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19) 입으로 한 사람 역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헌 놈 : 한 사람
* 역헌다 : 몫한다. 구실한다

말 같지 않은 말은 골라 듣고 가려서 행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br>
말 같지 않은 말은 골라 듣고 가려서 행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

타고난 천성이 그런가.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말로만 하는 사람이 있다. 일을 함에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경험한 바를 제시해야지 백 말이 소용없다. 말로 하는 것은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격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나서서 자기는 해보이지 않고 말로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처럼 허황한 일이 없다. 예로부터 흔히 해온 말이 있다.

“입으로 꿩 고르친다”

산에 나가서 꿩이 있는 숲을 직접 가리켜 주면서 ‘이디 왕 꿩 사농을 허여 보라. 몟 머리 잡을 거여. (여기 와 꿩 사냥을 해 보라. 몇 마리 잡을 거다.)’ 이렇게 가야지 앉아서 입으로 하는 탁상문서는 아무런 쓰잘 데가 없는 것이다.

귀 솔깃하게 하는 말이 하도 그럴싸해 그대로 나섰다가는 보나 마나 헛걸음질치기 십상팔구다. 이 산 저 산 다리가 빠지게 돌아다녀도 본전을 건지지 못한다. 허탕치는 것이다. 

말로야 만리장성인들 못 쌓으랴. 남이 골탕먹을 것도 염두에 둘 알아자, 사람으로서 할 말, 할 짓인가. 이렇게 속 없는 사람이 적지 않은 세상이다. 말 같지 않은 말은 골라 듣고 가려서 행해야 한다.

말로만 한몫을 하는 사람을 꼬집을 때 곧잘 쓰는 말이다.

유사한 말들이 많다.

‘말 내곧주 일 내곧지 못헌다’
‘입으로 꿩 잡나’
‘입으로만 꿩이야 매먀’
‘입으로 못 헐 일 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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