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89)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에 부쳐

얼마 전 한 상담전화를 받았다. 

20살을 갓 넘긴 노동자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2년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최근 편의점을 폐업하는 과정에서 점주로부터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문의하는 전화였다. 상담과정에서 2022년과 2023년 모두 최저임금 이하 수준의 임금을 받았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주 15시간 이상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휴수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편의점 점주는 업장 운영이 어려워서 폐업을 했다고 한다. 점주가 폐업까지 했어야 할 경영상이 어려움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6일 최저임금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6일 최저임금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저임금 대폭 인상 vs 최저임금 동결 

올해도 또다시 최저임금이 이슈가 되는 시기가 다가왔다. 2024년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4월 18일경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노동계는 지난 4월 5일 노동계의 최저임금 요구안을 일찍이 발표하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투쟁을 선포하며 잰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노동계는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주40시간 일한다면 월 250만원 가량 되는 금액이다. 2023년 최저임금은 5% 인상되었지만 물가는 5.1% 올라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동결 혹은 삭감의 효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국제 정세로 인하여 물가는 급속히 오르고 있고 노동자의 주머니가 얇아지니 내수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식비, 주거비는 물론이고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인상을 반영한 실질임금 인상을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동계 요구안의 근거다. 

노동계의 시급 1만2000원 요구안 발표 이후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힌 곳은 소상공인 연합회다.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업종별 구분적용을 시행하라는 요구였다. 소상공인 연합회에서 동결해야 한다고 내건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최저임금 요구안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상공인 연합회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하여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와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더해지면서 부담이 너무 커졌고 매출도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 때문에 인건비 부담까지 맞닥뜨린다면 사업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고, 물가가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이 줄고, 임금인상의 효과로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이 되풀이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바로 고용과 연결된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도 2019년 최저임금은 10.9% 올랐지만 오히려 고용은 늘어났다. 고용률에는 인건비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겠으나 최저임금 인상이 바로 고용률에 반영된다고 주장하기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물가인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주지역 물가인상률을 기준으로 하면 2020년과 2023년을 대비하여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395만원에서 695만원으로 76% 증가했다. (한국주택협회 통계) 국수, 김밥 등의 식비도 20~30%선으로 인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행기 탑승 시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는 무려 233% 증가했다. 이러한 물가인상이 과연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각종 물가가 치솟는 동안 같은 시기 최저임금 인상률은 3년 동안 12% 인상 수준으로 시급 1030원 인상되는 것에 머물렀다. 한해 300원꼴이다. 현재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전쟁과 국제정세로 인한 에너지가격 증가 그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인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모든 대통령 후보가 “임기 중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2017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16.4%였던 반면에, 물가인상률은 1.4% 인상 수준이었다. 그 다음해 최저임금이 10.7% 상승되었지만 물가인상은 0.4% 상승에 머물렀다. 

업종과 지역에 따른 차등적용?

작년 최저임금 논의과정에서 업종별로 차등을 둬 최저임금을 설정하자는 의견이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업종별 차등적용 제도는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1987년 첫해를 제외하고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당시 차등적용된 일부 업종에 대하여 취업기피가 발생하여 오히려 사용자들이 업종별 차등적용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되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에는 근본적으로 보아야 할 점이 있다. 다시 돌아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제도라는 점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적정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마련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들 한다. 최저임금에 대한 업종별 차등적용은 직업에 대한 서열화를 부추기는 한편, 적정한 생활의 기준도 업종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어진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업종별 차등적용의 대상으로 주로 거론되고 있는 외식숙박업은 제주지역의 주요 산업 부분이기도 하다. 업종별 차등적용 도입은 제주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지역 차등의 효과로 번질 수 있고, 이는 가뜩이나 저임금 시장인 제주지역의 노동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2024년 최저임금은 실질소득이 보장되어야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정 합의제 행정기구로 구성되어있다. 각각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27명의 위원이 결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사간의 의견수렴 등이 진행된다. 앞으로 6월말까지 최저임금과 관련된 뉴스들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에서 크게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직접 인건비를 지출하는 소상공안이 많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2024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에게는 실질임금을 보장하고, 소상공인에게는 물가인상에 따른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논의의 장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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