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77) refined

refined [rifáind] ɑ. 세련된, 정제된
끗이 무낀 재난관리시스템

(끝이 무딘 재난관리시스템)

refined의 어근(root) fin은 “끝/한계(end/limit)”란 뜻을 지닌다. 이 fin에서 나온 어휘로는 fine “뛰어난/좋은”, final “최종의”, finish “끝내다”, refine “정제하다”, define “규정하다” 등이 있다. 모두가 다 “끝”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fine, refined를 우리말로 직역(literal translation)한다면, 아마도 “끝내주는”이란 말에 가까울 것이다. 

무릇 ‘칼’이 있으면 ‘칼집(sheath)’도 있는 법이다. 칼끝이 무디면(get blunt) 칼은 그만큼 그 기능(function)을 잃어버리는데, 칼을 무디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바로 칼집이다. 칼보다 칼집을 만드는 가격(price)이 더 높을 수도 있는 건, 칼이 정확히 수납되어야 칼의 수명(lifespan)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명검에는 칼집에도 영험한(magical) 기운이 있다는 전설(legend)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서 왕(King Authur)의 검(sword) 엑스칼리버(Excalibur)의 칼집은 그 검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했는데, 이는 칼집이 검의 부식(corrosion)되지 않고 무디지 않도록 막아줄 뿐만 아니라, 소유자가 칼집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결코 상처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올 여름 장마철(rainy season)에도 재난관리시스템(Diaster Preventing System)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서, 홍수(flood)와 산사태(landslide) 등으로 인해 엄청난 재산 및 인명 피해(huge losses of life and property)를 입고 말았다. 그리고 늘 그렇듯 재해관리 부처가 기관별로 분산돼 위기대응(response to the crisis)이 어려웠다는 등의 이유를 말하지만, 이젠 국민 누구도 현재의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는 듯하다. 적어도 재난관리에서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Nomatter how good the system is) 마을주민들의 자치적 협조(autonomous cooperation)가 없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actual effect)을 보여줄 뿐이다.

이처럼 주민들의 자치적 협조를 강조하는 까닭은, 일선 공무원(front-line official)이 아니라 마을주민들(villagers)이 마을에서 재난안전사고가 일어날 만한 곳을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금의 ‘의용소방대원’과 비슷한 ‘의용재난안전대원’을 조직하여 마을의 재난 위험지역(danger zone)을 수시로 찾아내고 감시토록 해야 하며, 재난 발생 시에도 이들에게 일반 사람들이 그 재난지역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차적으로(priorly) 차단할 수 있는 역할(role)과 권한(authority)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재난관리시스템이 ‘칼’이라면 의용재난안전대와 같은 주민 조직은 ‘칼집’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칼집이 있어야만 칼도 필요시 제 기능을 발휘하는 예리한 도구(sharp instrument)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용재난안전대장이 대원들의 수시 점검 보고를 수렴하고 그 내용을 지자체의 경찰서장이나 소방대장에게 정례적으로(routinely) 알린다고 가정한다면, 재난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에도 도의적 책임(moral responsibility)이 아니라 명백한 책임(clear responsibility)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명백한 책임을 통해서 재난관리시스템도 더 세련된 시스템으로 진일보(step forward)하게 되는 것이다. 

# 참고사항: 
의용소방대(volunteer fire brigade)는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이 관장하는 소방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광역시·시·읍·면에 설치된 일선의 소방조직이다. 전문적으로 소방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있어도 화재발생 시에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므로 전문적인 소방조직을 보조할 조직이 필요하게 되어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특별한 화재의 경우에만 출동하는 의용소방대가 생기게 되었다. 의용소방대에 대장 1인과 부대장·반장·일반대원 등을 두고, 대장이 소방서장의 명을 받아 그 업무를 집행한다. 의용소방대원이 소방업무로 출동한 때에는 지자체의 조례가 정한 수당을 지급받는데, 소방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소집되어 교육·훈련을 받는다. 의용소방대원 활동을 하면 경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하는 일은 관할 소방서 소방훈련시 민간대원으로 보조업무 또는 통제의 업무를 하거나 지역에 따라 산불이 나면 진화작업을 나가기도 한다. 정기소집에 연 50%이상 미참여시 의소대에서 퇴출당한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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