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미국 태양광 시장 진출, 양지혁 나눔에너지 대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어엿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나눔에너지 양지혁 대표. 그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지역 스타트업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여러 조언을 쏟아냈다. ⓒ제주의소리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어엿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나눔에너지 양지혁 대표. 그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지역 스타트업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여러 조언을 쏟아냈다. ⓒ제주의소리

“기사를 보는 분들이 기억해주시길 바라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배워온 토박이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미국과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 나아간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을요. 지역적 한계는 도전하기 나름이라 생각해요. 아직 성공이라 하긴 이르지만, 도전한 끝에 여기까지 왔죠.”

제주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제주에서 다닌 토박이가 미국과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6년여 만에 연매출액 약 100억원 규모의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태양광 전문 기업 ‘나눔에너지’ 양지혁 대표 이야기다. 

나눔에너지는 한국과 미국의 태양광 발전 관련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2016년 양 대표가 설립한 신재생에너지 분야 설계·시공·소프트웨어 개발 위주 강소기업이다. 

양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 수도권의 한 태양광 회사에 다녔다. 우연히 미국으로 파견을 떠나게 된 그는 경험을 쌓은 뒤 미국 진출이라는 꿈을 가지고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주택이 밀집된 한국과 달리 단독주택이 많고 시장이 넓게 형성된 미국은 그에게 매력적인 곳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양 대표는 고향인 제주로 내려와 2013년 전문분야인 태양광 시공업체를 설립, 차근히 준비해나갔다. 

미국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넣으며 도전을 시작한 지 1년여 뒤 그는 미국의 한 회사에 취업했고, 제주 업체에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직원을 두고 떠났다. 제주 사업장을 운영하며 미국에서 사는 것은 생각보다 고됐다. 낮에는 미국 현지 업무를, 밤에는 한국 사업장 업무를 챙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년여를 살던 양 대표는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됐고, 2016년 스타트업 ‘나눔에너지’를 창업했다. 창업 이후의 삶은 더 만만치 않았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일을 하게 된 것.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미국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위기감을 느낀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동안의 경험을 모두 나눔에너지에 쏟아부었다. 귀국 전까지도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던 그는 미국 현지 법인을 세워둔 채 돌아왔다. 

올해 3월 나눔에너지가 시공한 성읍리 남부발전 1MW 발전소.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올해 3월 나눔에너지가 시공한 성읍리 남부발전 1MW 발전소.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양 대표는 2022 공공구매 촉진대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양 대표는 2022 공공구매 촉진대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태양광 발전 패널 시공업체로 출발한 나눔에너지는 다양한 융복합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기술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해 실제로 연구 성과를 사용하면서 여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양 대표는 수년간 미국에서 보고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특허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태양광 모듈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안정성을 높여주는 ‘옵티마이저’를 독자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태양광 발전량을 모니터링해 예측하고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면서 시공회사를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한 것이다.

양 대표는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화력발전과 다르게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등 변동성이 높아 예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되는 시기, 변동성에 대응하지 않으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 양 대표는 시공사 영업사원의 태양광 제안서 작성을 돕는 ‘써니로직’,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희망하는 고객에게 발전량을 예측하는 등 수익성을 분석해주는 ‘써니매직’ 등 프로그램을 잇달아 출시했다.

이처럼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를 이어온 양 대표는 13건의 국내 특허와 2건의 호주 특허를 등록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곳곳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정부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되는 성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에너지 국영기업의 자회사와 기술이전 및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동남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나눔에너지 '옵티마이저' 실제 부착 모습. 이 제품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특허기술을 토대로 태양광 모듈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안정성을 높여주는 태양광 발전 관련 제품이다.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나눔에너지 '옵티마이저' 실제 부착 모습. 이 제품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특허기술을 토대로 태양광 모듈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안정성을 높여주는 태양광 발전 관련 제품이다.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양 대표가 이끄는 나눔에너지는 올해 3월 미국 태양광 시장에 도면 아웃소싱 서비스인 ‘에너지플래너’ 리뉴얼 버전을 정식 오픈했다.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양 대표가 이끄는 나눔에너지는 올해 3월 미국 태양광 시장에 도면 아웃소싱 서비스인 ‘에너지플래너’ 리뉴얼 버전을 정식 오픈했다.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양 대표는 회사의 발전과 더불어 소속 직원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직원들을 미국에 파견보내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자신이 미국에 가서 배워온 것처럼, 직원들도 미국으로 보내 꿈을 키울 수 있게 돕자는 취지다. 

그는 또 도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주대학교 학생들을 인턴으로 받아 교육한 뒤 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양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된 뜻이 담겼다. 

이는 모두 양 대표가 미국 현지 법인을 세워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를 성장시킨 그는 올해 3월 미국 태양광 시장에 도면 아웃소싱 서비스인 ‘에너지플래너’ 리뉴얼 버전을 정식 오픈했다. 미국으로 첫발을 뗀 회사는 4개월 만에 1만불(13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며 △도지사 표창 △제주 혁신성장 대상 △글로벌IP스타기업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고용우수기업 △기업부설연구소 △근무혁신우수기업 △기술역량우수기업 △제주TP 혁신성장 우수기업 인증 등 성과를 냈다.

양 대표가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초기 자금을 저리 대출받고 수많은 알앤디 사업에 참여해 기술을 개발한 노력 덕분이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최대한 많이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주도의 산업생태계는 얕게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분야도 다양하지 않고 시장도 작다. 그래서 전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달려왔다”며 “실제로 스타트업을 시작한 분들도 최소 전국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래야만 제주도나 정부의 지원사업을 받아 성장할 수 있다. 나눔에너지 역시 지역 할당 과제만 선정됐을 뿐 전국 단위 공모는 매번 탈락했다”며 “지금의 나눔에너지는 제주도이기 때문에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넓게 보고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때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해외 경험을 쌓으며 도전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며 “20대 젊은 친구들도 관심이 있다면 뭐든 도전해봤으면 한다. 수치화된 성공의 표본은 없지만, 그래도 해외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나눔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 힘은 도전에서 시작됐다”고 청년들을 응원했다. 

그러면서 “제주 분산에너지 사업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RE100 등 기술력과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기회를 적극 활용해 국내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해외시장에서 활약하는 등 제주 토종기업 첫 상장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3월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오픈한 아웃소싱 서비스 ‘에너지플래너’.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올해 3월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오픈한 아웃소싱 서비스 ‘에너지플래너’.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올해 3월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오픈한 아웃소싱 서비스 ‘에너지플래너’.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올해 3월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오픈한 아웃소싱 서비스 ‘에너지플래너’. 사진=나눔에너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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