대로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의 출발점(starting point)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 수동적으로(passively) 쉬는 게 아니라, 쉬고 싶은 타이밍에 적극적으로(actively) 쉬어야만 휴식의 효과가 극대화(maximization)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flexibilization)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선 그 유연화로 인해 결국 근로시간 총량만 늘어나게 될 거란 우려가 크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데도, 과연 연장근무(overtime work)로 52시간을 다 채웠다고 하여 마음 놓고 퇴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휴식을 주는 경영자의 관점(manager’s point of view)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의 관점(worker’s point of view)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 때다. 적시에(at the right times) 제대로 쉬면서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휴식에 대한 근로자의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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