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31)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면서 신나게 춤을 춘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천지 : 세상 물정
*몰르멍 : 모르면서
*꿰춤 : 유쾌하게 추는 춤, 신나게 추는 춤

혼자 흥겹다고 흔들어대서는 안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오인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혼자 흥겹다고 흔들어대서는 안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오인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사람이란 천인천색이라 뜻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만나는 수가 있다. 그럴 분위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 혼자 좋아라 깨가 쏟아져라고 춤을 추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리 눈치가 없다 해도 어느 정도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일 것이다.

심하게 빗대면 ‘초상집에 개갈 잡는’ 놀부의 심술에 버금하지 않으리라.

꿰춤(깨춤)은 아무 때나 어느 곳에서나 몸을 흔들어가며 신바람 나게 추는 춤이 아니다. 장소의 공기가 어떤지를 먼저 눈여겨 살핀 연후에 판단을 하고 나서야 할 행동이다. 혼자 흥겹다고 흔들어대서는 안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오인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행태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의 행동 특성은 사람들 앞에서 제 잘났다고 우쭐대는 것으로 손가락질 감이다. ‘체(겨) 먹던 개가 쏠 먹젱 혼다’는 소리가 바로 그 말이 아닌가 말이다.

혼자 기분낸다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것임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지나치면 주위로부터 소외당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말을 삼가는 것 못지않게 행동을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이 없다. 세상의 이목(耳目)을 두려워해야 한다. 

세인이 지켜보고 있으니 몸가짐, 마음가짐을 신중하게 해야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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