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62) class

class [klæs] n. 품격, 수준
격(格)이 또나다고?
(격(格)이 다르다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홀로 맨손으로 향을 향로에 넣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class는 “분류/구분(=division)”를 뜻한다. 원래는 분류된 결과물로서의 “학급(=group of students)”이나 “수업시간”, “특정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7세기 중반부터는 구성원들의 “서열(=an order or rank of persons)”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고, 19세기 중반부터는 “고품격(=high quality)”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다. 이 class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classmate “급우”, classify “분류하다”, classic “고전의/권위있는” 등이 있다.

“우리나라 국경일(national holiday)에는 삼일절(Independence Movement Day), 제헌절(Constitution Day), 개천절(National Foundation Day), 한글날(Hangul Proclamation Day) 등이 있는데 대통령은 보통 삼일절과 광복절(National Liberation Day of Korea) 정도 참석한다.”

“4.3 기념일(추념일)은 이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인데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공격해대는 야당(the opposition party)의 자세는 맞지 않다고 본다.”

올해 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대통령 불참 논란(controversy over president’s absence)이 불거지는 가운데, 여당(the ruling party) 최고위원이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던진  발언이다. 거기서 “4.3은 삼일절과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anniversary) 내지 추모일(Memorial Day)”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4.3 희생자(victims)와 유족, 제주도민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상처를 안겼다(inflict a deep wound on).

그렇다면 그의 말처럼, 4.3은 정말 삼일절과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인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본인의 이성적(rational) 판단일 뿐이다. 자신의 이성적 판단이 옳다는 독선(self-righteousness)에 빠져 사리분별(discretion)을 못하고 있으며, 정치인(politician)으로서 어루만져주어야 할 국민의 파토스(pathos)를 오히려 후벼파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국가의 모든 기념일이나 추모일을 챙겨야 할 책무(obligation)를 진다. 물론 여러 가지 여건상(due to the various circumstances) 참석치 못할 때도 있고, 직접(in person) 참석하지 못할 땐 이번처럼 국무총리(prime minister)가 대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격이 높은 기념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고 격이 낮은 기념일에는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한다고 공적으로(publicly) 말할 순 없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어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해야 할 말(what you should say)과 하지 말아야 할 말(what you should not say)을 구분할 줄 아는 것 -- 그것이 사람의 격(格)이고, 품격(品格)이다. 여당 최고의원으로서 야당의 공세로부터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려 했다면, ‘대통령께서 이번에 참석치 못하신 만큼, 4.3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더욱 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잘 살피실 것으로 봅니다’라는 식으로 하는 게 맞다. 더욱이 4.3이 국가 공권력(governmental power)으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추모의 날이었던 만큼, 추념식 불참에 대해 더욱 더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human nature)이지 않겠는가. 통합을 가로막는 게 그런 부주의한(careless) 말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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