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78) sow

sow [sou] v. (씨를) 뿌리다
난 경헌 뜻으로 말헌 게 아닌디?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

말의 씨를 뿌리는 이들은, 그 시기가 ‘자기가 말을 하고 싶을 때(when I want to talk)’가 아니라 ‘청중이 말을 듣고 싶을 때(when the audience wants to hear it)’임을 명심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
말의 씨를 뿌리는 이들은, 그 시기가 ‘자기가 말을 하고 싶을 때(when I want to talk)’가 아니라 ‘청중이 말을 듣고 싶을 때(when the audience wants to hear it)’임을 명심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

sow의 인도유럽어족 어근(root)은 sē-(=to sow)이다. 이 sē-에서 나온 낱말로는 semen “정액(精液)”, season “계절”, seed “씨”, disseminate (씨를) 흩뿌리다, seminar “세미나” 등이 있다. 모두가 “뿌린다”라는 의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말의 씨’라는 말이 있듯이, ‘말을 하는 행위’는 종종 ‘씨를 뿌리는 행위’로 비유된다. 농부(farmer)가 작물(crop)의 씨를 뿌리는 사람이면, 정치인(politician)은 말의 씨를 뿌리는 사람이란 것이다. 어떤 씨를 뿌리든, 사람들은 모두가 그 결실을 기대하며(expecting them to come to fruition) 뿌린다. 그런데도 본인이 의도한 것과는 아주 다른 결과가 종종 발생하는데, 작물의 씨가 뿌려진 땅(earth)이나 말의 씨가 뿌려진 청중(audience)이 내 맘 같지 않은 탓이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싹은 곧 나왔지만 흙이 깊지 않아서 해가 뚜자 타 버려 뿌리도 붙이지 못한 채 말랐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다. 가시나무들이 자라자 숨이 막혔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맺은 열매가 백배가 된 것도 있고 육십 배가 된 것도 있고 삼십 배가 된 것도 있었다.
- 마태복음 13:4-8

이 비유(metaphor)는, 농부든 정치인이든 씨를 뿌리려면 먼저 땅의 조건(condition)을 잘 살펴서 뿌려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시덤불(thorny bush)이나 돌 같은 것들을 제거하고 땅을 잘 갈아서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앞서 생각해야 할 점은 역시 ‘시기(time)’다. ‘파종기(seeding time)’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만큼, 씨를 뿌리기 전에는 그때가 과연 적절한 파종기인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말의 씨를 뿌리는 이들은, 그 시기가 ‘자기가 말을 하고 싶을 때(when I want to talk)’가 아니라 ‘청중이 말을 듣고 싶을 때(when the audience wants to hear it)’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even a good piece of good advice) 종종 독(poison)이 되고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deep wound)를 남기기 십상이다.      

정치인들의 설화가 잦다. 그럴 때마다 당사자는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I didn’t mean it)”라는 해명(explanation)을 하지만 그건 어설픈 변명(lame excuse)에 불과하다. 본인이 말하고 싶은 때를 청중이 듣고 싶은 때라고 착각(delusion)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는(unconsciously wriggling) 공명심(ambition for distinction)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기가 아니라 상대방에 맞추어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게 지혜(wisdom)이고 분별(discernment)이고 사랑이 아니겠는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