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혐의 A씨, 사기 혐의 무죄-주민등록법 위반만 유죄

제주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A씨도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았다는 취지다. 

최근 제주지방법원 형사1부(오창훈 부장)는 사기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A씨의 공소사실 중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한 바 있다. 

26년 경력의 전직 경찰인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한 뒤 타인의 주민번호를 사용해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돈을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1년 5월26일쯤 “법무사다. 현금을 수거해 무통장 입건해주면 1건당 10만~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보이스피싱 일당에 가담한 혐의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1년 5월27일 서귀포시에서 1900만원을 수거한 혐의(사기)다. 

같은 날 오후 제주시에 온 A씨는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수거한 돈을 무통장입금한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다. 

법정에서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인 몰랐다고 주장했다.  

증거와 피해자 진술 등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신분을 속이지 않았고, 현금 수거 이후 이상함을 느껴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나는 전직 경찰이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이 아니라고 말하자, A씨는 “보이스피싱 아니구나”라고 말하며 현장을 떠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법무사의 업무 중 채권회수 보조 심부름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을 인정해 사기 혐의는 무죄,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사기 혐의 무죄 선고에 불복한 검찰은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직 경찰인 A씨가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상천외하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모두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A씨에게 피해자에게 보이스피싱인지 먼저 물었던 점, 현금 수거를 마친 A씨가 현장을 떠나면서 ‘보이스피싱 같으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얘기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조차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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