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천주교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가톨릭환경연대가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서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제2공항 건설 계획은 제주의 지속가능성과 거리가 멀다는 취지다. 

3개 단체는 20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제2공항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 제주국제공항만으로 매년 15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제주를 찾고 있다. 아름답고 깨끗했던 제주가 쌓이는 쓰레기와 넘치는 오·폐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쓰레기매립장은 수용치를 넘은 지 오래며, 쓰레기 처리에 대한 뾰족한 방안도 아직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토부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45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제2공항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공항이 아니라 제주가 포화’다. 연간 4500만명의 관광객을 제주의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3개 종교단체는 “국토부는 서귀포시 성산읍을 제2공항 예정지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환경문제가 크지 않다는 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예정지의 환경 훼손 문제는 제2공항 입지 선정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올만큼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제기준에 맞는 공항 건설을 위해 예정지내 10개의 오름을 잘라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지하수 함양 역할을 하는 150여개의 숨골이 분포하고, 예정지 인근에 제주 최대 철새도래지가 있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했던 사안이며, 맹꽁이와 두견이, 남방큰돌고래 등 다수의 법정 보호종들의 서식지가 제2공항 계획으로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계획 발표 이후 제주도민사회는 찬·반 갈등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국토부의 일방적인 결정 문제가 크다.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을 짓는 계획 역시 제주의 지속가능성에 바람직한 정책인지 도민사회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개 단체는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은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에서 기인한 결과”라며 “제2공항 군사적 사용 가능성도 언급된다. 일제강점기 제주 군사기지화 이후 4.3의 참혹한 아픔을 겪은 제주가 슬픔을 이겨내는 상황에서 다시 열강의 세력 다툼 속 군사기지가 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지질적, 경관적,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다. 제주 사람들은 협력과 배려의 수눌음과 공동체 문화로 돌과 바람만 많은 척박한 생활환경을 잘 이겨내 만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켜야할 것은 제주다운 자연과 섬의 문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가 아니라 제주만이 가진 제주다음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제주는 제주다울 때 가장 단단한 문화를 가질 수 있고, 문화가 단단하면 인간도, 자연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3개 단체는 “천혜의 생태환경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려는 천박한 속을 채우고, 제주인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던 자연이라는 거위를 죽이려는 어리석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소지(小智)와 소욕(小欲)에 대항해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는 제주 생태계 질서 회복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3개 단체는 입장문 발표에 끝내지 않고 오는 23일 오후 4시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독자봉에서 ‘제주의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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