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79) improvise

improvise [ímprǝvàiz] v. 즉석에서 하다
이추륵 미릇 베리지 못허믄
(이렇게 미리 보지 못하면)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이 야영장에서 생활하는 모습. / 사진=오마이뉴스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이 야영장에서 생활하는 모습. / 사진=오마이뉴스

improvise는 in-(=not)과 pro- “미리/앞서”와 vis “보다”의 결합으로 “미리 보지 못하다”라는 어원적 의미(etymological meaning)를 지닌다. 이 vis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visit “방문하다”, visual “시각의”, visa 비자, provide “공급하다”, supervise “감독하다” 등이 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jamboree)가 연일 질타의 대상(the object of reproach)이 되고 있다. 준비 기간 6년에 1170억 예산이 들어간 국제적 행사가 허술한 준비(sloppy preparation)와 안일한 대처(complacent response)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삼고자 했던 K팝 콘서트 일정마저 6일 새만금 야외무대(outdoor stage)에서 11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으로, 북상하는 태풍 ‘카눈’ 때문에 다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으로 옮기면서 즉흥적 행정(improvised administration)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은 이미 FA컵과 K리그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도 잼버리조직위는 폭염(sweltering heat)으로 인해 야외에서 공연을 할 수 없으니 그 경기장을 쓰겠다고 일방적 통고(one-sided notice)를 한 것이다. 국가와 정부와 지자체(local government)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누가 감히 거부할 수 있겠는가. 구장 변경이 불가피해졌고, 경기에 나서는 전북 선수들과 원정 선수들 스케줄이 꼬이고(entangled), 이 경기장을 찾으려던 팬들의 일정도 꼬인다. 미리 구입한 티켓을 환불해주고(return the price paid) 다시 티켓을 예매해야 하는 번거로운(cumbersome) 불편쯤은 국가를 위한 당연한 희생(natural sacrifice)이라는 거다.    

국가가 어려울 때 국민이 함께 희생을 감수하는 건 당연하다(a matter of course). 하지만 그건 자발적 협조(voluntary cooperation)여야 한다. 그런데도 작금의 행태는 자신들의 즉흥적 행정으로 빚어진 파행을 만회하기 위해(to make up for the crippled operation) 자발적 협조가 아니라 강압적 협조(coercive cooperation)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겉으로만 선진국(advanced country)이지 아직도 후진국(underdeveloped country)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팝 콘서트에 멤버 두 사람이 군복무를 하고 있는 BTS를 출연시켜야 한다는 어느 정치인의 발상도 그렇다. 의도가 어떻든, 그 역시 강압적이고 미봉적(patching the matter up)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번 세계 잼버리 대회를 두고 “이번엔 하늘도 우릴 도와주지 않는다”라고 푸념(complaint)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뿐(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이렇게 부실하고 즉흥적인 행정을 펼치는 자들까지 돕진 않는다. 즉흥적 행정은 그만큼 많은 국민에게 많은 피해와 불편(a lot of damage and inconvenience)을 끼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at this very moment), 모두가 철수한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camp site)에는 천막과 팔레트, 많은 시설 장치와 음식물 쓰레기(food waste) 등이 널브러진 상태에서 태풍 카눈이 지나가고 있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