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눈·눈·눈](7) 비문증‧광시증 방치 말아야 /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 

비문증(飛蚊症), ‘날 비’에 ‘모기 문’, ‘증세 증’. 말 그대로 실제 눈앞에 없는데도 모기 같은 검은 점이나 가는 실뭉치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날파리증이라고도 하는데 눈을 움직이면 해당 방향으로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광시증(光視症)은 번개가 눈앞에서 번쩍거리거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듯이 눈앞에서 빛이 번쩍거리는 증상이다. 비문증과 광시증은 그 자체로 시력이나 눈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응급수술이 필요한 질환인 ‘망막박리’ 초기 증상일 수도 있으니 반드시 안과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사진1] 왼쪽 사진의 빨간색 화살표 부위에 망막열공이 발생하여 그 주변으로 넓은 범위에 망막박리가 발생하였고, 오른쪽 사진은 망막박리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난 후 망막이 원래 모양으로 잘 붙어 있는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사진1] 왼쪽 사진의 빨간색 화살표 부위에 망막열공이 발생하여 그 주변으로 넓은 범위에 망막박리가 발생하였고, 오른쪽 사진은 망막박리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난 후 망막이 원래 모양으로 잘 붙어 있는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실제 사례다. 43세 여성 환자로 약 2주 전부터 비문증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료를 받지 않았고, 4일 전부터 오른쪽 눈의 아래쪽 시야가 가리는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아왔다. 정밀검사 상 망막열공(사진 1 좌측의 빨간색 화살표)이 관찰되었고, 그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망막박리가 중심부(황반)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우안 시력은 심하게 떨어진 0.02로 측정되었다. 당일 응급수술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사진 1의 우측처럼 망막이 잘 붙어 있으며 현재 시력은 0.6으로 수술 전과 비교하면 많이 회복되었다. 이 환자의 경우 약 2주 전부터 비문증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빨리 진료를 받아서 망막 중심부까지 박리가 진행되기 전에 진료를 받았다면 수술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지 않았거나, 또 수술 후 시력도 0.6보다 더 잘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2] 망막박리 수술 받고 1주가 지난 환자의 망막 사진. 수술 후 가스가 안구내에 남아 있는 모습(상측)이 관찰된다. ⓒ제주의소리
[사진2] 망막박리 수술 받고 1주가 지난 환자의 망막 사진. 수술 후 가스가 안구내에 남아 있는 모습(상측)이 관찰된다. ⓒ제주의소리

비행기 탑승이 잦은 제주도민들이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한 달 이내에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제주도민이라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일이다. 안과 전문의가 비행기를 타도 된다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비행기에 탑승해선 안 된다. 망막박리로 수술을 할 때 떨어진 망막의 유착을 돕기 위해 공기나 의료용 가스를 눈 안에 주입(사진 2)하게 되는데, 이러한 가스들은 저절로 흡수되기까지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눈 안에 존재할 수 있다. 비행기에 탑승할 경우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대기압이 감소하게 되고 대기압이 감소하면 ‘보일의 법칙(Boyle’s law)’에 따라 기체는 팽창하게 되는데 눈 안에 주입된 가스가 팽창해서 급성 녹내장과 심지어 중심망막동맥폐쇄가 발생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최근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제주도민이라면 비행기 탑승 전 꼭 안과 전문의에게 비행기 탑승 가능 여부(주입된 가스가 다 빠졌는지)를 확인해야 하겠다.

그러나 망막박리가 발병했다고 모든 사람이 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진시 망막열공만 발견된다면 레이저치료로 열공이 망막박리로 이어지지 않게끔 방벽을 만들 수가 있다. 망막박리가 주변부에 국한되고 범위가 넓지 않다면 레이저치료만으로도 시력상실을 예방할 수 있다.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박리 환자는 2017년 7만6392명에서 2022년 11만4988명으로 5년 새 50%가량 증가했다. 망막박리의 발병률은 나이가 듦에 따라 증가하지만, 한국인의 연령별 망막박리 발병률은 서양과 다르게 2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는 중국, 일본의 보고와도 일치하며 동양인에서 근시의 높은 유병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도근시 환자의 경우, 눈의 길이가 일반인에 비해 길어서 망막이 약해 젊은 나이에도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의 위험이 높은 편이니, 근시가 심한 환자인데 비문증과 광시증이 생겼다면 방치하지 말고 지체 없이 안과를 찾는 것이 좋겠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 했다. /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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