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67) nail

nail [neil] n. 못

어느제꺼장 못 박곡 빠곡 헐 건고?
(언제까지 못을 박고 빼고 할 것인가?)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못을 박는 일이 익숙한 일(familiar job)이 되어버렸다. 말을 할 때도 그렇거니와 사람들과의 관계(human relationships)에서도 그렇고, 자연에 대해서도 이젠 아예 습관적으로(habitually) 못질(nailing)을 한다. / 사진=픽사베이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못을 박는 일이 익숙한 일(familiar job)이 되어버렸다. 말을 할 때도 그렇거니와 사람들과의 관계(human relationships)에서도 그렇고, 자연에 대해서도 이젠 아예 습관적으로(habitually) 못질(nailing)을 한다. / 사진=픽사베이

nail은 “끝이 가늘거나 뾰족한 것”을 이르는 말로, 손톱(fingernail)이나 발톱(toenail) 혹은 금속 못(metal nail)을 지칭한다. 특히 ‘못을 박다(drive a nail)’란 표현은 우리말에서 비유적으로(metaphorically) 널리 쓰이는데, “단정적으로 분명하게 말하다”, “움직이지 못하게 (못으로) 고정하다”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주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와 유사하게(Similarly), 영어에서도 못의 뾰족함(pointedness)과 날카로움(sharpness)에 빗대어 hard as nails “피도 눈물도 없는”, to the nail “철저히/완전히”, nail one’s eyes on “…을 응시하다”, hit the nail on the head “정확히 맞는 말을 하다”, Surprise nailed him to the spot. “그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못했다” 등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

이사를 와서 보니
내가 사용할 방에는
스무여 개의 못들이 필요 이상으로 박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디에라도 못을 박는 일
내가 너에게 못을 박듯이
너도 나에게 못을 박는 일
벽마다 가득 박혀 있는 못들을 뽑아낸다
창 밖으로 벽돌 지고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못자국
그 깊이에 잠시 잠긴다
뽑음과 박음, 못을 뽑는 사람과
못을 박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못을 뽑고 벽에 기대어 쉬는데
벽 뒤편에서 누가 못질을 한다.                            
- 주창윤의 ‘못을 뽑으며’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못을 박는 일이 익숙한 일(familiar job)이 되어버렸다. 말을 할 때도 그렇거니와 사람들과의 관계(human relationships)에서도 그렇고, 자연에 대해서도 이젠 아예 습관적으로(habitually) 못질(nailing)을 한다. 굳이 못질을 할 필요가 없는 곳에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the desire to show something)에 별 생각 없이 못을 박고 별 생각 없이 못을 빼고 있다. 그러면서 생기는 균열(crack)과 상처(wound)는 안중에도 없는 듯(as if they don’t care).       

이사(changing on’s abode)를 할 때마다 못을 박고 빼고 하는 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every time the administration changed) 반복되고 있는 못질에는 너무나 많은 희생(sacrifice)과 낭비(waste)가 따른다. 그러면서 계승(succession)의 역사는 사라지고 단절(cutting-off)의 역사가 이어진다. 훌륭한 목수(carpenter)일수록 못을 박지 않고 연결할 방법을 궁리(deliberation)한다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못을 박고 빼는 인위(artificial act)를 반복할 것인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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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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