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74) petroleum 

Petroleum [pitróuliǝm] n. 석유(石油)
석유는 어느제꺼장?
(석유는 언제까지?)

분명한 사실은 석유 시대의 종언이 석유의 고갈(depletion)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석기시대(Stone Age)가 돌이 고갈되어 끝난 게 아니듯. / 사진=픽사베이
분명한 사실은 석유 시대의 종언이 석유의 고갈(depletion)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석기시대(Stone Age)가 돌이 고갈되어 끝난 게 아니듯. / 사진=픽사베이

petroleum은 라틴어 petra "암석(=rock)"과 oleum "기름(=oil)"의 결합이다. 이 petra에서 나온 낱말로는 Peter 피터/베드로(남자 이름)“, petrous “바위 같은”, petrol 휘발유, petrochemistry “석유화학” 등이 있다.

동력의 연료와 공업용(industrial use)으로 널리 쓰이는 석유는 땅속에서 천연으로 나는 탄화수소(hydrocarbon) 주성분의 가연성(combustible) 기름이다. 검은 갈색을 띤 액체인 천연 그대로의 것을 원유(crude oil)라 하는데 이것을 증류(distillation)하여 휘발유, 등유(kerosene), 경유(diesel), 중유(heavy oil) 등을 얻는다. 

20세기 전쟁에서 석유는 필수적 보급품(essential supply)이었다. 석유 없이는 전차도 비행기도 함대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2차대전 중에 감행된 진주만 공습(air raid)의 원인도 실은 석유였다. 당시 일본의 대미 석유 의존도(Japan’s dependence on American oil)는 80%에 달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석유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은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 태평양 함대를 궤멸시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고 다시 기름을 수출하게 만들겠다는 다소 무모한 계획(ill-advised plan)이었다. 

많은 이들이 ‘석유’ 하면 중동(the Middle-East)을 연상하지만, 중동의 유전은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개발되었다, 그 이전까지 전 세계에 석유를 공급하던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였고, 두 나라는 전 세계로 석유를 공급하면서 20세기 초강대국(superpower)이 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점점 기울어가던 영국이 다시 되살아 나고, 어업에 의존해 살던 노르웨이가 부강해질 수 있었던 것도 해양 탐사(marine exploration)를 통해 발견된 북해(the North Sea)의 유전(oilfields) 덕분이었다.

오늘날 석유를 필두로 하는 화석연료(fossil fuel)의 과다 사용(overuse)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와 대기오염(air pollution)의 주범(major offender)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일찍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석유를 “땅의 피(blood of the earth)”라고 불렀다. 현대에 와서는 석유를 얻는 자가 세계를 얻는다고 할 수 있으며, ‘세계의 화약고’가 된 중동을 중심으로 석유를 둘러싼 각종 분쟁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정말 적절한 비유(fitting comparison)가 아닐 수 없다. 

석유의 매장량(oil deposits)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대해서는 채 30년도 버티지 못할 거라는 분석부터 400년 이상은 버틸 수 있다는 의견까지 분분하다. 석유 매장량은 지금 시점에서 채산성(profitability)이 있는 유전을 전제로 계산한다. ‘파내 봤자 손해인(a loss to dig up)’ 석유는 계산에 넣지 않기 때문에, 원유값이 오를 때마다 추산 매장량이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strange phenomenon)도 발생한다. 석유값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군소 유전 심지어 오일샌드(oil sand, 석유를 머금은 모래에서 원유를 추출해내는 것)까지 이용이 가능하고, 그렇게 계산을 하면 400년 이상 지금의 석유 체제는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매장량과 상관없이 석유 중심의 에너지 체제는 점차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석유로 인한 환경오염, 중동 지역에서의 잦은 분쟁 등으로 인한 유가(oil price)의 불안정성 때문에 이미 세계는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섰고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들은 상용화(commercialization)가 되지 않았을 뿐 충분히 개발된 상황이다. 자동차와 발전소 등이 아직은 석유를 이용하는 체제이기에, 대체에너지(alternative energy)가 일정 규모의 경쟁력(competitiveness)을 갖추지 못해 값이 비싼 상태에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 논리(economic logic)다. 앞으로 석유 시대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석유 시대의 종언이 석유의 고갈(depletion)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석기시대(Stone Age)가 돌이 고갈되어 끝난 게 아니듯.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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