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수용력 한계 넘어선 제주...도민 건강과 안전 위해 환경 지켜야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제주환경을 지키는 것은 도민의 건강과 안전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환경을 지키는 것은 도민의 건강과 안전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환경문제이다. 이는 최근 뜨거운 난제인 제2공항건설, 동부하수처리장증설, 송악산일대사유지매입,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오등봉도시공원아파트건설, 탐라해상풍력단지확장, 후쿠시마핵오염수해양투기 등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예전에는 환경문제가 먼 훗날 딴 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당장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다. 

20여 년 전 ‘환경’을 이야기하면 많은 이들이 ‘환경이 밥 먹여주냐, 환경보다 경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보전보다는 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그런 주장을 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젠 환경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그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자연과 생태계를 잘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우, 가뭄, 산불, 폭염, 태풍 등의 자연재해는 개인 안전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도 오르면 알프스의 만년설이 사라져 세계적 가뭄이 닥치고, 평균 2도 오르면 가뭄과 태풍 피해로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며, 평균 3도 이상 상승하면 자연과 사회시스템이 영구히 붕괴될 거라는 경고가 있다.

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하여 국제적 노력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2021년 8월 발간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 노력을 하여 2050년에 탄소배출이 제로가 되더라도 그 이전에 북극 빙하가 거의 녹아 없어질 수 있다. 그리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2022년 10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대적으로 감축하지 않는 한 지구는 21세기말에는 평균 2.1도에서 2.9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인류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산업 선진국들의 탄소중립을 의무화하면서 그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에는 경제제재를 가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미세먼지로 호흡기 질환이 생기면 상당한 의료비를 지출하고, 하천과 지하수가 오염되면 물을 사 먹거나 정수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토양과 바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중금속과 방사능으로 오염된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우리의 건강과 가정 살림살이와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행복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개발해야 할 자연과 자원이 많이 남아 있다면 그 생각은 유효하다. 그러나 물질적 부의 토대인 자원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논리로 보더라도 개발의 한계는 분명하다.

자연과 자원의 유한성을 무시한 채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을 범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개발해야 할 자연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한정된 그것들을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합리성의 척도가 되어야 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진정으로 이익이 되는 게 무엇인지를 잘 따져 봐야 한다. 건강한 삶과 질 높은 삶을 위해서는 생활환경이 쾌적해야 하고 생태환경을 잘 보전해야 한다.

환경을 잘 지키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특정 환경단체의 책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정부와 국제기구에서는 이를 환기하기 위해서 각종 환경기념일을 정하여 환경보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세계 습지의 날(2/2),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3/3), 세계 숲의 날(3/21), 세계 물의 날(3/22), 세계 기상의 날(3/23), 멸종위기종의 날(4/1), 지구의 날(4/22), 세계 철새의 날(5월, 10월 둘째 토요일), 바다의 날(5/31), 환경의 날(6/5), 세계 해양의 날(6/8), 세계 리필의 날(6/6),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6/17), 세계 비닐 없는 날(7/3), 에너지의 날(8/22), 자원순환의 날(9/6), 세계 차 없는 날(9/22), 국제 음식물 쓰레기 인식의 날(9/29), 자연재해 감소의 날(10/3), 세계 동물의 날(10/4), 세계 식량의 날(10/16), 세계 전쟁과 무역분쟁 중의 환경파괴 방지의 날(11/5), 야생동물 보호의 날(12/4), 세계 토양의 날(12/5) 등 필자가 확인한 환경기념일만도 70여 개이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가 선포하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인류가 한 해 동안 쓸 생태자원을 모두 소진하게 되는 날을 뜻하는 이 날은 매년 그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1987년에는 12월 19일이었던 게 2021년에는 7월 20일로 당겨졌다.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여 2021년을 기준으로 우리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4월 5일이다. 1년의 4분의 1밖에 안 지났는데 1년치 생태자원을 다 소진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생태적자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생태적자를 메우려면 우리나라 면적의 6배의 토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비교적 환경이 좋다는 제주특별자치도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제주도의 생태적자를 메우려면 제주도의 4.2배 면적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1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수질과 대기오염 등을 토대로 평가된 우리나라의 환경지수는 3.1점(10점 만점)으로 41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38위이다. 우리의 삶의 질이 팍팍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자연환경이 열악한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자연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다른 무엇을 얻기 위한 도구적 가치뿐만 아니라 자연의 심미적, 문화적, 생태적 가치들도 분명히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자연의 비도구적 가치들도 화폐적 가치들로 환산해 볼 필요도 있다. 자연은 유일하고 자원은 유한한데 환경위기는 심각하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미미한 생명도 생태계 차원에서 볼 때는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 자연의 가치는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현재 제주도는 환경수용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환경이 최우선이라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천이다. 제주환경을 지키는 것은 도민의 건강과 안전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다. / 윤용택 논설위원, 제주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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