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막걸리 1강 체제 속 2020년 우도땅콩, 2022년 서로막걸리 출시

맨 왼쪽부터 우도땅콩 생막걸리, 제주생막걸리, 서로생막걸리 ⓒ제주의소리
맨 왼쪽부터 우도땅콩 생막걸리, 제주생막걸리, 서로생막걸리 ⓒ제주의소리

‘제주막걸리’가 단독 질주해온 제주산 생막걸리 시장에 도전자들이 등장하면서 애주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막걸리’는 크게 살균탁주와 탁주로 나뉜다. 살균탁주는 말 그대로 살균 과정을 거쳐 효모와 유산균을 제거한 술이다. 탁주는 효모와 유산균이 남아있기에 ‘생(生)막걸리’로도 불린다. 여기에 재료 첨가 여부에 따라 주세법상 ‘기타 주류’로도 분류된다.

그래서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막걸리들의 제품 정보를 살펴보면, 식품 유형 항목에 ▲탁주 ▲살균탁주 ▲기타 주류 등으로 다르게 표기돼 있다. 같은 막걸리여도 제조 방법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탁주는 효모·유산균 영향으로 쉽게 변질될 수 있다는 특징과 함께 청량하고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살균탁주는 유통기한이 훨씬 길지만, 생막걸리 특유의 느낌은 살리지 못한다는 평이다.

제주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제주산 생막걸리 제품들. ⓒ제주의소리
제주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제주산 생막걸리 제품들. ⓒ제주의소리

제주 생막걸리 제품 가운데는 ㈜제주막걸리가 제조한 ‘생유산균 제주막걸리’(이하 제주생막걸리)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감귤, 한라봉, 땅콩 등 여러 재료를 넣었다는 막걸리들이 종종 등장했지만 대부분 살균탁주에 해당한다. 더욱이 제주가 아닌 타 지역에서 생산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1988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제주생막걸리가 제주 안에서 유일하다시피 대량 판매하는 생막걸리 제품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아성에 도전하는 새로운 생막걸리 제품들이 등장했다. 바로 2020년 (영)낙화곡주가 출시한 ‘제주 우도땅콩 생막걸리’(이하 우도땅콩 생막걸리)와 2022년 ㈜제주서로가 출시한 ‘제주 서로생막걸리’(이하 서로생막걸리)다.

우도땅콩 생막걸리 제품 정보.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지역특산주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우도땅콩 생막걸리 제품 정보.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지역특산주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역특산주’ 공인 받은 우도땅콩 생막걸리

우도땅콩 생막걸리는 역사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도의 매력에 반해 이주한 (영)낙화곡주 유현 대표는 우도 특산품인 땅콩을 활용해 막걸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2012년 6월 땅콩막걸리를 살균탁주로 제작했다. 타 지역 제조업체를 통해 1000박스를 먼저 제작했다.  

유현 대표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런데 3개월 만에 다른 육지 업체에서 땅콩 향신료를 첨가해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 우리는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막걸리를 팔았는데, 그 업체는 이미 보유한 판매망으로 빠르게 시장을 점유했다”고 쓰린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시설을 확충하고 제조 기술을 익히면서 2020년부터 우도 안에서 우도땅콩 생막걸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낙화곡주는 우도땅콩 생막걸리를 담백한 맛(막걸리)과 단 맛(전통주)으로 나눠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막걸리 ‘낙화곡주 13.5’도 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도땅콩 생막걸리의 장점은 ▲국내산 쌀만 사용 ▲밀가루를 쓰지 않아 깔끔한 맛 ▲충분한 발효 후 출시 등이다. 특히, 비교적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제주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 쌀을 사용하면서 지역특산주 조건을 충족시켜, 온라인으로 전국 판매하고 있다.

유현 대표는 “허술하지 않은 술이라는 신념으로 막걸리를 만든다. 한 번 맛을 본 분들은 꾸준히 우도땅콩 생막걸리를 찾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 서로생막걸리 제품 정보.&nbsp;ⓒ제주의소리
제주 서로생막걸리 제품 정보. ⓒ제주의소리

입소문 자자한 동네 막걸리의 도전…서로생막걸리

서로생막걸리는 지난해 9월 출시한 따끈따끈한 신제품인데, 정식 출시 이전부터 일명 ‘저지막걸리’로 제주시 한경면 지역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2016년부터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국밥집 ‘마마돈’에서 메뉴로 팔았던 저지막걸리가 서로생막걸리의 전신이다. 

제주서로(주) 강동협 대표는 “그때만 해도 소규모 생산 허가를 받아서 식당에서만 판매했다. 그런데 손님들이 ‘구매해서 먹고 싶다’, ‘왜 밖에서는 팔지 않냐’고 계속 요청해서, 고민 끝에 시설을 갖추고 지난해 9월부터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밥 식당도 막걸리를 판매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할 만큼 본인 만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서로생막걸리의 강점은 ▲생쌀 발효 공법 ▲충분한 발효 후 출시 등이다. 쌀을 쪄서 발효시키는 일반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제조하면서 맛이 훨씬 깔끔하다는 설명. 

우도땅콩 생막걸리를 생산하는 유현 대표처럼, 강동협 대표 역시 한라봉 막걸리를 개발했다가 육지 업체에게 빼앗기다 시피 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강동협 대표는 “하나로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 서로생막걸리가 들어간 지 고작 몇 주 정도다. 그럼에도 맛이 좋아서 잘 나간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도민들이 만나도록 확장할 계획”이라며 “제주 향토적인 재료를 이용해서 다양한 막걸리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막걸리 제품 정보. '지하수'를 강조하고 있다.&nbsp;ⓒ제주의소리
제주막걸리 제품 정보. '지하수'를 강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전국에서도 손꼽는 명실상부 지역 내 1인자…제주생막걸리

제주생막걸리는 자타공인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국내 막걸리의 강자다. 

구인구직 누리집 ‘잡코리아’에 따르면 ㈜제주막걸리는 2021년 매출액 기준 국내 탁주 제조 업계 가운데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22년 매출액은 무려 140억원, 지자체 규모나 인구 등을 고려할 때 지역 탁주 제조업체 가운데서는 한 손에 꼽힐 정도라는 평가다.

㈜제주막걸리는 1988년 지역 내 7개 양조장이 통합해 출범한 합동양조가 전신이다. 밀가루, 좁쌀 등 여러 제품을 거쳐 현재 ‘분홍색’ 쌀 생막걸리를 대표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제주 동서남북 크고 작은 마트나 편의점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을 만큼, 제주생막걸리는 도민·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지역 대표 주류로 자리잡았다. 

제주생막걸리의 장점은 ‘물’이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탁주 제품은 흔치 않기에, 청정 제주 지하수의 ‘물맛’이 제주생막걸리의 자랑이라는 것.

㈜제주막걸리 관계자는 “탁주를 만드는 배합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이 되는 물만큼 제주생막걸리가 앞서간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지하수에 함유된 미네랄 등의 성분을 그대로 살려서 제조하기에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제주생막걸리는 타 지역 유명 막걸리와 비교해도 인공감미료를 소량만 가미하는데, 뛰어난 물맛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 안에서 새로 등장한 생막걸리 제품도 있고, 장수막걸리나 지평막걸리 같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생막걸리 제품들이 제주에서 판매되는지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수한 품질을 최대한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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