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알라딘

제주한라대학교 이정원 교수(방송영상학과)가 처음으로 펴낸 책 《회색 교실−교사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한그루)는 제목에서 잘 드러나듯 한국 교육 현장을 향해 던지는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이 허무맹랑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제주도교육청에서 교육홍보담당과 정책소통관으로 근무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청 근무 당시 교육공무원, 교사들도 저자의 글쓰기·기획력을 인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책은 본인의 경험을 녹여낸 사회학 박사 학위 논문인 <한국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인문학 에세이 형식으로 다듬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질문’이 ‘정치’다 ▲‘정치 중립’의 진짜 모습 ① 반공주의 ▲‘정치 중립’의 진짜 모습 ② ‘시장인간’ 육성 ▲양극화된 교실의 슬픈 풍경 ▲정치 중립에 묶이면 ‘다름’이 두렵다 ▲‘정치 주체’들을 체벌로 다스릴 수 있나 ▲낡은 정치 중립의 민낯, ‘가만히 있으라’ ▲인공지능보다 ‘한 명의 사람’이 중요하다 ▲다양성을 ‘관용’으로 포용해야 한다 ▲‘아이들’로 연대하는 정치적 주체로 등 열 가지 주제로 정리됐다.

출판사는 책 소개에서 “이 책은 국가가 교사들에게 부여한 ‘정치적 중립성’을 비판적으로 분석, 성찰한다.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정치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들의 다양한 질문과 문제를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진단한다”고 설명한다.

질문은 경계가 없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질문한다. 가끔 어른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질문도 거침없이 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다른 아이들과 감정을 교류하는 사이 질문의 경계는 더욱 확대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민주시민’으로 자란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 질문이 멈춘다. 입시와 학력 경쟁의 장에 진입하면 생기 넘치는 질문의 기세가 힘을 잃기 시작한다. 민주시민 성장의 폭도 줄어들거나 일시 정지한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무수한 질문을 남긴 채, 아이들은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의 행렬에 몰두한다. 그 행렬의 중심에 교사가 있다.
- 《회색 교실−교사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16~17쪽

교사에게는 ‘관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요구하는 중립성에 꼼짝없이 묶인 지금 현실에서는 관용을 키울 시간과 기회가 허락되지 않고 있다. 관용이 메마르면 다양성과 차이를 드러내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두려움이고 공포다. 현재 한국 교육 문제는 공통적으로 ‘관용의 부재’가 반영되어 있다. 관용이 부재한 자리에는 차별과 편견, 혐오의 감정이 자라기 마련이다.
- 《회색 교실−교사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102쪽 

저자는 책 소개에서 “제주도교육청에서 일할 때 답답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험을 했다. 교사, 직원들과 정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어느 순간 나만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민감한 ‘선’에서 상대방이 이야기를 멈췄다는 생각이 직감으로 들었다. 많이 아쉬웠다. 용기를 내서 선을 넘으면 이야기가 더 풍성했을 텐데. 정책도 더욱 현실성을 갖췄을 텐데. 생각과 말을 멈추게 한 ‘선’이 궁금했다. 그 선은 ‘정치적 중립성’이었다. ‘중립성’의 경계선을 굵게 긋고 정치적 자율성을 스스로 감시·통제하고 있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특히 “정치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니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지 못한다. 나의 생각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에서 평생 도망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질문을 마주해 답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가장 쉬운 방법은 법조문이나 정부·교육청의 공문 내용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현장에서 느꼈던 점을 풀어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질문과 사유·연구의 결과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글의 양과 난이도를 줄여 비교적 읽기 쉬운 책으로 내기로 결심했다. 정치 중립의 경계를 뛰어넘는 용기를 갖는 데 이 책이 작게나마 도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사회학 석·박사를 받았다. 제민일보, 제주도민일보 기자로 근무했으며 교육청에서도 근무했다. 

현재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 겸 제주와미래연구원 부설 ‘제주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11쪽, 한그루,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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