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에서 바라본 제주오름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용눈이에서 바라본 제주오름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이 세상에 '저절로 바뀌는 것'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과학이라는 것으로 그 모든 현상을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없을까?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바뀌는 것이 있다. 그것이 자연이며 긴 시간 동안 저절로 바뀐다. 짧은 시간에 사람이나 개발 등에 의하여 바뀌는 것이 있다. 이것이 인위적인 변화다. 이 두 가지는 인간에게 엄청난 차이다. 긴 시간 동안 자연스러운 변화는 인간에게 적응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지만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변화는 인간과 자연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지구에서 인간은 약 일만 년쯤에 '농사'라는 혁명을 이루어 냈다. 인간을 어느 정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후 '산업혁명'은 인간을 소비의 시대로 이끌어 냈으며 자연과 자원을 파괴하고 수탈하여 과소비와 사람 간의 갈등을 빚어냈다.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디지털 혁명으로 바뀌고 있다. 

혁명을 이루기 위해 인간은 무생물적 자원을 광범위하게 이용하여 격렬한 변화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로 기후 위기, 기후의 급격한 변화로 멸종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지구가 탄생한지 45억 년 중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난 지 불과 5만 년,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만 년,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300년 만에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 것으로 보였던 이런 급격한 변화는 결국 인간과 자연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단순한 안내에 그치고 있는 팻말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단순한 안내에 그치고 있는 팻말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 행정의 시각에 따라 변하는 용눈이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제주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제주도는 2021년 2월 1일에 용눈이를 자연휴식년제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무엇이 급한지 올해 6월14일에 제주특별자치도 고시(제2023–128호)를 통해 2023년 7월1일 자로 해제하였다.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한 지 불과 2년 5개월 만이며 고시를 한 지 15일 만이다. 

신문기사와 뉴스를 보면 한결같이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용눈이 오름의 경우는 휴식년제가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마을회에서 출입제한에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여 일부 구간에 한해서 개방하는 쪽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만약 이 기사가 맞는다면 제주의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모든 근거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요구할 때마다 모든 것을 풀어 주어야 하는 것이 행정인지 묻고 싶다. 제주도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답변이 없다. 용눈이 개방의 이유와 그 뒷면에 있을 지도 모를 진실을 알고 싶다.

자연휴식년제란 오염 상태가 심각하거나 황폐화가 우려되는 곳, 탐방객의 잦은 이용으로 훼손이 심한 곳, 또는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희귀 동식물 서식지에 대하여 일정 기간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제도이다. 따라서 해제를 할 경우에는 생태계가 제대로 복원이 되어 있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되고 있는 구간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병행하여야 한다.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인위적 복구 조치로 어떤 문제점과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구간별로 최소한의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대안 제시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다. 용눈이를 개방하려면 미리 준비했어야 한다. 제주의 모든 오름은 존중받아야 할 곳이다. 

특히 용눈이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무시한 심각한 현장이다. 이곳에 생태탐방로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닌 자연을 위하여 만들어야 한다. 탐방 시간, 방법, 해당 오름의 환경수용력에 맞는 인원 제한, 탐방예약제 실시 등이 모니터링 보고서에 있었지만 2년여 동안 준비도 하지 않고 무엇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왼쪽) 탐방로를 벗어난 탐방객 (오른쪽) 탐방로를 걷고 있는 탐방객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왼쪽) 탐방로를 벗어난 탐방객 (오른쪽) 탐방로를 걷고 있는 탐방객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이는 용눈이를 바라보는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내부의 시선으로 용눈이를 보기 때문이다. 환경은 타자의 시선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내부의 시선은 자기중심적이고 권력적이며 아집이고 제대로운 결정을 하기가 힘들다. 타자의 시선은 불편할 수 있지만 객관적이며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용눈이를 둘러싸고 있는 시선은 진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용눈이를 보존하는 기본 요건이다. 곤혹스러움을 공유하고 있는 용눈이를 위한 시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한 첫날에 용눈이를 다녀왔다. 이날은 날씨가 흐리고 장마 기간이라 탐방객이 많지 않았지만 평소에 하루에 평균 2000~3000명 안팎으로 오는 곳이다. 이 인원은 용눈이의 환경수용력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즉, 탐방객으로 인한 훼손으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첫날부터 탐방로를 벗어난 탐방객이 있었으며 훼손된 용눈이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는 오름 탐방 방법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에 만들어진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시행규칙을 만들게 되어 있음에도 6년이 지나도록 만들지 않은 게으름의 결과이다. 

용눈이를 찾은 탐방객과 사단법인 모니터링 활동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용눈이를 찾은 탐방객과 사단법인 모니터링 활동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 관점을 바꾸자

자연에서 나 혼자만의 편안함과 이익을 누리지 말자. 그 편안함과 이익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용눈이와 제주사람에게 남겨진다. 제주오름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 환경운동이 아니다. 가져가지 않고 버리지 않는 것이 환경운동이다. 

탐방객이 밟아 훼손된 용눈이를 복구하는 것은 저차원적이며 처음부터 잘 보존하고 훼손되지 않게 잘 활용하는 것이 고차원적인 정책이다. 자신의 안락함을 위해 용눈이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단기적인 편안함은 취약한 구조를 가진 오름과 그 안에 살고 있는 많은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소 대표. ⓒ제주의소리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소 대표. ⓒ제주의소리

이제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인간의 관점이 아닌 자연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오름에서 하는 행동이나 생각이 오름에서 나의 안함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말이다. 지금은 인위적인 짧은 변화가 긴 변화의 시간을 매우 단축하고 있다. 

환경과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킬 유일한 존재는 인간이다. 인간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해결도 한다. 하지만 정도를 넘으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모른다. 더 좋은 정책과 제도, 좋은 환경으로의 변화는 생각의 머뭇거림이 아니라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는 행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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