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특정 종교’ 편향 단체의 초등학교 성교육, 이대로 좋은가?

지난달, 제주 모 초등학교에서 성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을 받은 학생이 집으로 돌아가서 학부모에게 털어놓은 교육 내용은 충격적이다.

이 학생의 전언을 통해 살펴보면, 당시 성교육은 ‘특정 종교’의 윤리에 기반한 성윤리 의식이 공적 교육의 장에서 객관화되지 못한 채, 마치 그것이 성윤리의 기준인 것처럼 교육되었다. 특정 종교의 이념에 편향되었다는 의혹이 든다. 

또한 학교 성교육에서는 남녀의 성을 가르고 이성교제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분법적 성별 구별은 성평등이 강조되고 있는 현재 흐름에 한참 뒤떨어져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르치고, 전염병에 대한 비과학적인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성에 관한 부정적 상황, 낙태 상황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학생들이 스스로의 건강권과 재생산권를 지켜내는 데에도 부적절하였다. 

국제성교육가이드에서 포괄적 성교육은 인권적 접근법에 기초함을 밝히고 있다. (해당 성교육 사진은 칼럼 속 내용과 전혀 무관합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제성교육가이드에서 포괄적 성교육은 인권적 접근법에 기초함을 밝히고 있다. (해당 성교육 사진은 칼럼 속 내용과 전혀 무관합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에 반해 현재 국제적으로 성교육에 관해서는 포괄적 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에 대한 인지·감성·신체·사회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이다.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2018)의 포괄적 성교육 커리큘럼에는 관계, 가치관·권리·문화·섹슈얼리티, 젠더의 이해, 폭력과 안전, 건강과 복지, 인체와 발달, 성적 행동, 건강한 성과 생식 등이 포함된다. 순결 교육이나 낙태 예방 교육처럼 성행위의 부정적 결과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건강하게 관계를 형성하는 삶의 기술과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관이다. 과학과 팩트에 기반을 둔 내용을 연령과 발달 수준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이자 표준이기도 하다. 실제로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한 곳에서 성행위 시작 연령이 늦춰지고, 위험한 성적 행동이 줄어드는 등 성과가 나타났다.”
- 유네스코(2016년, 출처 : 중앙일보 2022년 12월 20일 보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7046)

이 ‘국제 성교육 가이드’는 유네스코 교육분과에서 진행한 글로벌교육 2030의 의제에서 다뤄진 내용으로 2018년판에 개정판을 내었으며, 이 개정판은 유네스코 평화·지속가능발전국 국장인 최수향(Soo-Hyang, Choi) 이사의 책임 하에 이루어졌다. 이 포괄적 성교육 과정은 현재 제주도내 초중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교육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우선, 성교육은 성교육 자체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사회적 맥락과 가치관, 문화, 건강과 인권적 가치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과정이다. 모든 성의 관계에 있어서 성 평등적 관점을 강조한다. 남녀를 구분하고 구별적 성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사회적 차별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 남녀에 관한 이분법적인 성교육만을 주장하거나 건강한 이성 간의 관계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시키는 교육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둘째,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재생산의 권리는 중요한 인권 항목이다. 

“재생산 권리란 차별이나 폭력,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임신·출산 여부와 그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임신·출산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받을 권리 등을 포괄하는 말이다. 이 권리는 28년 전인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유엔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 인권으로 인정했다.”
-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2018년)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도 언급하듯이 낙태 등 부정적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성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달함으로 재생산권을 온전히 보장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을 강조하고 성 전염병에 대한 비과학적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오히려 권리보장을 더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셋째, 여성의 권리에 관한 중요한 사회적 논쟁에 있어서 일방의 주장만을 전달한 편향적 교육이었다. 임신 중지에 있어서 프로라이프(pro-life)와 프로 초이스(pro-choice) 논쟁은(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을 중심으로 바라볼 것인가 하는 사회적 논쟁) 매우 중요하고 첨예한 논쟁이다. 그런데도 ‘낙태가 살인이다’라는 일방적 내용의 교육은 학생의 자유로운 토론과 선택을 훼손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편향성이 농후한 단체들의 성교육은 제주도내 여러 학교에서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제주도교육청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제주도내 학교 성교육 실태에 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한다. 성교육의 문제를 현재 사회의 흐름, 학생들의 발달과정에 맞춰 객관적이며, 실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의 내용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진행되고 있는 성교육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편향되거나 일방적인 교육내용이나 방식이 진행되지 않도록 학교 선생님들이나 외부강사들에 대해 주의를 요청해야 하며, 성교육에 참여하는 강사들에 대한 포괄적 성교육의 내용을 주지시켜야 한다. 

국제성교육가이드에서 포괄적 성교육은 인권적 접근법에 기초함을 밝히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포함해 모든 개인의 건강권, 교육권, 동등한 정보 접근권 및 차별 금지와 같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촉진하려는 원칙이다.

성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본질적이다. 인간은 성을 통해서 후손을 낳아 인류의 생존을 이어가기도 하고, 타인과 어울림 속에서 자신의 인간적 삶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성은 사람들의 서로 관계 맺음이다. 그러한 관계가 상호존중의 관계로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상호존중이라는 의미에서 모든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고유하며 독특한 존엄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스스로 선택하며,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참고자료 : 국제 성교육 가이드(International techincal guidance on sexuality education, 링크 클릭)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