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38) 반짝반짝 빛나는 선생님의 얼굴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 마련된 서울 서이초 교사 추모 공간. ⓒ제주의소리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 마련된 서울 서이초 교사 추모 공간. ⓒ제주의소리 

지난 일요일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 추모 공간을 다녀왔다. 마음이 먹먹했다. 일요일 오후 시간에도 이어지는 발걸음을 보며 그의 죽음이 부디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교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가 죽음의 장소로 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죽음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죽음은 교권 침해 대책을 미뤄온 우리 사회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모습을 꾸짖고 있다. 

지난 3월 7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편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파편적으로 보도되어 온 교권 침해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문제가 무엇인지 날것 그대로 조목조목 보여줬기 때문이다. 방송에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한 교사가 오히려 아동학대 혐의로 강제 휴직을 하게 되고 홀로 남겨진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제보 내용이 재연된다. 서이초 교사가 겪은 일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 방송 이후 교육계에서는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결국 또 다른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동안 많은 언론이 교권 침해 문제를 다뤘다. 2022년에도 교육계는 교권 침해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해왔다. 수많은 황망한 죽음들과 사고는 이어져 왔지만 변한 건 없었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교권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죽음임을 알기에 전국의 동료 교사와 시민들이 검은 리본을 통해 마음을 모으고 있는 것일게다.  

교실에서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있는 학생을 말릴 권한도 없는 교사의 현실을 계속 방치할 것인가? 학생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거나 다른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해도 정서적 학대가 되고, 때리는 팔을 잡으면 신체적 폭행이라는데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생활지도는 불가능한데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은 교사가 다 져야 한다. 교실의 질서와 피해 학생을 지키기 위해 학폭 가해 학생을 지도하려고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현실을 빚대어 참교육을 하면 파면당한다는 웃픈 소리가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어제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시교육청-교직 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는 꽃 한 송이 받지 못한 채 홀로 떠나야 했다며 우리 아이의 진실도 밝혀달라는 기간제 교사 아버지의 절규는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얼마나 많았을 지를 짐작하게 한다.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을 양립 불가능한 일로 치부하며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고,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들의 교육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학부모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 장치의 하나로 국회에서 법 개정이 논의 중이지만, 제주도교육청 차원에서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교사의 교육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교사의 아동학대 민원에 대해 교육청과 교장이 일차적인 버팀목 역할을 해서 교사가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교사의 일상업무 중 발생한 민원을 교사 한 명이 오롯이 책임지도록 하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비상상황에는 비상상황에 맞는 시급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교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조속히 만들어지길 바란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의 얼굴이 빛을 잃지 않도록.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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