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교육지원센터 내부유보금 171억원, 슬그머니 삭감하고 추경에 재편성

“친교육청-반교육청 의원 나누냐?”…오해 발언한 오순문 부교육감 ‘사과’

 

왼쪽부터 현지홍 부위원장, 고의숙 교육의원, 양홍식 의원
왼쪽부터 현지홍 부위원장, 고의숙 교육의원, 양홍식 의원

제주도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종합교육지원센터 예산을 슬그머니 없애고, 추경예산으로 편성해 제주도의회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또 오순문 부교육감은 ‘일부 의원들과 소통했다’고 말했다가 의원들으로부터 ‘친교육청, 반교육청 의원을 나누냐’는 비판을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양경호 의원)는 18일 오전 제416회 임시회를 속개해 '2023년도 제1회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했다. 

현지홍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제주도교육청 추경예산 관련해서 내부 유보금을 종합교육지원센터 매입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예산으로 추경에 편성한 것에 대해서 의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고의숙 교육의원(제주시 중부지역)은 "지난해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주도교육청 종합교육지원센터를 추후에 더 좋은 곳으로 알아보고 매입을 추진하라는 의미에서 160여억원을 내부 유보금으로 돌려놨다"며 "하지만 이번 추경에서 교육청은 유보금을 삭감하고, 추경예산으로 편성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와 소통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본예산 심사 당시 도교육청은 사무공간이 포화상태로 종합교육지원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호소했다"며 "교육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종합교육지원센터 매입 예산을 내부유보금으로 돌렸는데 교육청에서 의회와 단 한번도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추경에 다시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이번 추경예산과 관련해 이틀 동안 예결위 회의장을 가득 메운 단어는 의회와의 소통 그리고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집행부가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말"이라며 "도교육청도 도청과 동일하게 의회를 무시하고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명기 제주도교육청 교육예산과장은 "내부유보금을 추경예산안으로 편성했다"며 "나름대로는 소통을 한다고 했는데 의원님들이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고 의원은 "추경에 유보금을 일반예산으로 편성하고, 발표 며칠 전에 오셔서 이렇게 삭감해서 편성하겠다고 했다"며 "교육감 기자회견이나 부교육감 인사 말씀에 전혀 언급이 없었다. 소통이 부족한 부분이 아니고 소통이 없었다"고 거듭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의회가 교육청의 간절함을 받아들여 놔둔 내부유보금을 소통없이 이렇게 편성한 것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거나 앞으로 잘하겠다가 아니고 일단은 사과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김 과장은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내부유보금을 일반사업에 재편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결국 사과했다. 

고 의원은 오순문 부교육감을 향해 "내부유보금을 삭감했는데 앞으로 종합교육지원센터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오 부교육감은 "지난해 본예산 심의하는 과정에서 도의회에서 주문했던 부분과 맥락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종합교육지원센터를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오 부교육감은 '일부 의원들과 소통했다'고 발언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고, 결국 사과했다.

오 부교육감은 "교육예산과장은 소통이 없었다고 하지만 과장 수준에서는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소통을 했다"며 "일단 저 선에서 몇 분의 의원들하고 상의를 했고, 의원들께서는 가능하면 나중에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내부적으로 이렇게 정리했다"고 말했다.

오 부교육감은 "이번에 매입을 하지 않으면 다음 추경이 없기 때문에 내부유보금 171억원이 남게 돼 예산집행률이 1%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번 추경에 내부유보금을 일반예산으로 편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부교육감이 답변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과 소통했다'고 말하자, 현지홍 부위원장이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현 부위원장은 "부교육감이 몇몇 의원들과 소통했다고 말했는데 그게 더 큰 문제"라며 "고의숙 의원은 교육의원이다. 응당 알아야 하는데 특정 의원들과 논의하는 게 맞는 발언이냐.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추궁했다. 

현 부위원장은 "양홍식, 고의숙 의원은 교육위원회 소속이자, 예결위원으로 가장 먼저 소통했어야 하는 의원이었다"며 "이 두 분을 빼고 다른 의원들과 소통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발언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교육위원회 소속 양홍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친교육청, 반교육청 의원을 구분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의원은 "너무 충격적이다. 감히 제가 질의를 못할 정도로 떨리고 흥분이 됐다"며 "교육위원회에 의원들 중에서 친교육청 의원, 반교육청 의원이 있느냐. 왜 예산을 편성하고 설명할 때 일부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일부 의원들에게는 왜 설명하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오 부교육감은 "제가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친교육청, 반교육청 의원은 없다"며 진땀을 흘렸다.

양 의원은 "왜 부교육감이 동료 의원들간에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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