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76) rain

rain [rein] n. 비
어느제꺼장 장마칠 건고?
(언제까지 장마인가?)

/ 사진=픽사베이
장마(rainy season)는 우리나라를 위시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하계 기후의 특성이다. / 사진=픽사베이

rain의 인도유럽어족 어근(root)은 reg- “축축한(=moist, wet)”이다. 고대영어(Old English)에서는 regn으로 중세영어(Middle English)에서는 rein으로 나타나는데, 이때부터 “강우(降雨: rain, descent of water in drops through the atmosphere)”를 뜻하였다. 라틴어에도 동사 rigare(=to wet, moisten)로 남아있는데, 여기서 파생(derivation)된 영어어휘가 irrigate “(토지에) 물을 대다/관개하다”이다.

장마(rainy season)는 우리나라를 위시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하계 기후의 특성이다. 이 장마전선이 공급하는 강수(precipitation)가 전체 강수량의 약 30% 이상을 차지한다. 장마 기간은 평균적으로(on average) 30~35일이지만 실제로 비가 내리는 날은 15~20일 정도다, 보통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국지적 집중호우(localized heavy rainfall)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정체전선(stationary front)에 의해 내리는 경우는 12일에서 16일에 불과하다. 장마 기간은 연도별로 편차(deviation)가 매우 크며, 최근에는 이상 기후(abnormal climate)로 인해 불확실성(uncertainty)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장마는 북쪽 러시아 해안 지역에 위치한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air mass)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로 뚜렷한 정체전선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다만 한반도(the Korean Peninsula)의 경우 오호츠크해 기단뿐만 아니라 차갑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까지 일정 부분 장마에 영향을 끼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고(the high-pressure area in the North Pacific expands) 오호츠크해 기단이 물러나면 장마가 끝난다.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지배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swelting heat)가 시작되고 한 여름 열대야(tropical night)도 자주 나타난다. 

장마 기간 동안 비가 적당히 내린다면 토양에 과다하게 쌓인 무기염류(inorganic salts)가 씻겨내려 가거나 가뭄(drought)이 해결되고 농사에 도움이 된다(conducive to farming).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1년 치 강수량의 약 3분의 1이 이 기간에 집중되는 만큼 물 걱정을 덜게 되고, 습도가 높아져 미세먼지(fine dust)와 산불 걱정도 사라진다. 그러나 올해처럼 짧은 시간 내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 홍수(flood)나 산사태(landslide) 등의 자연재해(natural diaster)가 일어나고 많은 인명피해(loss of lives)가 발생하기도 하기도 한다. 

또한 장마철만 되면 어김없이 채소와 과일류(vegetables and fruits)의 가격이 수직상승하게 되는데, 장마철은 식용식물(edible plant)이 견디기 대단히 힘든 시기이다. 일조량이 떨어져(getting less sunlight) 광합성(photosynthesis)은 못하고 계속 물을 맞으니 잎과 열매의 조직이 삼투압(osmotic pressure)을 견디지 못해 불어 터지고 쉽게 썩게 된다. 특히 수박(watermelon)이나 참외(oriental melon)는 90% 이상이 수분(moisture)이라 이런 류의 과일은 장마철이 되면 토양내 수분 증가로 당분이 희석되면서 당도(sugar content)가 폭락하여 상품가치(product value)가 뚝 떨어지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장마철의 복병(ambush)은 뭐니뭐니해도(all things taken together) 빨래(laundry)다. 장마철 때는 높은 습도와 환기(ventilation)가 어려운 집안 사정이 합쳐져서 옷이 잘 마르지 않는다. 장마철의 빨래들은 잘 안 마르면서도 집안의 습도를 높이고, 잘 안 마르다보니 옷에 덜 마른(half-dried) 빨래 특유의 악취(stench)까지 밴다. 이런 일상이 짧아도 10일 이상 지속되고 길면 한 달을 간다.

더욱이 2010년대 중반부터는 뚜렷한 정체전선에 의한 장마보다도 ‘마른 장마’라고 불리는 국지성 호우가 두드러지면서 여름의 강수량을 예측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원래라면 장맛비가 내려야 함에도(it’s supposed to rain on the rainy season) 해만 쨍쨍하거나 강수가 거의 없는 채로 한여름(midsummer)으로 들어가는 패턴이 마른 장마의 특징이다. 그런데도 정체전선이 한반도로 북상하지 못하고 고기압에 가로막혀 일본 열도(the Japanese Islands) 부근에 머무르면서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장마 패턴이 일어나게 되고, 일본이나 중국 등 인접국들(neighboring countries)이 물난리를 겪는 만큼 한국은 마른 장마를 겪는 상관관계(correlation)가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 동아시아의 새로운 기후 패턴(climatic pattern)으로 자리잡아 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바, 그 근본 원인(root cause)은 당연히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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