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눈·눈·눈](9) 휘어지거나 끊어져 보인다? “황반변성 의심” /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 

고령화 사회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비례해  황반변성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황반변성은 황반이 노화, 유전적인 요인, 독성, 염증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하고, 심할 경우 시력을 완전히 잃기도 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황반변성 환자 수는 2017년 16만4818명에서 2021년 36만7463명으로 123%(20만2645명)나 급증했다.

사람의 눈을 사진기에 비유한다면 망막은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하고, 이때 필름, 즉 망막 한가운데의 작은 부분에 대부분 초점이 맺히게 되는데 이 부분을 황반이라고 한다. 황반은 고작 1.5mm의 반지름을 가지며, 전체 망막에서 약 4% 범위를 차지하지만, 망막의 중심부로 ‘보는 기능’의 90% 이상을 담당하기 때문에 망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크게 두 가지, 건성 황반변성과 습성 황반변성으로 나눌 수 있고 건성으로 시작해서 습성으로 진행된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이면서 시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상태로, 이 단계에서는 급격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경과 관찰과 위험 인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황반변성에는 어떤 위험 인자들이 있을까? 황반변성을 영어로는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즉, 연령관련 황반변성이라고 하는데, 질병 명칭 그대로 고령(50세 이상)이 첫 번째 위험 인자이다. 고기, 버터, 치즈 등 포화지방이 풍부한 식단을 자주 섭취한다거나 과체중이거나 비만, 흡연자, 고혈압, 고지혈증, 자외선 노출, 황반변성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을 진단받거나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 건강한 식습관 유지, 눈영양 보충제 섭취, 흡연 중단, 선글라스나 안경을 사용하여 자외선으로 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습성 황반변성이 시작되었다면 시력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습성 황반변성은 혈관이 새로 성장하면서 황반 조직에 이상을 일으키는 형태로, 보통 빠르게 진행되며 중심부 시야나 시력 손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습성 황반변성의 1차 치료방법은 항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항체를 눈 속에 주사하는 치료가 자리를 잡았다. 눈 속 주사는 레이저치료 등 다른 치료법에 비해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많은 경우에 시력 유지가 가능하고 일부에서는 시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첫 3개월 동안은 4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약제의 종류와 환자의 약제에 대한 반응을 고려하여 4~16주 간격으로 주사 간격을 점차 늘려가거나, 주사 치료를 멈추었다가 재발하는 경우에 다시 치료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와 관찰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림1) 암슬러격자 자가 진단법. ⓒ제주의소리
그림1) 암슬러격자 자가 진단법. ⓒ제주의소리

안과에 방문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황반변성 유무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암슬러격자(그림 1) 자가 진단법이다. 안경을 사용하는 경우 착용하고 약 30cm 떨어진 상태에서 격자무늬를 바라보고, 한눈씩 가리고 중심에 있는 검은 점을 바라보면서 주변의 선들이 곧게 보이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림2) 암슬러격자가 변형돼 보인다면 황변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그림2) 암슬러격자가 변형돼 보인다면 황변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만약 그림 2처럼 가운뎃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선들이 휘어 보이고 끊어져 보이거나 안 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황변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휘어져 보인다고 모두 다 황반변성인 것은 아니다. 망막전막, 망막출혈, 황반원공, 유리체망막견인증후군, 황반부종, 망막혈관염 등 다양한 질환에서도 물체가 휘어져 보일 수 있으니 암슬러격자 자가 진단에서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안과를 찾아 망막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

“우리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가장 좋은 치료는 병을 조기에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인 요즘, 자신의 나이가 50세 이후라면 반드시 안과를 찾아 정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특히 가족 중에 황반변성 환자가 있다면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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