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이 2023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선정된 분들에게 경하의 박수를 보낸다.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이 경쟁을 뚫고 빛을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런데 문학부문에 선정된 문인들의 면면을 보면서 의아심이 드는 점이 더러 있었다.

부부가 공무원 퇴직자로 막대한 연금을 받는 사람도 있고, 10회 이상 지원받은 단골 문인도 있다. 심사위원을 했거나 또는 강의를 하면서 제자들과 경쟁을 해서 선정된 경우도 있고,  원로예술인지원을 받아 전 생애 작품을 정리한 사람이 다시 예술활동지원에 신청해 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등단 장르가 다른 예를 들어 시로 등단한 사람이 소설집을 낼 수는 있으나 첫 소설집 출간에 지원받는 경우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예술가로서의 양심이나 양식에 관한 문제다. 자신이 수혜를 받으면 어떤 사람이 못 받는다는 생각은 못하는 걸까? 마련된 떡 먼저 먹는 놈이 임자란 심보일까? 필자도 상황이 어려웠을 때는 여러 번 지원받았다.  

금년부터 지원자 책임신청제라는 게 적용됐다. 지원자가 예술활동경력과 신청자격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라는 것인데 이것의 해석에 문제가 있었던 같다. 자신은 능력이 뛰어나니 받을 만 하다고 판단한 것인가? 심사과정에서 이름을 블라인드 처리해서 작품의 수준을 심사하니 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 그렇게 자신 있으면 지원 액수가 많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창작기금을 신청하는 게 더 떳떳하지 않을까? 사실 블라인드 심사에서 탈락한 중견 문인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지원 기관에 항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매년 바뀌는 운영규정과 심사규정 때문이다. 예전에는 일몰제를 둬서 몇 회 이상은 지원할 수 없게 한 경우도 있었고, 한 번 지원 받으면 2년간은 지원할 수 없는 규정도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입심이 센 심사위원 주장을 받아들여 이런 규정을 전부 없애 버렸다. 지원받는 작품의 질적 수준이 하향평준화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즉 지원해 줄만한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심사에 자의적으로 만든 절대적 자를 갖다 댄 셈인데 웃픈 현실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운영규정이나 심사규정이 해마다 바뀌지 않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여러 번의 공청회를 통해 합리적인 지원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예술활동지원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인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가를 위한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뛰어난 작품에 대한 지원이라면 결과물에 대한 사후 지원이 낫다. 그리고 블라인드 작품 심사 전에 서류 심사를 통해 지원 불가 대상을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세금을 헛되이 쓰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범죄 행위이다.

예술활동지원은 지원이 절실한 예술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신청자가 많아짐을 걱정할 게 아니라 지원 총액의 증액 확보를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여유 있는 사람을 제외하는 방법은 창작준비금 지원처럼 당해 연도 기준 소득을 적용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주변에 보면 작품이 뛰어나고 능력이 있는 작가들은 아예 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다. 그 중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도 있지만 문학의 순수성을 몇 푼의 돈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나, 자신보다 어려운 문인을 위해서 양보하는 배려심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 의해 숭엄한 문학정신은 계승되고 문학은 발전한다. 선정된 문인들의 새로운 작품집이 기다려진다. / 강용준 극작가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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