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설악산 부근 전투서 산화…고인의 친형도 전북 순창 전투서 숨 거둬
2011년 발굴된 고인 유해, 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덕분 신원 확인돼 

발굴 당시 고(故) 허창식 하사 유해. 사진=국방부.<br>
발굴 당시 고(故) 허창식 하사 유해. 사진=국방부.

백척간두에 선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최남단 제주에서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장에 뛰어들어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웅이 72년 만에 고향 땅을 밟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월 강원도 인제군 저항령 일대에서 발굴된 6.25 전사자 유해 신원이 확인됐다. 유해의 주인공은 국군 11사단 소속 故 허창식 하사(현 계급 상병)다.

1933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허창식 하사는 1950년 9월 제주도 훈련소에 입대, 1951년 5월 7일부터 5월 13일까지 강원도 인제 저항령에서 벌어진 ‘설악산 부근 전투’에 참전했다. 

국군 11사단이 동해안으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6사단과 벌인 이 전투 도중 허 하사는 만 18세의 젊은 나이로 장렬히 산화했다. 1951년 5월 11일의 일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저항령은 해발 1100m 이상 높이 산악지역으로 전쟁 당시 탄약과 식량 보급에 제한이 많았다는 등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험난한 곳이다. 유해를 발굴하는 감식단 역시 발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허 하사가 험난한 산악지대에서 고향 제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동생인 허창화(87) 씨가 서귀포시 서부보건소를 찾아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한 덕분이었다. 

국방부는 동생의 유전자 시료와 고인의 유해 유전자를 정밀 분석해 형제 관계임을 밝혀냈고 이를 통해 허 하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는 유해발굴이 개시된 이후 207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허 하사는 2011년 5월 암석지대인 저항령 정상 기초 발굴 도중 한 바위틈에서 넙다리뼈가 식별되는 등 유해가 산발적 형태로 분포돼 있었다. 

국방부 정밀 감식 결과 불에 노출돼 수축, 손상된 흔적이 확인됐으며,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짐작케 하는 M1 카빈총 실탄과 철모 등 유품이 함께 발견됐다. 

고(故) 허창식 하사 유해의 전체 골격. 사진=국방부.<br>
고(故) 허창식 하사 유해의 전체 골격. 사진=국방부.
고(故) 허창식 하사의 유품. 사진=국방부.

특히 고인의 친형인 故 허창호 하사도 동생과 같은 11사단 소속으로 참전, 전북 순창지구전투를 치르던 중인 1951년 1월 30일, 동생을 남기고 약 3개월 먼저 산화했다.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한 집안의 형제가 각자 주요 전투에 참전, 꽃다운 청춘과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바친 애틋한 사연이다.

관련해 국방부는 30일 서귀포시 유가족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어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에 관한 설명을 한 뒤 신원확인 통지서와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할 예정이다.

형님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허창화 씨는 “죽기 전에 유해를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 형님을 찾기 위해서 고생하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며 “전사자 신원확인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계 등으로 방문이 어려울 경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표번호(1577-5625)로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며 “시간이 지나며 유가족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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