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승의 중국통신] 2023년 중국을 대표하는 민간기업은?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바로 옆 이웃인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의소리>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글로벌 리더이자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해, 중국 경제전문가인 고현승 박사가 쓰는 ‘고현승의 중국통신’을 다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2023년 중국을 대표하는 민간기업은?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2010년대 중국을 아는 사람이다. CATL, NIO라 답한다면 오늘의 중국을 아는 사람이다. 필자의 픽은 테슬라다. 놀랍지 않은가? 미국의 대표기업을 중국의 대표기업이라고 하다니.

테슬라가 중국전기자동차생산기업으로서 2023년 가격을 대폭 인하해 중국내 가격전쟁을 도발했기 때문이다. 6000만원대였던 Model Y(한국은 7~8000만원)가 5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작년 말 중국정부가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취소한 데 이어 테슬라가 BYD, NIO 등 경쟁회사의 발등에 불을 붙였다. 코로나 이후 위축된 자동차시장에 돌이 던져진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상하이시에 투자를 발표한 2018년은 트럼프대통령이 시퍼런 미·중무역전쟁의 칼날을 휘두르던 시기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BYD를 선두로 로컬전기차가 보급되던 시기였다. 당시 전기자동차 생산대수는 107만대였다. 2022년 현재 중국내 전기자동차업체 300여개, 신규등록 자동차 2323만대 중 전기자동차가 535만대(EV 80%)로 2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자동차 산업은 소재부터 기계동력메커니즘, 애프터마켓, 금융까지 아우르는 현대 자본주의 산업의 꽃이다. 핵심은 엔진동력기술, 고수율의 생산플랫폼, 안정적인 산업인프라이다. 1980년대부터 중국은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커와 합자법인을 허용하면서 자동차산업을 육성했다. 2001년 WTO 가입으로 자동차 수출이 시작되었고 2010년대부터는 내수가 불붙으면서 로컬메이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가 대표적이다. 2017년 약 3000만대 가까이 중국에서 생산됐다. 

하지만 독일, 일본 등 전통자동차 메이커를 중국이 단기간에 쫓기에는 벅찼다. 그리고 석유라는 에너지원은 중동에서 수입하는 값비싼 원료이고 탈탄소가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래서 육성한 것이 전기자동차산업이다. 중국의 점프업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건너뛰기식 발전을 해왔다. 비디오테이프없이 VCD로, 그래서 필자는 비디오플레이어 없는 유학생활을 보냈다. 신용카드없이 모바일결재시장으로 넘어왔다. 중국에서 VISA카드는 대형호텔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내연자동차의 2만여개의 기계부품대신에 모터와 베터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정은 중국기업과 글로벌기업을 같은 출발선에 서게 했다. 2015년 발표한 자동차산업 13차 5개년 계획에서 전체 자동차생산량의 8%를 전기차로 하는 목표를 정했다. 

중국은 저렴하지만 안정적인 베터리(LFP 리튬인산철)를 생산하는 BYD와 CATL, 리튬제련공장, 아프리카와의 안정된 자원외교, 합자공장을 통한 자동차생산경험등을 결합하여 선전시에 처음으로 1회 충전 100km 주행거리의 전기택시가 등장한 이래 현재 500km 이상 주행거리의 전기자동차가 출시되었다.

이 와중에 테슬라가 중국에서 신성처럼 등장해 중국산 Model 3을 출시하더니 급기야 상하이 최대 외자기업으로 성장했다. 브랜드파워로 저가품으로 인식되던 전기자동차를 프리미엄제품으로 탈바꿈시켰고 경쟁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중국업체들이 자동차품질향상, 마케팅, 디자인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얼마 후 NIO는 착탈식 베터리를 컨셉으로 뉴욕거래소에 상장을 했고, 베터리부터 자동차를 생산하는 BYD, 글로벌 최대 베터리회사 CATL, 글로벌 최대 희토류기업인 화유코발트 등 전기자동차 인프라가 완비되었다. 

그래도 미·중은 지금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갈등국가가 아닌가?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이라면 언제라도 'Yankee Go Home'을 외치고 미국도 'Come Back Home'을 외칠 수 있는 거 아닌가? 심지어 미국은 중국에서 제조된 베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결연히 IRA를 시행하고 있지 않나? 우리 현대기아차, LG엔솔이 대규모 미국투자를 하고도 애닳고 있는데 테슬라는 왜 건재할까? 

테슬라가 상하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중국, 아시아, 유럽에 팔린다. 테슬라는 CATL의 최대 고객이다. 테슬라의 메가팩토리가 들어서면 중국 최대 ESS가 상하이 동부연안에 생기게 된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에너지저장문제를 일부라도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상하이시민의 취업, 그것도 평균임금보다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2021년 중국테슬라의 사회보험가입직원은 1만9181명, 일반현장근로자 월평균 1만위엔(약 190만원) 수준에 자사주까지 나눠준다고 한다. 

공개된 상하이시와 테슬라간에 투자조건은 테슬라가 2023년부터 연간 22.3억위엔(약 4237억원)의 세금납부, 5년간 총 140.8억위엔(약 2조7000억원)의 투자, 부품을 국산화한다고 약정하고 상하이시는 시가의 10%로 토지를, 185억위엔(약 3조5000억원)을 대출이자 3.9%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허베이시는 로컬전기자동차기업 NIO에 70억위엔(약 1조3000억원)을 지원하였으나 아직 자금란에 허덕이고 있다. 테슬라는 2023년 현재 부품국산화율 95%를 달성했고, 12억위엔(약 2200억원)을 추가투자해 2024년 배터리 1만대, 40만GWh용량의 메가팩(저장공장)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시 가격경쟁으로 돌아가자. 테슬라가 가격인하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압도적으로 높은 공정수율과 원자재가격 인하이다. 오랜 전기자동차 제조경험으로 안정된 생산플랫폼, 그리고 최근 과잉생산돼 하향조정된 매입원가로 남는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니 명분도 충분하다. 

반면 중국기업들은 낮은 수율과 관리비용에 발목이 잡혀있다. 명분도 시장도 테슬라에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의 전체매출 중 중국매출이 22%, 상하이공장은 2022년 71.1만대를 생산하여 테슬라 전체 생산량 131만대의 50%를 상회했다. 이쯤되면 충분히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 할 만 하겠다.    

솔직히 부럽다. 우리는 베터리도 자동차도 반도체도 글로벌선두기업을 보유하고 있건만, LG 엔솔, SK-on, SDI 등 베터리 삼형제는 중국에서 베터리보조금을 받지 못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은 높은 기술경쟁력에도 매출규모에서 CATL에 뒤처져 있다. 

한때 10%의 중국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현대기아차의 중국공장은 빈사상태이고 아이오닉은 중국전기차에 밀려 시장진입을 못하고 있다. 첨단반도체공정은 중국내 신규투자를 할 수 없다. 우리에게 현실은 왜 이리 가혹한 것인지. 

테슬라는 중국에서 가장 큰 기업도 중국본토기업도 아니지만 가장 주목받는 첨단기업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자동차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성공비법 중 하나가 ‘해자’가 있는 기업에 가치투자를 하는 것이다. 첨단기술이든, 압도적 시장장악력이든 가격결정권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코로나 기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테슬라주가가 현재 160달러로 주춤한데 다시 천슬라(액면분할 전 기준)를 기대해봄직하지 않은가? 

물론 테슬라라는 민간기업이 미·중간의 패권경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고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현실이 너무 부조리하지 않은가?

반도체없는 미국이 한국과 대만에게 반도체가 필요한 중국에 팔지 말라면서 정작 미국전기차회사의 중국드라이브는 슬쩍 눈을 감아주는 모습이, 그리고 미국에 물어 뜯을 듯이 으르렁대는 중국이 미국기업에 그토록 극진한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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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승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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